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시사터치

올해 하반기는 연금개혁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핵심 이슈가 될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10월 말까지 제4차 국민연금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촉발되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재정계산이 이루어질 때마다 보험료 인상, 가입 연령 및 수급개시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들이 반복되어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 실질적으로는 20%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연금 폐지론이 나올 만하다. 공무원, 군인, 교원들은 고용의 안정성을 누리면서 많은 임금과 특혜를 받고 퇴직 후에는 국민연금 수령액의 6배가 넘는 연금을 받는다. 더욱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과 군인들의 노후 안정을 위한 연금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추가적으로 퍼부어지고 있다.

모든 선진국에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핵심적인 이슈이며 연금 재정적자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실제 연금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한 복지국가들은 인구고령화 및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한 급여 증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국민연금은 대부분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고 갈등의 소지도 더욱 크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의 정책결정 지형에서 국민들이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한국 사회의 최고 ‘갑’인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인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은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서, 재정안정성을 핑계로 ‘강제저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국민연금의 부담은 높이고 급여는 줄이는 개악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금개혁안의 작성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학연금을 수령하는 특혜집단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실제 당사자인 국민들은 참여할 수 없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돈인데 마치 정부 돈 인양 정부와 정치권이 마음대로 활용 하려고 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도 횡행되어 왔다.

한국 연금제도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는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높은 혜택을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의 난제이다. 저부담·고급여의 연금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무원과 군인들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연간 수조원씩 들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부 집단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이들의 노후까지 보장해주어야 하는 국가가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문이 든다. 과거 개발연대에는 공무원이나 군인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연금으로라도 보충해 준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민간 평균 월급수준보다 높은 임금과 다양한 수당을 받고 있으며 정년도 보장받으며 심지어 퇴직 후에도 공공 경력을 가지고 다른 민간 일자리로 가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군인들은 심지어 연령과 상관없이 퇴직 후 곧장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한편 가장 높은 연금급여를 주는 사학연금도 적자구조로 전환되면 이를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공무원들과 군인들의 월급과 연금을 위해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들은 말만 60세 정년이지 대부분 50대초·중반에 퇴직을 당한 후 제대로 된 소득이 없어 영세 자영업자가 된 후 파산을 하고 노인빈곤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한국사회는 일자리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받는 집단들이 퇴직 후에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는 불공정한 사회 이다. 젊은 청년들이 기를 쓰고 공무원이 되려고 하고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경제주체로서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일반 국민들을 위한다는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노후생활도 보장해주지 못하고 사회복지제도도 부족하다. 더욱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 면서, 재정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수령 연령을 상향조정하려고 한다. 오늘 당장 얼마라도 생활비가 필요한 국민들이 미래에 연금수령이 가능할지도 불확실한 국민연금을 위해 강제로 보험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사실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에 해당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공적 연금은 노후 소득을 위한 실질적인 보장과 함께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있어야 한다. 퇴직 전 직업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가지는 연금제도는 불공정하며 더욱이 소수 특혜집단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국민연금제도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연금제도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혈세 투입을 중지하고 급여 수준에 맞게 공무원과 군인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야 한다. 퇴직해서 이미 높은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연금수령액도 필요하면 조정해야 한다. 반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연금급여의 지급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책임을 부담해야 할 우선순위는 국민연금이며 공무원이나 군인들도 본인들이 직역연금을 할지 국민연금을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금제도간 형평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클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중부담-중급여 수준의 연금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연금가입자들의 보험료로 보험급여액이 100% 충당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적연 금의 경우 대체로 저부담-고급여로 지속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여 세대 간 불평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단 급여를 올린 후 보험료 인상을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심각한 노인빈곤을 완화하고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퇴직연금, 국민연금, 개인연금, 기초연금 등 전체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높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만 가지고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인 기여와 상관없는 기초연금을 계속 늘리면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민간보험이나 개인연금과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여 중산층 이상은 자신이 낸 보험 료로 노후보장을 받고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면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특수직 역연금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적자 구조를 해소하고 부담과 급여 수준을 조정한 후 국민연금과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사학연금도 마찬가지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 국민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노인빈곤을 예방할 수있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은 시급하다. 연금개혁은 연금별 이해집단의 존재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여 정부의 합리적 리더십에 근거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이 수익성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운용 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개입의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의 관리와 운용에 대한 권한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인사개입도 전면적으로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운용을 위해 정치적 자의성을 배제할 수 있는 객관적으로 독립적인 연금운영기구를 만들어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으로부터 독립하도록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개혁하여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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