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무모한 여행기

반짝반짝 두바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는 나름대로 촘촘하게 여행계획을 세웠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랜드마크를 찾아갔고 계획된 바는 아니었지만 늘 새로운 일들이 생겼다. 반면, 두바이에서는 달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두바이에 간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이유였다. 친구와 거실에 앉아서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나눴고, 계획된 일정을 뒤로 하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거렸다. 하루는 친구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포장 떡볶이를 조리해 먹으며 좋아진 세상을 실감했다. 대접받는 것이 고마워서 인터넷으로 배워둔 깍두기 볶음밥을 친구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추억이 되었고, 우정이 쌓였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친구도 이왕 두바이까지 온 김에 두바이 구석구석을 가볼 수 있기를 바랐다. 하루는 친구 남편이 아이를 돌보기로 하고 둘이 집을 나섰다. 두바이에 있는 동안 조카와는 거의 대부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웠지만, 친구와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꽤나 기대됐다. 사실 친구와 나는 극과 극의 성향이었다. 활동적이었던 친구에 반해 나는 혼자 시간 노는 것, 가만히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는 걸 좋아했었다. “이거 하자, 저거 하자”는 친구의 제안에 마지못해 응한 적도 많았다. 나중에 가서는 친구보다는 내가 그 활동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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