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경 이베이코리아 인사 부문장

다국적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ebay)는 2001년과 2009년, 옥션과 G마켓을 차례로 인수합병하고 2011년 이베이코리아로 정식 출범, 한국 오픈마켓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글로벌기업의 수평적 조직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았다는 평을 들으며 수년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대외적 성장 못지않게 탄탄한 기업문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김이경 이베이코리아 인사 부문장은 20여 년 동안 인사·조직관리 분야에 주력한 HR 전문가로, 2016년 합류 이후 ‘리더를 통한 기업문화 만들기’에 집중하며 ‘함께 성장하기 좋은 기업’으로의 퀀텀 점프를 준비한다. 강남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베이코리아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곧은 눈빛과 간결한 어조로, HR은 가치창출부서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베이코리아가 그리는 HR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베이코리아 인사 부문장으로 보낸 2년을 되짚어 본다면.

나의 미션이자 열정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업과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는 HR의 비전이기도 하다. 출발점은 비즈니스와 조직에 대한 이해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다. 10여 년을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과 한국식 기업문화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 입사 초반에는 비즈니스와 조직에 맞는 운영안 설계에 집중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직률 6% 미만, 구성원 남녀비율 1:1, 수평적 기업문화를 자랑하는 건강한 기업이지만 글로벌기업으로 서의 경쟁을 갖추려면 구성원들의 새로운 마인드셋이 필요하고,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자질을 갖춘 리더를 육성, 배치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업계의 HR 이슈와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타 기업들이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려 애쓰는 것,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 할지라도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는 것은 HR 부문에서도 큰 이슈다. 이베이라는 글로벌기업의 한국 지사로서 현재 1,000여 명 정도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가 약 4~5,000명으로 움직이는 경쟁사들과 상대하려면,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Right People’을 적시에 뽑아 적재에 배치해야 하는데 대기업과 동일한 포지션으로 경쟁하는 데 있어서는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AI, 빅데이터 등 최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군은 특히 치열하다. 좋은 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기업 브랜드가 강해져야 한다는 명제가 있지만 그와 함께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미션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따라서 우리의 HR 전략은 ‘현업의 요구에 따라 해당 실무진이 직접 채용’에 참여하는 것이다.

채용 프로세스와 인사부서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

객관적이고 명확한 직무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는 실무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업에서 채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시기, 방식, 단계 등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부서장에서 끝날 수도 있고, 대표 인터뷰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필요 시 인사부서가 함께 평가하기도 하며 해당 부서에서 채용을 확정 짓기도 한다. 인사부서는 인력을 시장에서 재빠르게 소싱하고 인터뷰 환경 및 툴을 제공하는 등 채용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채용을 직접 진행하는 현업 담당자에게 요구하는 중요한 원칙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인터뷰하는 본인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만 뽑아라’, 둘째, ‘회사 문화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문화를 파괴할 사람을 뽑아라’이다. 원칙에 입각해 채용된 일원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일 또한 현업의 몫이다. 앞서 언급한 리더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피플 매니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그들을 선정, 육성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일 잘하는 기준으로 팀장, 실장 등 리더를 뽑았다. 이는 그야말로 업무관리능력에 한정된 직급이지, 사람과 소통하고 코칭하는 역량과는 별개다. 축구를 잘하는 것과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보면 명확하다. 이베이코리아는 ‘리더는 걸어 다니는 기업문화’라는 인식을 정립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즉, 피플 매니저는 팀원을 매니징하는 팀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 코칭 역량이 있어야 한다. 업무를 많이 알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한 번팀장이 영원한 팀장일 수도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해야 하며 팀원들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원칙은 현업에서 팀장을 선발하지만 인사부서에서 기본적인 팀장 후보군을 관리 하고 있다. 현재 총 150여 명의 피플 매니저가 있으며 워크숍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 ‘LeaderAsCoach’라는 10주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모든 피플 매니저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교육내용은 글로벌 코칭기법과 다양한 소통, 관리방법 등을 조직에 맞게 재설계해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150여 명의 리더가 갖는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가벼울 리 없다.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인사부서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피플 매니저의 비전은 명확하다. 직원의 성장과 자기계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들과 함께 본인도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직원과 대화하라, 장점을 파악하고 공유하라, 연습하고 실패하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부담감보다는 열정과 보람이 더 큰 자리다.

피플 매니저로 인해 정작 인사부서의 기능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이베이코리아에서 인사담당자는 어떤 위치인가.

인사부서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각 부서의 리더인 피플 매니저가 있다면, HR 조직 구성 원은 ‘피플 파트너’라고 부른다. 산업,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HR 전문가들이라고 보면 된다. 리더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역할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사관리 제도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실행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에 취약하다. 새롭고 좋다고 보이는 것들은 굉장히 빨리 도입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이유는 제대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제도, 프로세스, 시스템 등)와 소프트웨어(사람, 리더십, 환경, 문화 등)의 버전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사부서는 최상의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그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담당한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리더를 배양하고 기업 전체에 영양소를 공급하도록 설계하는 가치창출자다.

