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기 이노비즈(INNOBIZ)협회장

‘도전’과 ‘열정’, 그리고 ‘사랑은 행동이다.’ 성명기 (주)여의시스템 대표이사의 삶은 그가 쓴 세 권의 책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 400억 매출을 자랑하는 견실한 기업의 CEO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또 자신과 가족의 잇따른 투병이라는 고통과 맞설 때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도전과 열정 두 단어였다. 지난(至難)한 삶 속에서 사랑의 힘,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경영에 행동으로 솔선했고, 혁신과 더불어 ‘따뜻한 동행’을 슬로건으로 이노비즈협회를 이끌어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주축 기업군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성 대표이사를 만나 도전과 열정, 행동과 동행이 어우러진 그의 삶과 경영스토리를 들었다.

 

여의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1991년 설립한 여의시스템은 산업용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IT장비를 개발하고 제조한다. 자동제어 관련 시스템 통합 비즈니스를 시작으로 성장했고 이후에는 산업용 컴퓨터,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 등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업체로 변화를 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기버스 디지털노선 안내기와 서울교통공사의 디지털 안내방송 및 광고시스템 등 대중교통 안내시스템, 공항 디스 플레이시스템 등은 모두 여의시스템의 제품이다. 무선 주파수 측정 검사 컨트롤러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모션비전 전용 컨트롤 러, 스마트폰의 대용량 O/S 및 유저 바이너리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컨트롤러 등 여러 산업군에 필요한 핵심장비도 생산한다. 현재 80여 명의 직원들이 각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 제품 생산에 임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58억 원, 올 상반기에는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7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강소기업이다.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전 임직원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혁신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 비즈니스 아이템과 현재 우리 기업의 주력 아이템은 전혀 다르다. 그만큼 시장 변화를 발 빠르게 인지하고 그에 맞춰 혁신적인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려 노력했고 그게 주효했다. 고객의 요청과 눈높이에 맞춘 소량다품종의 니치 마켓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경영방침도 지속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경기는 끊임없이 바뀐다. 기업을 경영하며 부채가 없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기업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IMF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그간 위기도 많았지만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기에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라는 높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쓴 것도 주효했다.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 속에서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과 감히 사고를 전환했다. 효과적이고 내실을 갖춘 교육을 통해 임직 원의 역량을 높여 나갔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지속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건강하고 튼실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원동력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의시스템이 현재의 자리에 있기까지 어려움, 위기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위기도 많았다. 하지만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값진 교훈은 이후 기업을 경영하는 자산이 됐다. 첫 위기는 창업 초기 온가족이 죽음과 사투를 벌인 것이다. 창업 10개월 만에 큰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다. 아내는 그 충격으로 둘째를 유산했고 폐결핵에 걸렸다. 끝이 아니었다. 병마는 나에게도 덮쳤다. 위암이었다. 위 절반을 떼어냈다. 다행히 온 가족이 병마를 이겨냈지만 정말 힘겨운 시기였다. 그렇게 폭풍처럼 몰아친 병마를 극복하며 경영에 관한 나름의 가치관을 세울 수 있었다. ‘언제 어느 때 우리 기업에도 이런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난관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회사를 만들 자’고 다짐했다.
여의시스템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국내 많은 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던 2000년대 초반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중국으로 옮기며 자동제어 관련 장비 시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때도 전 임직원이 죽기 살기 각오로 혁신해 위기를 넘겼다. 기업이 기술만 갖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재경영에 눈을 뜬 것도 이때부터다. 회사의 살림을 직원들 에게 공개하는 ‘투명경영’과 더불어 ‘성과보수제’를 도입했다. 직원 들을 경영의 주체로 세우고 다양한 교육과 복지혜택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았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과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여의시스템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 흐름 속에서 특히 스마트 팩토리 관련 사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실제로 산업용 빅데이터, 딥 러닝, 비전 검사장비, AGV(자동 주행 장치), 무인 주차관제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고객 맞춤형 전용 장비를 자체 개발해 생산, 납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신기술의 개발 추이를 살피고 이에 맞춘 전용 장비를 맞춤 생산하는 사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걸맞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 분야의 제품을 연구해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자고 주문하고 있다.

직원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우수하고 직종에 적합한 인재 채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부 인력의 역량을 향상하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것이 학점제다. 모든 직원은 입사 시점부터 매년 20학점에 해당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과목은 독서, 외국어, 직무교육 등이며 우수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직원 교육을 위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혁신경영 방침에 따라 수익의 25%는 주주에게, 25%는 직원 인센티브, 나머지 50%는 재투자비용으로 사용되며, 재투자비용 절반은 직원 교육 및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대한민국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여의포럼’을 비롯해 CEO와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아이디어와 기업의 개선사항 등을 가감 없이 토론하는 CEO와의 대화, 브레인스토밍 회의, 해외 배낭 여행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직원 역량 제고에 힘쓰고 있다.

여의시스템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소개한다면.

직원들과 항상 다짐하는 것 중 하나가 ‘블루오션은 없다. 끊임 없는 도전이 요구되는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소기업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하나 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 되고 만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간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하는 전략을 써 왔다. 중․장기적 플랜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퍼즐 ‘판’에서 우리 제품을 적용시킬 수 있는 퍼즐 ‘조각’을 찾아내 이를 개발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인 4차 산업혁 명과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필요한 기술력과 신뢰를 지속화하는 것이다.

