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직무 스토리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름 ‘수제맥주’.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가 도입되면서 브루펍이 생겨났고 2014년부터는 소규모 양조 장의 외부 유통이 시작되면서 국내 대기업 제품과 수입제품, 국내 수제맥주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 뛰어난 맛과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고려했을 때, 점점 다양해지는 대한민국 수제맥주가 주류시장의 최강자가 되리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듯하다. 어떤 가능성과 노력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고 있는지, 국내 크래프트 비어 1세대로 손꼽히는 카브루(KABREW)의 박현규 관리본부 이사와 윤제현 연구개발팀 주임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만난 사람 1> 박현규 관리본부 이사

입사 17년 차, 카브루의 시작부터 변천사를 함께 했다.

카브루는 2000년 호텔 및 브루펍 대상 맥주장비 설치 및 양조 컨설팅 사업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 Brewery)로서 설비를 갖추고 수제맥주 양조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캐나다 ‘앨리캣(Alley Kat)’과의 기술 제휴 및 독점 상표 사용권을 획득했고, 국내 최초로 페일 에일(Pale Ale)을 양조한 이후 차츰 수제맥주 전문 양조장으로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햄과 맥주의 조합을 고려하여 수제맥주 펍 운영을 타진하던 ㈜진주햄 박정진 대표와 뜻을 함께하기로 하며 한 식구가 된 이후 매년 40%가 넘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부터 웹 디자인, 재무회계 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할 만큼 규모도 작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2000년대를 넘어, 지금은 내가 사는 동네 골목상권에서도 카브루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더욱 설렌다. 처음 수제맥주를 제조, 판매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품질과 맛이 깃든 맥주를 소개할 수 있도록, 나아가 대중이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크래프트 비어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국내외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본다면.

성장세는 국내외에서 뚜렷하다. 맥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경우 재작년 전체 맥주시장이 -1.2% 역신장했으나 수제맥주의 경우 5% 성장했다(BA: Brewers Association, 2017 맥주 출고량 기준). 국내 맥주시장 역시 5년 연속 평균 -3% 역신장하는 데 반해, 수제맥주 수요는 연평균 30% 이상 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 역시 비슷한 성장세이다. 국내에서 논의 중에 있는 종량세로의 개편이 확정되면 주세 감경 효과를 통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속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업체의 증가를 살펴보면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제조업체가 현재 108개로 늘었다. 전체 주류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1%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5년 후 10% 규모로 성장할 경우, 1조원 시장을 형성하며 현재 종사자의 열 배에 달하는 약 5만 명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와 주세의 비중이 높아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안팎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브루의 수제맥주 생산시설과 유통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총 세 개의 브루어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월 10,400keg(리터 환산 시 208,000ℓ)까지 생산 가능한 제3브루어리(상색브루어리)는 제 2브루어리의 생산량에 약 1.5배 확장된 규모다. 3t 양조 장비, 61t 의 발표탱크, 18t의 저장탱크까지 국내 마이크로 브루어리 중 가장 큰 생산규모다. 그밖에 시간당 1,200캔(500mℓ)을 생산할 수 있는 캔 라인, 그리고 자동 케그세척 라인을 함께 설치하여 제품 형태의 다양화 및 생산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18년 10월 기준 전국 1,200여 개의 펍 및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5% 증가한 수치다. 총량으로는 월 8,000~9,000keg(1keg=약 20ℓ) 정도 판매되고 있다.

각종 수상을 거머쥔 제품도 여럿이다. 제품개발과 품질관리를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바이젠(Weizen), 피치 에일(Peach Ale), 호피 라거(Hoppy Lager)’는 우수한 품질과 대중성 바탕으로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2018)을 수상하였고, 2017년 세계 3대 맥주 대회인 독일의 유로피안 비어 스타에서 I.P.A가 금상을 수상, 작년에는 일본의 IBC(International Beer Challenge)에서 Double I.P.A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구, 생산, 유통 등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여 최고의 맛과 품질을 만들어내겠다는 카브루의 의지와 노력의 결실이다. 더불어 브랜드 강화를 위해 BI를 리뉴얼하고 상품 패키지 및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하는 한편, 국내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를 위한 활동으로 ‘가평수제맥 주축제’와 ‘홈브루잉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청평4리 수제맥주 마을에서 진행하는 맥주 관련 강의 등 기업과 지역의 공생, 동반성장의 큰 틀에서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카브루의 특색, 차별성이 있다면.

창의성, 다양성, 품질을 꼽을 수 있다. 현재 30여 가지에 달하는 수제맥주가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최근 포도, 쌀을 이용한 맥주 개발을 진행 중이며 브루어리가 위치한 가평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제품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대중에게 새로운 수제맥주를 경험하게 하여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는 ‘가치 있는 맥주’로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맥주의 품질을 좌우하는 최상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청정지역 가평에 브루어리를 증설했고 각 공정의 문서화, 표준화를 통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양조실명제를 통해 신뢰를 더한다. 또한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전국 어디서나 냉장 상태의 맥주를 유통하고, 품질관리팀(QS)을 별도로 운영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품질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성장 산업인 만큼 인재 충원이 절실할 것 같은데.

