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현 발행인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 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신년 아침 덕담의 화두로 ‘라이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라이벌은 ‘같은 하천을 이용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식수 등 생활용수의 취득이 용이한 강가에 모여 살았습니다. 당연히 물 사용권과 더많은 할당량을 두고 강 건너편의 사람들과 다툼을 벌이는 일이 잦았습니다. 강 건너편의 사람들을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라이벌,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라이벌은 단순히 상대를 배척하고 경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발전과 진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우리 기업 중에도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삼성과 LG입니다. 두 대기업은 30년 넘게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덕분에 지금 우리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며 편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삼성과 LG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세계적 기업이란 이름으로 우뚝 선기업들이 많습니다. 독일의 자부심 벤츠와 BMW 또한 오랫동안 명차(名車)의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한 끝에 서로를 세계적인 강자의 반열로 끌어올렸고,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도 혁신적인 디자인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승패로 결론 나는 스포츠 세계에서 ‘라이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테니스의 오른손 황제 로저 페더러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 한솥밥 먹으며 등 번호 61번과 16 번의 자존심 대결을 펼쳤던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등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중 지난 겨울 우리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 이상화, 고다이라 나오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에서 나란히 은·금메달을 획득한 뒤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치 한 팀에서 나란히 메달을 딴 것처럼 서로를 토닥이면서 말이죠. 실제 고다이라 나오는 “‘이상화’라는 거대한 산이 없었다면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성장 근원이 이상화 선수임을 밝혔습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20대 중반 전성기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 은퇴를 고민했던 이상화 역시 30대의 나이에 활짝 핀 고다이라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둘은 서로가 있었기에 올림픽에서 멋진 승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라이벌 효과입니다. 항상 주시해야 하는 라이벌이 있으면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큽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는 이만한 도구가 없습니다. 라이벌로 인해 목표의식이 뚜렷해지고,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됩니다. 이상화의 평창올림픽 도전도, 고다이라의 뒤늦은 주법 변화도 서로의 성장에 자극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힘센 경쟁자를 두려워하거나 멀리 하지 않고 기꺼이 품을 수 있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올해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동반자 삼아 치열하게 경쟁하고 유쾌하게 승리하는 멋진 한 해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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