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

주한 외국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입니다!
韓 수출액 20%, 고용 6% 견인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첨예한 노사문제 그리고 각종 규제까지, 2019년은 그야말로 기업들 입장에서 첩첩 산중(疊疊山中)이다. 실제 주요 경제단체들의 새해 신년사 키워드도 이구동성 ‘변화’, ‘혁신’으로 요약된다. 기업하기 힘든 환경은 주한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Korea Foreign Company Association) 회장은 “달라진 노동정책과 각종 규제, 여기에 더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혜택 폐지는 국내 투자유치에 악영향으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유연성 있는 규제완화와 투자환경 개선을 바란다”고 주한 외국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며 대한민국 경제 중심을 든든히 채우고 있는 한국외국기업협회의이 회장을 만나 협회 역할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먼저, 한국외국기업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외국기업협회(이하 협회)는 1978년에 설립된 4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경제단체로, 한국에 진출해 있는 모든 외국기업 및외국인 투자법인을 대표하고 있다.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정책실과 협력하여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들이 한국 내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산업별 분과위 활동을 통해 회원사의 애로사항 청취 및 법률 입법과 개정 등을 정부에 건의하여 경영활동이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것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고, 노숙자 무료급식, CEO 특강, 청년취업 지원 등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고 있다. 협회에는 현재 14,000여 글로벌 기업들의 회원사로 등록 되어 있다.

24대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지난 시간 주요활 동을 정리한다면.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법정단체로 4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경제단체이다. 그러나 협회의 오랜 역사에 비해, 더욱이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는 등 대한민국 경제에 주한 외국기업들이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에 비해 그 위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사실 경제단체를 크게 구분한다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외국기업협회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회자될 때 우리 협회 이름은 포함되지 못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 면담을 통해 주한 외국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피력, 그에 걸맞은 위상을 인정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협회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을 든든히 채우고 있는 주한 외국기업들의 총괄 단체이다. 이와 함께 산업별 분과위 활동을 통해 회원사의 애로사항 청취 및법률 입법과 개정 등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회원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요컨대, 주한 외국기업들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비중에 걸맞은 위상 제고와 더불어 14,000여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활동들을 살피고 챙기는 시간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인상, 주당 근로시간 제한 등이 주한 외국기업들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 같다.

당연하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이 외국계 기업들에게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경영을 하는데 있어 한국이라는 국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투법인은 그냥 한국기업이다. 실제 외투법인의 CEO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근로시간 딘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달라진 노동정책은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외국기업들의 한국 투자(진출),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사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하기에 비교적 좋은 국가다. 전자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기업들이 많아 한국에서 성공할 경우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에는 잘 훈련되고 근면한 근로자가 많다. 반면, 강성 노조, 고용의 경직성, 높은 법인세율, 최저임금의 2년 연속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에 따른 유연성 저하 등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불안요소다. 특히 지난해까지 적용됐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혜택이 폐지되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2018년에는 안보위기의 급격한 호전 등에 힘입어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두었지만 올해는 투자를 꺼릴만한 정책들이 도처에 가득해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속히 투자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얼마 전 ‘외국기업의 날’ 행사가 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행사인지 소개해 달라.

수출 증대에 공을 세운 기업들을 격려하는 ‘무역의 날’ 행사가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한 외국기업 또는 외국인을 선발하여 정부가 그 공로를 치하하고 격려해주는 행사이다. 외국기업의 날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외국기업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외국기업 대표자및 임직원, 각국 대사와 상공회의소회장, 지방자체단체 관계자 등약 700여 명이 참가한다. 지난 11월 5일에 18회 외국기업의 날 행사가 열렸는데 약 50여 개 기업 및 단체에게 금탑훈장 등 국가 포장이 주어졌다. 주목할 부분은 대내외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금탑 산업 훈장 수여가 나왔다는 점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 이의 개선·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앞장선다고 말씀하셨는데.

