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때 미국의 101번 국도 실리콘밸리 근처에는 희한한 광고판이 걸려있었다. ‘{자연상수 e의 연속되는 숫자에서 첫 번째로 발견되는 10자리 소수}.com’ 이게 무슨 뜻일까?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그런데 가끔 ‘또라이’들은 차를 멈추고 그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는 그 문제에 도전한다. 자연상수는 로그값이 1이 되는 바탕숫자인데 2.71828182845…등으로 끝이 없는 숫자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1과 자기 자신으로 밖에 나누어지지 않는 10자리 수(소수)를 찾는 것이다. 그것도 맨 처음 나타나는 수를 말이다. 그 숫자에 .com을 붙이라는 이야기다. 수학에 좀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미친 짓이 있나 하고 웬만한 사람이면 가던 길을 다시 갈 것이다. 그런데 수학 좀 한다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밤새 그 문제를 가지고 끙끙거린다. 정답은 7427466391.com이다. 컴퓨터에 입력하면 홈페이지가 나온다. 구글에서 사람을 찾는 홈페이지이다. 거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몇 번의 문제가 더 주어지고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게 ‘합격’의 영광을 준다. 본인이 원한다면 구글 입사가 보장되는 것이다. 구글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수학의 천재를 원했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혈안이다. 맥킨지(McKinsey) 컨설팅에서는 1997년 『인재전쟁(War for Talents)』이란 책을 펴내면서 이 용어를 유행시켰다. 우수 기업일수록, 앞선 기업일수록 인재 찾기에 더 열을 올린다. 시대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를 하는 인재는 언제나 부족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요즘 같으면, 빅데이터나 AI를 하는 인재는 찾는 곳은 많지만 갈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당연히 시장원리에 의해 이런 분야 사람들은 몸값을 높게 부를 수있다. 그래서 기업의 리크루터들은 수시로 유명 대학을 찾아간다. 심지어는 CEO들까지도 대학생들을 위한 특강에 자주 얼굴을 내민다. 자신의 회사를 알리고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말 어떤 인재가 좋은 인재일까? 능력 있는 사람, 한 분야의 전문가, 지식이 출중하고, 경력이 많은 사람….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꼭 능력 있는 사람만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소위 재능 있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그들은 수학적 재능이나 날카로운 분석력,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인 사람, 이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따뜻한 미소, 부드러운 대화, 그리고 호감을 주는 인상, 긍정적 사고, 이런 것을 높이 산다. 재능이 아니라 태도를 보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창업자이면서 CEO인 허브 켈리허(Herb Kelleher)는 “태도로 뽑고, 기술은 교육시킨다(Hire for Attitude, Train for Skills)”고 말한다. 이런 회사가 사우스웨스트항공사만이 아니다.
일본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떻게 사람을 뽑느냐 물었다. 처음 대답은 인터뷰를 중시한다고 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데는 인터뷰가 좋다고 했다. 그런 다음 시간이 좀 흐르자 사실은 인터뷰 이전에 그 사람의 입사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어떻게 그러느냐고 했더니 입사지원자가 병원 입구에 도착할 때부터 그사람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했다. 정문에서 인터뷰 장소까지는 약간 경사진 길을 걸어와야 하는데 바로 그 장면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걸어 오는지, 오는 과정에서 병원시설이나 주변의 장식물에도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지 등을 본다는 것이다. 인간됨됨이는 바로 이런 사소한 것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그 요양병원에서 중시하는 것 역시 사원의 재능이 아니라 태도 즉 인간됨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