김은경의 시사터치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고유한 의미의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경제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모두 고려하여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은 분배만을 고려하고 성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주도성장, 공정경제를 내걸었지만 이중 하나라도 적절한 경제정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을 붙였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분배강화를 위한 사회정책에 불과하다. 대표적 정책수단인 비정규 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은 생산성이나 업종별 차이,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혁신 주도성장도 성장정책이기 보다는 무의미한 용어에 불과하다. 어떤 경제든 혁신 없는 성장은 할 수 없다. 더욱이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분배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은 소득주도성장과 모순된다. 공정경제도 또 다른 측면에서의 분배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보호하거나 시장의 강자인 재벌을 척결하기 위한 규제강화는 사회정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내건 경제정책 3대 축은 상호 모순되거나 경제성장과는 관련 없는 사회정책이며 그의 허구성은 현재 악화된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자수는 5개월 연속 10만 명 전후에 그쳐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갈 만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투자도 3개월째 부진하 다. 고용이 악화되니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3%에서 2.9%로 낮추었고 국내외 민간연구소도 2%대 성장률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교역의 축소로 수출 증가율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인해 국내금리 상승과 함께 경기부진이 동반되면 취약한 가계, 영세소상공인, 소규모 기업들의 파산 및 부도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은 정교한 설계나 깊은 고민이 없이 기계적 으로 대못을 박듯이 추진되고 있다. 심도 있는 현실 분석도 없고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도 없어 발표되는 정책마다 논란만 일으킨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충분히 예상되었던 상황 인데도 직무분석이나 잘못된 임금체계의 개선도 없이 결국은 근로 자들이 무료봉사를 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압도하는 한국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공무원들에게 먼저 적용하지 않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도 떨어뜨린다. 양적인 투입 중심의 과다한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성과 측정도 없고 생산성도 낮은 공공부문의 개혁 없이 민간부문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의 강요는 정당성이 없다.

성장을 통해 소득이 증가해야지, 소득을 먼저(정치적으로) 올리면 성장이 촉진되어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소득주도경제란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생산성 증가 없이 상승하는 임금이나 재정을 동원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보전은 성장은커녕 오히려 분배를 악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하였다. 한국에서 제대로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할수 있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서슬 퍼런 규제에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반 기업 정서로 무장한 장관들의 가벼운 말들이 기업들의 신뢰도 추락시키고 투자도 저해하고 있다. 분배가 좋아지면 경제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식의 소득주도성장이나 경제민주화는 어느 국가에서도 실행된 적이 없는 정치논리이다. 혁신주도성장은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만 규제와 정치적 논리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현 정부에서는 혁신도 투자도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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