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리더에게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삶을 질서 있게 사셨던 분인 것 같다. 아침 6시 기상하여 목욕을 하고 정신이 맑아지면 그날 할 일을 순서대로 메모했다. 10개에서 15개 정도 되는 ‘할 일 목록’을 출근해 서는 거의 그대로 따랐다. 동경에 자주 국제전화를 하였는데 그때도 대화 내용을 미리 메모해서 그 순서대로 대화를 나누었다. 9시 출근, 12시 점심, 3시 간식, 5~6시 퇴근, 7시 저녁식사, 10시 취침. 이시간도 그는 거의 어기지 않았다. 그날 할 일을 아침에 메모한다는 것, 참 좋은 습관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렇게 하루 일을 메모해서 출근하면 기분이 가뿐하고 일이 다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나하나 처리하다보면 하루가 자신도 모르게 간다고 했다. 일과가 끝날 때 그는 다시 아침에 작성한 메모를 점검해 본다. 마무리가 된 것이 있고 안 된 것이 있다. 또 아침 메모에는 없지만 새로 생긴 일도 있다. 마무리 안 된 것, 새로 생긴 일은 내일 ‘할 일 목록’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일에 이끌려 가는 삶이 아닌, 일을 이끌고 가는 삶을 살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개인의 몫이다. 누구는 허둥지둥 시간을 보내고 누구는 여유있게 산다. 누구는 일도 잘 하고 놀기도 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지만, 누구는 일에 치여 살면서 여행 한번 못 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팀은 CEO 들이 실제로 어떻게 시간을 쓰는가를 면밀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July-August 2018, Harvard Business Review). 그들은 2006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신임 CEO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 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그 중 27명에 대해서는 3개월 동안 15분 단위로 하루 24시간 그리고 주 7일간의 일과를 조사했다. 그들 의 조사 결과는 일단 CEO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CEO는 평균 주중 9.7시간 일을 했고, 주말에도 하루 3.9시간 그리고 휴가 중에도 평균 2.4시간 일하고 있었다. 47% 시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53%는 외부(이동시간 포함)에서 썼다. 61%는 사람을 만나는 데 썼고, 나머지 39%는 전화나, 서류 검토, 독서하는 데 썼다.

미국의 CEO에게나 한국의 CEO에게나 시간관리는 중요한 숙제다. 한정된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시간관리의 첫째는 소중한 시간을 ‘소중한 일’에 쓰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소중한 일일까? 여기에도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이탈 리아 경제학자 파레토(Pareto)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고, 품질전문가 주란(Juran)에 의해 정리된 ‘80-20법칙’이 중요한 가이드를 제시 하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20% 정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고객이 있지만 매출액의 80%는 20% 의 고객에게서 나오고, 공장에 많은 부품이 있지만 생산량의 80% 는 20%의 부품이 결정하고, 도서관에 책이 많이 있지만 대출 건의 80%는 20%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남자들은 넥타이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중 매는 타이는 20% 정도 밖에 안 된다. 술자리에 가면 10명 중 2명 정도가 먹는 양의 80% 정도를 결정한다. 그러니이 20%에 우리 시간의 80%를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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