‘님’ 호칭이 기업문화를 많이 바꿨다고 들었다. 타 기업에도 추천할 만한 제도인가.

적극 장려한다. 시행한지 딱 2년이 됐는데, 구성원 간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가 언어인 점을 감안할 때,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의 제 1순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호칭문화를 바꾸는 일일 것이다. 그간 인사부서에서 물밑으로 제안했던 내용이 타운 홀 미팅에서 전 직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의견 수렴을 통해 하나의 뜻으로 모아졌다.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직급의 예외가 없다. 인사부에서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언제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호칭 하나로 갖춰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호칭의 수평화에 부합하는 일하는 방식을 지녔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보수적인 조직들에 비해 굉장히 수평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남다른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효율에 기반하여 건강한 근무 방식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이다. 대신에 대표, 전무, 부서장 등 남들이 높다고 생각하는 자리의 사람들과도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랄까. 그만큼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고 있다. 어찌 보면 특정한 회의문화, 보고문화의 기준이 없는 것이 우리의 특색이라 하겠다. 리더가 팀 또는 개인과 소통할 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방식을 쓰라고 권한다. 다만, 리더들에 대한 교육과 당부는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성과가 뛰어난 팀과 개인을 마음껏 축하하고 독려하는 문화를 지녔다. 뛰어난 사람과 함께 일해야 본인도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어떤 평가방식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정답은 없다. 절대적 상대평가나 온전한 절대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 장단점을 이해하고 업의 성격과 회사의 특성, 조직의 수준과 단계 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대다수 기업이 내부 분석과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평가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적시(適時) 피드백’이다. 직원들은 충분히 성숙하며 자신의 일과 성과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설령 본인이 평가를 잘 못 받아도 그것이 합당하게 설명된다면 겸허히 받아들인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를 하려면, ‘미리 그리고 제때 피드백’해야 한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평가의 횟수나 시기의 문제로 국한시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평가의 목적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있으며, 이는 합리적인 피드백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신뢰가 생기고 조직이 건강해진다. 때문에 우리는 피플 매니저를 통해 언제든 피드백과 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제때에 적절한 피드백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어떤 평가방식이냐의 문제는 기업의 선택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지향하는 기업 이미지는 무엇인가.

일하기 좋은 기업,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갖춰진 기업 등좋은 기업문화를 논할 때는 항상 이베이코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일하기 좋다는 말이 일하기 편한 회사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 또한 체감했다. 적은 인력이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을 항시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일하기 좋은 기업을 넘어 ‘함께 성장하기 좋은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조직에 도전할 줄 아는 인재를 채용하고, 피플 매니저가 적절한 피드백과 코칭으로 이끌며, 성과를 축하하고 나누는 프로세스를 통해 개인과 팀, 회사가 더불어 성장하는 선순환을 그릴 것이다.

2019년 인사부서의 계획, 목표가 궁금하다.

‘리더를 통한 기업문화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다. 기업문화는 인사부서, TF가 서류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고민은 함께 하되, 실행과 변화는 각 부서의 ‘리더’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리더는 걸어 다니는 기업문화’라고 말한다. 채용, 승진, 보상 등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항목들을 실행하는 리더가 누구이고, 그가 어떠한 역량을 지녔느냐에 따라 기업문화는 달라진다. 따라서 리더를 통한 소통, 피드백, 코칭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사부서에서 다양하고 실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지속 성장하는 HR이 되기 위한 조언을 덧붙인다면.

인사부서, 인사담당자부터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지원부서로 한정 짓고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HR은 가치창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좋은 회사, 성장하는 기업의 시작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인사(人事)’였다. 자신감, 자부심, 책임감을 지니라고 당부하고 싶다. 더불어 인사담당자가 지녀야 할 세 가지, ‘Insight, Influence, Impact’를 조언한다. 인사담당자는 본인만의 통찰력(Insight)을 가지고 타인에게 영향(influence)을 미치며,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충격(Impact)을 주어야 한다. 직급이나 위치는 중요치 않다. 이 세 가지를 목표로 삼는다면 사람과 업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데 추진력이 생길 것이다. 대신, 앉아서 책상만 파는 HR이 아니라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밖에서 답을 구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앞서 말한 통찰력은 다양하게 보고 경험해야 가질 수 있다. 끝으로 인사담당자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최고의 경영학자이자 경영컨설턴트인 Tom Peters의 『The Professional Service Firm 50(Reinventing Work), 1999.』는 ‘HR은 가치창출부서’라는 철학을 갖게 한 책이다. 미래학자 Daniel Pink의 『To Sell is Human, 2013, 한글역서 –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인사부서가 그저 앉아서 열심히 자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며 인사담당자로서의 경쟁력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안팎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