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으며 매일 즐겁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몇 년에 한번씩은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재발하는 시대에 행복의 조건은 너무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 생각해보라. 얼마전까지 집을 장만하는 것은 서민가족의 꿈 이었다. 길게는 수십년간 한푼두푼 모아 전세보증금에 대출을 얹어 내집마련을 했을 때가 서민들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수많은 서민들은 집 사며 받은 은행 대출금 때문에 불행의 나락으로 빠질 운명에 처해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집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선심정책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대출 받아 집을 샀던 수많은 미국 서민들이 평생 빚쟁이 신세로 전락한 것이 바로 3년 전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며 회수까지 시작하면 집 샀다가 파산하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내 집 마련이 행복이 아니라 가족을 위협하는 위험 투자가 되는 것이다. 인류의 오랜 꿈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장수다. 국내만 봐도 평균수명이 80을 넘고 웬만한 사람은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내년이면 65세 인구가 5백만 명이 넘고 수년 내 60세 이상 인구가 1천만 명이 넘게 될 것이다. 장수가 꿈이었지만 곧 오래 사는 것이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 국내 대기업에서 임원 승진에 누락돼 할 수 없이 회사를 나와야 하는 나이가 이제 50세까지 낮아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조차 후반기 50년을 떠돌며 일없이 돈 없이 살아야 한다면 과연 장수는 행복한 것인가. 자식이 행복의 원천이 되던 것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나라 차원에서 아무리 출산장려운동을 벌여도 좀처럼 저출산 추세가 바뀌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이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노후생활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요즘 20~30대는 스스로를 ‘3포 세대’라고 부른다. 결혼 연애 출산 세 가지를 경제적 이유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그 상처는 참으로 큰 것이다. 집 없이 전세로 월세로 평생 떠돌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무병하고 돈이 많으면 장수를 누가 싫어 하겠나. 결혼 않고 자식도 안 낳고 평생 고독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니 우리는 어쩌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종류의 체념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직시하는 용기와 관련돼 있다. 이런 체념은 처음에는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절망과 환멸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버트런드 러셀) 우리는 체념을 전제로 한 새로운 행복의 원천을 찾아내야 한다. 최근 만난 손욱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전 삼성 SDI사장)는 ‘행복 나눔 125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실천 강령이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주 1회 착한 일하기, 월 2권 책 읽기, 하루 5회 감사하기가 실천 강령이다. 행복의 조건은 이제 밖이 아니라 안으로, 스스로의 내면을 사랑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이 추세를 잘 봐야 한다.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사업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힐링(healing : 치유)이 마케팅을 대체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얘기다. 과연 우리 시대의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달의 화두로 삼아 보시길! 권 영 설 한국경제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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