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보다는 균형감이 우선

몇 년 전에 더글러스 데프트 코카콜라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삶은 공중에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과 같다”고 말했다. 저글링이란 공중에 공을 여러 개 던져 올려서 어느 공이든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인데 그는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이라고 쓰인 5개의 공을 언급했다. 이들 공 가운데 ‘일’에 해당하는 공은 고무공이고 나머지 네 개의 공은 모두 유리공이라고 했다.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서 땅에 떨어 뜨려도 깨지지 않아서 다시 던져 올려 저글링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 공들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깨져 버리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곡예사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한꺼번에 5개의 공을 공중에서 돌려야 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모두 중요하고 소중한 공들이기 때문에 저글링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은 방법은 오로지 하나.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모든 공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는 것. 속도감보다는 균형감이 관건인 것이다. 필자의 후보자 중에서 저글링을 하다가 공을 놓칠뻔한 사람이 있었다. A씨는 잠깐 균형을 잃긴 했지만 다행히 공을 떨어뜨리지는 않아서 지금은 일과 인생의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A씨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세련되고 배려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멋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대표적인 화장품회사의 건강기능식품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그녀의 부서는 주력사업부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직도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고 인원도 부족한 상태였다. 따라서 한 사람의 직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의 폭이 넓었다. 그래서 그녀는 7년을 근무하는 동안 밤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을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회사 일에 올인 했다. 어느새 그녀는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정받았고 우수사원상을 수상했고 특진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차 그녀의 체력은 소진되어갔다. 단순히 만성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그녀는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의 시력이 1~2년 사이에 급격히 저하해 한쪽 눈의 경우는 이미 35%의 시력을 잃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었다. 앞으로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해야 하는 꽃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그녀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직속상사는 충원을 할 때까지만이라도 근무를 더 하라고 했지만 오히려 인사팀에서는 사직보다는 1년간 휴직을 제안했다. 그리고 휴직기간 동안에 2번째 특진발령을 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가 있었다. 그녀는 휴직하는 몇 달 동안 일본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뒤 한국에 돌아왔고 회사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시 예전 회사에 돌아가서는 일과 인생의 균형감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일에만 집중하는 인생을 계속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과 결혼을 병행할 수 있고 몸을 혹사하지 않아도 되는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를 찾았다. 오히려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리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업무스타일을 모색하면서 일과 건강과 인생의 균형감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희경 서치펌 ‘드림에이치알’ 이사 / 커리어 컨설턴트 Claire@DreamHR.com 『성공하는 1% 직장인 탐구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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