틈틈이 쓴 글을 엮어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 소개와 함께 평소 마음에 품은 명언이나 멘토로 삼은 위인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2008년 펴낸 「도전」은 창업 과정을, 2014년 출간한 「열정」은 기업 경영과 주변인들의 삶을 담았다면 올 가을 펴낸 「사랑은 행동이다」는 삶과 사랑 이야기다. 세상을 살아가며 실제로 만나고 겪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 책 제목 또한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좌우명이자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나는 평범하게 살아온 강한 자를 만난 적이 없다’이다. 가족의 투병 등 쉽지 않았던 삶이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고 어지간한 어려움 또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 감을 얻는 계기였기에 특별히 와 닿는다. 신자는 아니지만 ‘범사에 감사하라’는 구절도 좋아한다.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차를 타는 그런 삶에 감사할 것이 아니다. 하루를 보낸 후 저녁에는 손주 웃음소리 들으며 쉴 수 있는 그런 일상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이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함을 마음에 새긴 다. 멘토로 삼은 위인은 이순신 장군이다.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정말 훌륭한 CEO였다. 왜가 침략할 것임을 예측해 준비 했고 거북선이라는 제품을 실제 전투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재창조했다.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과 더불어 꼭 필요한 제품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안목과 통찰력은 오늘날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도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본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모임인 이노비즈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 소개를 부탁한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며 견실한 중소 제조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을 위한 정부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노비즈,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시작이다.
‘이노비즈(Inno-Biz)’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Business)의 합성어로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스케일업 (Scale-up, 성장․성숙기) 기업군이다. 지난 2001년 1,090개사로 시작해 현재 1만 8,000여 개사로 외연을 넓혔다. 이노비즈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일명 ‘오슬로 매뉴얼’로 불리는 국제적 혁신기준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정부에서 인증한 체계적 R&D와 지속적인 기술혁신 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노비즈기업은 실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수출액이 7.2%씩 증가했다. 이노비즈기업의 총 수출액은 2016년 말 기준 중소기업 총 수출액의 39.1%에 달한다.
2002년 12월 설립된 이노비즈협회는 이노비즈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노비즈(Inno-Biz)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하고 국내외 기술혁신 네트워크 구축과 경영활동 등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취임 후 1년 9개월여가 지났다. 그간 활동을 결산한다면.

‘혁신, 그리고 따뜻한 동행’이란 슬로건 아래 △글로벌 진출의 허브 △취업하고 싶은 튼튼한 일자리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 주도 △사람중심의 기업가 정신이라는 이노비즈 4대 혁신 아젠다를 충실히 실천하려 노력해왔다.
협회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그동안 태국, 베트남, 이란, 인도네시아 등에 기술교류센터를 설립했고 중국 하얼빈에는 이노비즈 대표부를 운영하면서 시장 개척을 위해 기업인들을 활발히 파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 주도를 위해 협회는 중소기업형 스마트 팩토리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별히 내년부터 국가 R&D 바우처 사업에 이노비즈 기업이 참여하게 된 것은 정부가 이노비즈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 평가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라고 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이노비즈기업의 활약도 크다. 대기업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노비즈기업들은 연평균 3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보람이다.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근래 이노비즈기업의 인력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 구현은 슬로건에 담은 ‘따뜻한 동행’과 맥을 같이 하며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하는 내용이다. 중소기업 단독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융․복합에 나섬으로써 보다 혁신적인 기술,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 간, CEO 간 따뜻한 마음으로 상호 신뢰하는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화산폭발지역인 시나붕에 도서관을 건립해 달라는 현지 정부의 요청에 화답해 이노비즈협회 회원들이 3만 달러를 불과 하루 만에 모금해 지원하기도 했다.

재임 사례가 흔치 않음에도 6대에 이어 8대 협회장 또한 맡아 헌신하고 있다. 협회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 안살림을 챙기는데 충실해야지 협회장과 같은 감투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그럼에도 세상일이 다 그렇듯,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도 없다. 회장을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 협회를 이끌어 나가려 노력했다. 내 작은 노력이 기술혁신 강소기업들의 성장에 밑거름이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협회 회원사와 동료 기업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2년 가까운 기간 협회를 잘 이끌어 올수 있었다.

중소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정부 관계자에게 주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기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노비즈 기업은 혁신성장을 잘 할 수 있는 맞춤 기업이다. 지난 8년간 매년 3만개 이상, 총 26만 7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고, 총 매출 액은 2015년 258조 원(평균 147억 8000만 원)에서 2016년 271조원 (평균 153억 1000만 원)으로 증가하는 등 우수한 경영 및 수출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 성과를 보이는 이노비즈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노비즈기업은 일자리 창출로 보답할 것이다.

월간 인재경영의 독자인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격려 또는 조언을 해준다면?

넓은 안목과 깊은 성찰로 미래 선도 기술을 찾아내야 할 책임이 CEO에게 있다. 400억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경영하지만 경영자가 직접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아니 이제 그렇게할 수도 없다. CEO에게는 그만의 역할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 자가 단원 각자의 역량을 조화시켜 아름다운 선율로 청중을 감동시키듯, CEO 또한 인재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기업과 동행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맨 앞자리에 있음을 기억하고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과 인재, 두 가지 축으로 지탱한다. 한편으로 인재의 역량에서 기술도 구현되기에 사람이야말로 기업 경영의 시작이자 끝,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크게 성공했던 과거 몇몇 벤처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잃고 금세 사라진 것은 인재경영은 등한시 한채 기술개발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다. 인재경영에 관한 투자에 무엇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명기 대표
◇ 1954년 대구 출생
◇ 1980년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 1991년~현재 (주)여의시스템 대표이사
◇ 2013년~2015년 이노비즈협회 제6대 협회장
◇ 現 이노비즈협회 제8대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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