협회는 산업별 분과활동과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를 통해 회원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관련부처에 건의해 주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외국기업 대표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통해 규제 문제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즉석에서 대책을 강구해 주고 있다. 또한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내에 외국투자법인의 고충 처리를 전담해 주는 옴브즈만이 상주하고 있으면서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고 있다.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할 말이 좀 많다. 협회는 오랫동안 ‘청년취업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해왔지만 해당기관의 방침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는 본 과정을 폐지하였다. 개인적으로 회장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이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사업을 접게 되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면을 빌려 해당기관에 한 마디 한다면, 우리 협회에서 운영했던 ‘청년취업아카데미’가 구직자와 글로벌 기업 간의 직접 매칭을 서비스하는 유일한 통로일 수 있다고 보는데,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일부 단면만을 보고 사업해지 결정을 내린 것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 더욱이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아쉬움이 더하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계자와의 미팅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면담이 성사된 적이 없다. 한편, 주요 대학들과 연계하여 운영 중인 CEO 특강은 현재 성황리에 잘 운영되고 있다. 회원사 대표 즉, 글로벌 기업의 CEO가 주 1회 대학에 출강하여 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의 최근 채용 트렌드 및 경영 현황 등을 소개해줌으로써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협회장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국내 진출해 있는 인팩코리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인팩코리아가 어떤 기업인지 궁금하다.

수동소자(Passive Product)와 RF 안테나를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으로 본사는 대만에, 공장은 대만과 중국 등 4곳에 있다. 수동소자라는 말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디지털 TV 나 스마트폰 같은 경우 갈수록 슬림화, 다기능화되지 않나. 당연히 회로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러다 보면 쇼트나, 잡음 등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수동소자이다.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공급 하고 있다. GPS안테나 부문은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1 위를 점하고 있다.

개인적인 질문이 될 것 같다.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의 오랜 경험에 이어 지금의 인팩코리아 CEO까지, 지난 이력을 보면 매순간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도전하고 성취한 삶을 살아왔다고 본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다소 진부한 대답이 될 수 있겠으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변화의 불편함을 감수해내는 인내심’ 정도를 첫손에 꼽고 싶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변화를 감수해내는 인내심으로 기성세대 모두가 한마음, 한 방향으로 정진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에 능동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조직의 성장은 물론 개인의 성장도 이끌 수있을 것이다.

저성장세가 지속되다 보니 기업들마다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본지 독자인 기업 CEO와 인사교육담당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아무리 품질이 좋은 씨앗도 애정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수한 인재를 뽑아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정체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인재를 키우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씨를 뿌려 바로 수확 할 수는 없지만, 사계절동안 가꾸고 기다리면 우리가 바라던 곡물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인재육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저성장 시기에 많은 회사들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긴축경영을 하곤 하는데, 지나친 긴축경영은 오히려 조직 전체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비용과 선심성 관점의 교육은 과감히 잘라 버리고 중장기 관점에서 필요한 교육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는 예산을 확충하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 경기는 불황과 호황의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인력 교육 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호황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저성장 시기에 어떠한 경영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기업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단적인 예로 삼성의 인재육성시스템을 보라. 단언컨대,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8할 이상이 교육시스템에 있다. 교육을 코스트(cost)로 보는 기업은 지속성장하기 어렵다. 교육은 다음 성장을 위한 투자다. 기업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경쟁력 아니겠는가. 특히, 지금은 비즈니스 양상은 물론 일자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회적 대전환기이다. 변화하는 시대를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기업도 도태될 수있다. 교육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저성장 속, ‘생존’이 기업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생존하는, 나아가 승자가 되는 길에 대해 조언한다면.

당장 1년 후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의 기술 변화 속도라면 아마도 10년 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접목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리고 웬만한 작업들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있는 사람들만 독식하는 닫힌 세상이 아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열려 있는 세상이다. 물론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더욱 능력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거대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협회 수장으로서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와 포부를 말해 달라.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외국기업협회는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며 대한민국 경제 중심을 든든히 채우고 있는 주요 경제단체이다. 임기 내 목표 또한 다른 게 없다. 대한민국 주요 경제단체로서 그에 걸맞은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고, 포부 또한 그에 필요한 활동들 즉, 부족한 것들을 메우고 다지는 작업들을 무한 반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기업들이 국내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본사로 보내지 않고 한국에 재투자해 한국 경제가 더욱 살아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 부분은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주길 기대한다. 더욱 신뢰받는 협회로 거듭나는 한국외국기업협회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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