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인재경영

우리나라의 퇴직 평균연령은 49.1세라고 한다. 반면 2017년 5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고령층은 72세까지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퇴직하는 연령과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희망연령 사이에 23년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조기퇴 직을 한 후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세대를 일컫는 ‘반퇴세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인생을 100세까지로 본다면 50세 이후 후반 기의 인생은 앞서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중장년 반퇴세대가 50대 이후에도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경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필자도 반퇴를 경험했다. KT에 입사해 20 년 넘게 근무하다가 2009년 퇴직했다. 이후 하림그룹과 차병원그룹,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50대에 퇴직해 다섯 번 직장을 옮겨 가며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가끔 어떻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에 도전할 수있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오래된 습관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

KT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첫 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종무식이 끝나면 하는 일이 있다. 서재에서 홀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그 해 업무적으로 이뤘던 성과를 정리하는 것이다.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면 1년간의 압축 이력서가 완성된다. 이것을 매년 하다 보니 5년 단위, 10년 단위의 방대한 이력서가 업데이트되고 만들어졌다. 그 자료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동안의 궤적이 자연스레 그려지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잡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력서는 그간 해온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도큰 도움이 됐다. 언뜻 보면 정보통신과 농축산식품, 헬스케어 그리고 지하철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KT에 근무 하던 시절에는 통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통신이 뛰어들 새 영역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식품업이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할 때는 건 강한 삶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통해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 인지 도출할 수 있었다. 본질에 대한 경험이 있는 만큼 교통도 이해 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돌이켜보건대 큰 그림으로 보면 업의 본질은 늘 같았다. 통신이 말로써 사람을 연결하듯 지하철도 결국 레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일이었다.

경력 관리는 자신의 업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또어떤 일을 하면서 기쁨과 희열을 느꼈는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밑그림이 그려지면 그 다음부터는 업에 대한 연속성을 가지고 감각과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면 된다. 혹자는 이런 것을 비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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