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일본

축구의 경쟁자는 뭐?

공은 둥글다. 구르고 굴러 반전을 거듭한다. FIFA 랭킹 1위 독일을 57위 한국이 무너뜨렸다. 일본은 종료 휘슬 15초를 남겨두고 벨기 에에 역전패 당했다. 지구촌은 4년마다 공 하나의 향방에 웃고 울며 열광한다. 축구가 있어 우리 삶은 더없이 유쾌하다.

그런 ‘축구의 경쟁자(Competitor)’는 누구일까? 월드컵 4강에 오른 2002년 이전까진 분명 여자였다. 남친의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엔 질색하다 못해 경기마저 일으켰다. “아니 운동이 축구만 있어?”라며 공공연히 불쾌감을 토로하는 야구나 농구, 배구 등의 현역 선수나 그 골수팬들이 바로 경쟁자는 아닐까? “에휴~ 다음 주가 시험인데…!”라며 볼까 말까의 갈등에 번민하는 수험생이 경쟁자는 아닐까? 자칫 방심했다간 1년을 11개월로 마무 리할 수 있다. “우린 쉴 시간도 없어. 제발 빨리 좀 끝나라!”며 학수고대하는 치킨 배달(맥주) 아르바이트생이 축구의 경쟁자는 아닐까? 평소 축구엔 무관심하다 국가대표 경기에만 열광하는 ‘국뽕’이 경쟁자는 아닐까? 국뽕(국가+히로뽕)은 국가주의에 갇혀 승리에만 환호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나라 안의 이목이 축구에 쏠리는 통에 억울하게 유탄을 맞는 출판 이나 영화, 공연, 음반, 게임, 경마 등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경쟁자는 아닐까? 상업주의에만 몰두하며 공기(公器)이자 유한자원인 전파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방송사들의 행태가 경쟁자는 아닐까? 제발 부탁이다. 다음 월드컵에선 MBC와 KBS, SBS 3사가 일정을 조율해 나눠 방송하면 좋겠다. 굳이 남의 나라 경기까지 3사가 생중계하며 전파라는 공공재를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그렇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축구의 경쟁자일 수 있다. 그래 축 구의 경쟁자는 맞은편에서 곧장 우리 골문을 향해 드리블 해오는 선수만이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축구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들은 모두 축구의 경쟁자인 셈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의 또 다른 경쟁자를 떠올렸다. 바로 ‘페어플레이 점수’다. 실제로 이번에 처음 도입된 페어플레이 점수 때문에 세네갈은 일본에 밀려 3위가 되면서 꿈의 16강 무대가 좌절되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던지 세네갈 축구협회(FSF)가 FIFA에 보낸 항의 서한은 이랬다. “일본처럼 공정하지 못한 경기를 하는 팀에 대한 징계 방안을 마련 하고, 페어플레이 점수로 순위를 가르는 방식을 재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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