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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시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답이다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승환 부편집장 | 2018년 12월호, 제166호 | 승인 2018.11.29 14:47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으로 대중들에게도 낯익은 최재붕 교수(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는 학계를 대표하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다. 미래제품 디자인을 선도하며 ICT분야 대표 학자로 활약하는 그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스마트 신인류가 디지털 대변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이러한 신인류가 이끌고 있는 디지털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최 교수를 만나 포노 사피엔스로 정의되는 디지털 신인류란 무엇이며 급격한 변화에 우리 사회와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들었다.

‘인류가 바뀌었다.’ 언뜻 파격적이지만 우리가 마주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최 교수는 단언한다.

“4차 산업혁명의 근본적 원인은 인류가 급격히 변화한 데서 발생한 일이라 생각한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인류는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반면 스마트폰 등장 이후 폰을 통해 정보를 얻기 시작 했고 특히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 골라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하고 길을 찾고 지식을 탐구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전혀 다른 소비 패턴과 생각을 가진 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인류는 2022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80% 에 달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 가 전혀 다른 시장의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시장의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미래제품 디자인 연구에서 인류의 변화를 확인하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최 교수는 특별히 미래제품 디자인 연구와 제품개발에 주력해왔다. 삼성전자와 다수 중소기업의 새 제품 개발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향후 인간의 니즈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한 제품 개발에 힘썼다. 다만 그가 밝히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
바로 연구 개발과 디자인에 ‘미래에는 사람이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담는 것. 때문에 진화론, 심리학, 예술, 철학, 디자인 등 인간을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 학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5~10년 후 미래 인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에 따른 공학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디자인해왔다. 인류의 변화를 명확히 인지한 것은 이 작업을 지속하면서부터다. 최근 시장 변화의 원인이 바로 사람의 변화에 있으며, 그 한 가운데 포노 사피엔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신인류를 지칭한다. 특별히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 스마 트폰을 손에 쥐면서 디지털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 거의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에 기반한 삶이 몸에 익은 세대들. 이 포노 사피엔스의 선택에 의해 시장의 혁명적 교체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최교수의 진단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이끄는 시장의 혁명적인 변화

“포노 사피엔스는 TV 대신 유튜브를, 신문이나 방송 대신 포털을 통해 뉴스를 검색한다. 다양한 SNS로 타인과 소통한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을 ‘중독’이라고 폄하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포노 사피엔스는 1인 미디어의 발달, 앱을 통한 고객 채널 강화 등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었다.”

글로벌 IT기업의 성장과 소멸의 변화 또한 꾸준히 주목해 온 그는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소비행동 변화로 글로벌 기업의 판도 또한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변화해왔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을 봐도 극명하다. 2018년 5월 기준 글로벌 1~5위는 애플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다. 이 자리를 차지했던 소니, 파나소닉, 노키아, 모토로라 등은 사라져버렸다. 글로벌 선도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류가 폰을 들고 변화함에 따라 그들의 행동변화를 정확히 포착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장한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로 그는 제2의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흥행을 꼽았다. 중국 공영방송에서는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TV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연인원 37억 명이 시청하며 폭풍 신드롬을 일으켰다. 치맥과 전지현 코트․립스틱은 대륙의 아이템이 됐다.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구매하는 이들의 존재와 가치, 저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중국은 포노 사피엔스 시장을 장악하고 변화의 물결을 이끌어가고 있다. 1인 미디어를 통해 문화 콘텐츠는 물론이고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플랫폼 환경을 구축했다. ‘왕홍(网红)’ 은 뷰티나 여행, 패션, 푸드 등을 테마로 방송하는 스타급 BJ를 가리 킨다. 이들은 단순한 인기 방송인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중국 내수 시장 장악력은 물론,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 하는데 있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플랫폼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 다. 실제 왕홍이 진행하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중국 내 연인원은 30 억 명에 이르며 하루 평균 2,000만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는 등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

잠재력 그리고 규제라는 장애물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포노 사피엔스가 몰고 온 혁명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최 교수는 대한민국의 잠재력만은 세계 톱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구글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대결을 왜 한국에서 열었 을까. 그만큼 한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 능력에 있어서도 우리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글이라는 글로벌 기업과 맞서면서도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그 잠재력을 북돋아 한 단계 더성장하는 데 있어 여전한 어려움이 있다.”

최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걸쳐 전통적 산업 가치에 치중하고 기존 비즈니스의 틀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며 이런 수비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는 혁신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또한 혁신 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장애물의 하나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규제들이다. 실제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국내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근래에는 ‘카카오 카풀’이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제동이 걸렸다.

“스마트폰 기반의 카카오 택시 도입 후 택시업계 평균 매출은 10% 이상 늘었다. 이렇게 데이터가 증명하는데도 여전히 믿지 않는다. 여전히 소비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소비자이지 절대 정치권력이 아니다. 35억 인류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이런 흐름은 억지로 규제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 교수는 애플과 아마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으로까지 혁신의 외연을 넓히는 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고 전한다. 세계는 데이터 워크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페이퍼 워크’ 수준이라는 것. 기업 또한 이러한 변화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발 빠른 대처에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디지털 대변혁과 소비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그동안 제조업 기반의 성장에 치중해 온 한국기업은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할까.

“한국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그간에는 스펙을 정하고 단기간 내에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내면 됐다. 하지만 이제 어렵다. 소비 자들은 모두 디지털 플랫폼 안에 있는데 기업은 밖에서 안주하고 있으니 자연 소비자와 괴리되고 마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성공적 으로 수행할 인재를 영입하거나 양성해야 한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 구현 뿐아니라 어떤 제품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관해 능통해야 한다. 더불어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에 대해 보다 능동적인 도입과 시장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소비는 주로 ‘팬덤’에 의해 주도되는데 이 팬덤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있어 빅데이터는 필수적인 요소다.”

미묘한 차이, 그리고 그럼에도 인간이 답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빅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것만으로 당면한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대처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보다 더관심을 기울여야 할 한 가지를 강조했다. 인간은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기술적 스펙이 인간의 감성에 기초해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

“엥프라멩스(Inframince),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차이를 인간만은 구별할 수 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 중국의 DJI는 사람들이 비디오촬영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꿰뚫어 영상 촬영 기술에 초점을 맞춘 드론을 생산해 세계 1위 드론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뱅크가 경쟁 은행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를 열광시킨 귀여운 캐릭터 때문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결과는 압도적이다. 스마트폰을 든 인류의 감성을 자 극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차이를 찾아내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구현 해야 한다.”

‘사람이 주인’이라는 명제로 미래 제품 디자인 연구를 시작해 신인 류의 등장으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선견을 갖고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그는, 대중강의 말미를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명제로 결론짓는다. 언뜻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대목, 부연을 부탁했다.

“방탄소년단의 사례가 그 답이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톱스타가 된 것은 그들의 실력에 더해 팬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클럽 ‘ARMY’가 그들의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홍보해도 노래가 좋지 않다면 팬이 계속 늘어났을까? 결국 이친구들이 팬덤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팬이 좋아할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공감능력이라고 여긴다. 공감 능력 덕분에 팬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팬덤을 만들 수있을까.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다. 스마트폰을 든 인간의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이 진짜 좋아할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 이게 답이라면 ‘사람이 답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승환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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