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의 교육현장 풍경. 김 팀장은 팀장 리더십교육에 참석하고 있다. 핵심교육이라는 인사 팀의 압박에 못 이겨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였다. 첫 날은 경제전문가를 초청하여 최신 경제동향이나 환율, 중국의 영향 등에 대하여 들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제품관련 시장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들어두면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곧이어 세상을 흔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듣는데 당장 와 닿지는 않는 내용이라 약간 졸리기도 했다. 짧은 휴식 이후에, 연속으로 코칭과 커뮤니케이션, 성과관리, 동기부여, 갈등관리 방법을 들었는데 작년 에도 유사한 과목과 내용으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좋은 내용으로 듣기는 했는데 솔직히 무엇이 Key Point인지 헷갈린다는 생각도 잠시 스쳐간다.
부서에서 계속 보내는 문자 진동에 강사의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팀장에게 시시콜콜 질문을 해대며 우왕좌왕하는 직원들을 보며 ‘역시 팀장이 빠지니 일이 안 돌아가는구나’ 하는 근거 없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강사 눈치 보며 답장 열 개 정도 보내니 벌써 수업은 끝나가고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CEO 특강과 식사가 있다. 전사 팀장급이 모였는데 빠질 수 없는 꼭지다. CEO의 자부심 가득한 인생 역정의 스토리도, 같이 열심히 해 보자는 소리도 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고 리액션도 열심히 하며 편안하게 들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 두 시간 정도 소그룹 토론도 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동기에게 자료작성과 발표를 맡기고, 로비에서 모처럼 동기들과 맥주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시골의 풀벌레 소리 들으며 단잠에 빠진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토의자료를 소그룹별로 돌아가며 발표한다. 그룹별로 거의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니 살짝 졸음이 몰려온다. 간단한 총평을 들은 후 드디어 교육 종료. 금요일 오후 2시. 장거리 복귀자가 있는 관계로 어중간한 시간에 교육이 끝났다. 운전석에 앉은 김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어디로 가야 하나. 회사 아니면 집? 애매한 일정을 만든 인사팀이 야속하다.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연기해 왔던 교육을 드디어 수료하여 해묵은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김 팀장은 친구들과 낮술 번개를 약속하며 시내로 핸들을 돌렸다.
대다수 기업이 운영하는 교육 방식과 패턴이다.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과 패턴이 획기적인 개선이나 수정 없이 거의 수십 년 유사하게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한번 모이기 어려우니 백화점의 Food Court마냥 온갖 교육을 다 구겨 넣는다. 교육은 풍성한데 포인트가 없다. 듣고 배운 것은 많은데 기억에 남는 것도, 임팩트도 없다. 이 정도면 그냥 인터넷 동영상으로 교육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바 ‘한 방’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