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전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 문용기 맨파워코리아 회장

국내 HR서비스 산업은 산업발전과 국가 고용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음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파견직을 양산하는 주범으로까지 인식되며 큰 위기에 빠져 있다. HR서비스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왜곡된 시선은 HR서비스 업계가 맞닥뜨린 커다란 벽이다. 본지는 HR서비스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기업 ‘맨파워코리아’의 문용기 회장을 만나, 부정적 인식이 생기게 된 원인과 해결방안 나아가 인식개선을 위한 업계의 노력과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문 회장은 “불경기를 이유로 ‘싸게 더 싸게’를 외치는 갑의 주문에 단호히 ‘No'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HR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사용자와 제공자 간의 ’갑을‘ 관계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는 ‘윈윈’ 관계를 강조했다.

HR서비스 업계가 당면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계 대표기업의 수장으로서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HR서비스 산업은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퇴직한 노년층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누구보다 앞장서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마치 HR서비스(아웃소싱)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에서 빼앗는 것으로 왜곡, 평가한다. 그런 시각은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 더욱 만연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HR서비스는 단순한 비용절감 방안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업은 핵심 업무 외의 ‘비핵심 업무’를 HR서비스를 통한 아웃소싱으로 외부화 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재, 아웃소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산업 진입에 따라 파생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를 외부 인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기업 경영전략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경비나 미화, 공장 제조 등도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이해와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다. 수요기업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전문적인 인력이 채워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 에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단순 인력 아웃소싱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그릇된 인식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우리 업계 뿐아니라 사회 전반에 남겨진 숙제다.

파견 직원들의 임금, 복리, 후생 등에 대한 차별 사례가 사회 전반에 불거지면서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이 힘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임금 차별화 등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가 있음은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모두 아웃소싱 업체에 떠넘기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아웃소싱 업체 직원들은 고객사에게는 비정규직이지만 우리에 게는 정규직 직원들이다. 직원들의 월급을 인상시켜 상향평준화하 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렇다고 일부에서 비판하듯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경우도 없다. 그럴 경우 우리 또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금이라도 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고 지방은 더더욱 심하다.
파견 직원과 기업의 정규직 간 임금차별 등 처우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고객사와 고객사 정규직 노조 등 관련한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시장 내에서 관련 법안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임금 양극화 해소에 임해야지 무조건 아웃소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임금 불균형 해소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아웃소싱 업계 전반의 침체, 즉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HR서비스 업계의 노력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이다. 맨파워코리아의 경우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기업이다. 도덕적이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야만 상장을 유지할 수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 국내 HR산업의 경우 소규모 개인 운영 업체가 대부분이다. 건전한 재무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업계 전체가 나서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에 힘써야 한다. 노동 관련법을 준수하고 세법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우리 업계를 보는 그릇된 시각과 오해가 풀리고 우리 또한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떳떳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영세 사업자들이다보니 실적 중심으로, 저가경쟁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지속되면 결국 서비스 질은 저하되고 업계 전체가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한다. 실적 위주 계약 보다는 공정하고 제 값 받는 계약 방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수석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에서도 준법․윤리 경영과 업계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에 대해 부단히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우리 산업을 바라보는 기존의 잘못된 시각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자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법정사항에 따른 기초고용질서 준수는 기본이다. 특히 맨파워코리아는 자체 보유한 시스템인 PPS(Predictable Performance System, 업무수행예측시스템)를 운영해 인재의 정확한 평가, 선발과 파견, 지속적인 교육 및 관리를 제공하고 고객과 컨설턴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기술 평가부터 인터뷰, 교육, 기술개발, 업무선택 및 파견, 업무평가시스템 등에 따른 우수사원 인정과 포상에 이르기까지 각 부분들이 유기적 으로 연결된 차별화된 서비스다.
이러한 시스템에 기초해 고객사에 필요한 보다 전문적인 맞춤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가치 있는 인력을 제공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맨파워 코리아의 궁극적인 목표다.
고객사와의 영업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공정하거나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계약의 경우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팀이 자체 수립한 기준에 따라 분석하고 기준 이하일 경우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영업이익률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오히려 서비스의 질만 떨어진다면 HR서비스의 본래 취지와도 배치된다. 이는 파견 직원들의 처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다행히도 많은 고객이 여전히 아웃소싱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중요시하고 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모든 기업이 저가의 아웃소싱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비용이 조금 부담되어도 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늘어난다면 HR서비스 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고객사라 할 수 있는 기업의 HR담당자들에게 HR서비스 산업에 관한 이해를 당부한다면.

고객사가 HR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분명 목적이 있다. 무조건 값싼 인력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력은 기업이 가용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과연 어느 업체가 최고․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잘 선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해당 기업의 아웃소싱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도 마련 되어야 할 것이다. 평가기준이나 적정한 프로세스 없이 저가의 HR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궁극적으로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다. 서비스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는 인력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고, 제조업의 경우에는 작업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다. 인식의 전환을 청하고 싶다. 전문성을 담보한 인력이 회사의 비핵심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웃소싱의 근본 목적이자 기업이 원하는 바임을 HR담당자들도 제대로 인식하고 HR서비스 업계와 ‘윈윈’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입법부를 비롯한 정관계 각 분야의 관계자들에게 HR서비스 산업 인식 개선을 위한 당부를 전한다면.

기업은 사실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 주체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실업률이 올라가고 국가 경제 또한 침체된다. 정부 또한 다양한 측면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잘 되어야 나라가 살 수 있다.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 기업이 전문성을 띠고 핵심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비핵심 분야에서 측면 지원할 인력이 필요하다. 기업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면 HR서비스, 즉 아웃소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웃소싱은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 에도 필수적인 요소다. 정부의 정책결정자들, 그리고 입법부의 정치인들께서 이에 관한 합리적인 이해와 더불어 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HR서비스를 바라봤으면 한다. 임금격차 등의 부수적인 문제는 파견법 등 관련 법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아웃소싱의 긍정적인 부분을 감안한 지원대책과 더불어 이에 따른 부작용들을 하나하나씩 해소해 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이면 맨파워코리아 합작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이한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HR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향후 계획을 밝힌다면.

단순한 외형적 성장이 아닌 가깝게는 고객, 나아가 사회 전반의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신뢰받는 아웃소싱서비스 공급자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다. 관련 법 체계를 이해하고 준수하며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글로벌 리딩업체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줄곧 설명 드렸듯 현재 HR 서비스 업계의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고 싶은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Career Counselor’로, 고객사들에게는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전문 인재를 소개함으로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Trusted Advisor’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운영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맨파워코리아가 HR서비스 업계 표준이자 모범이 될 ‘벤치마크’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건전한 재무상태를 지속하면서 매출 1조원 목표를 단시간 내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맨파워코리아의 이러한 성장이 HR서비스 산업이 우리 경제 성장 동력의 중추임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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