2014년 13명에서 2018년 45명으로 해마다 두 배씩 증가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제맥주가 활성화된 시점이 불과 5~6년에 지나지 않고, 무엇보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부족하다.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현재 종사자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학 및 전문기관에서 양조공학과 등을 신설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학협력 및 지역 인재 채용을 위한 노력을 지속 하면서 수제맥주 전문가 양성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다.

인사관리 철학과 더불어 평가, 보상 설계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카브루는 ‘열정, 태도, 비전’을 중요시한다. 열정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며 태도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크래 프트 비어 컴퍼니’가 되기 위해 다양한 계획과 전략을 실천하는 카브루는 열정을 바탕으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능력의 다름, 차이는 함께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열정을 지니고 비전을 나눈다면 카브루의 일원으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 더불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라 전 직원에게 기본급 100%에 준하는 성과급을 매년 지급하고 있으며 영업파트의 경우 목표달성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올해부터는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부서별 KPI를 도출하여 스톡옵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100억 매출을 예상한다. 임직원 및 채용대상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규모 맥주제조 회사 최초 100억 매출 달성을 목표로 새롭게 출시한 캔(CAN) 제품의 라인업과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한편, 해외수출도 준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재무 등 포괄적인 인력 증원과 임직원 교육 강화를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키우고 발전단계에 따른 KPI를 설계하여 구성원 개개인이 성장을 관리하고 조직의 비전과 하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다. 국내 수제맥주 1세대, 30종 이상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수제맥주 유일 HACCP 인증, 전국 콜드체인 유통 등 카브루는 언제나 최고를 위해 달려왔다.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임직원의 열정, 노력, 지혜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제맥주 시장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새로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제일의 사관학교가 되도록 함께 뜻을 모으 기를 기대한다.

<만난 사람 2> 윤제현 연구개발팀 주임

 

수제맥주 연구 4년차, 입사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되짚어 본다면.

술과 관련이 없던 첫 직장을 6개월 만에 관두고, 성장세에 있는 수제맥주 시장을 살피던 중 국내 1세대 수제맥주사인 카브루와 인연이 닿았다. 식품생물공학과 전공 당시 교수님과 함께 막걸리를 공부했던 경험이 입사에 크게 작용했다. 신입 때는 연구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에 약 1년 반 동안 현장에서 같이 일하며 맥주제조 공정을 익혔다. 현장의 기술은 연구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 연구자와 생산자 양측 입장에 공감하고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반의 업무가 지금까지도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회사의 가파른 성장이다. 제품 라인업이 늘고 생산 량이 증가하는 만큼 연구자로서 뿌듯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연구개발팀의 구체적인 업무와 최근의 이슈는 무엇인지.

발효탱크의 맥주를 맛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맥주의 발효 상태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맛의 변화는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때문에 매일 최소 2인 이상이 함께 테스트하고 이상유무를 검증한다. 업무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신제 품 개발은 말 그대로 새로운 원료를 배합해 맛을 창조하는 일이다. 2. 품질관리는 원재료부터 포장단계까지 전 공정에 대한 기준을 잡고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책임진다. 3. HACCP 관리의 경우 식품위생과 유통 관련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소비자에게 최상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청결관리에 힘쓴다. 우리 팀의 올해 이슈는 브루어리가 위치한 가평의 특산물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 포도와 쌀을 이용한 맥주를 만드는 일이다. 품질관리 파트에서는 맥주의 쓴맛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연구 및 자기계발을 위한 기업의 지원이나 혜택이 있는지.

수제맥주 관련 강의 수강, 자격증 취득 등 각종 비용 지원을 비롯해 양조장의 경우 별도 Off-Flavor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키운다. 또한 국내외 전문서적을 구독하여 맥주 관련 지식을 쌓고 이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 포상과 같은 성과 보상을 폭넓게 제공한다. 미국 수제맥주 협회(BA: Brewers Association)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미지역 트렌드와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수출을 대비해 동아시아 수제맥주 동향도 살피고 있다. 매년 해외시장 조사도 진행한다. 2017년 캐나다에 이어 올해는 미국 포틀랜드 지역을 시찰하며 신제품 개발 및 축제에 밴치마킹할 요소를 찾는 기회를 가졌다. 카브루는 구성원이 젊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서로 배우는 조직문화를 지녔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관련 업무를 위해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나 기술이 있다면.

전세계에 존재하는 맥주의 종류를 다 알기 어려울 정도로 원재료부터 제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맥주에 대한 간단한 이론적 지식과 더불어 세계적인 맥주축제, 대회 등에 관심을 가지면 국가별, 소비자별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맥주 관련 서적은 여전히 원서가 많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럽다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수제맥주 강의를 들어도 좋다. 실질적인 업무의 경우 예로, 품질관리 파트는 실험기구 조작법(피펫, 저울 등), 식품에 대한 기본 지식(특히 탄수화물), HACCP에 대한 이해 정도는 사전에 습득하면 유리할 것 같다. 연구는 좋은 맛과 품질을 이끌어내는 일인 만큼 지속적인 공부가 필수다.

수제맥주 연구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신입, 경력을 떠나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되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시장에 도전한다면 성공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세에 있고 그만큼 인력 수요가 높지만 아무래도 모든 것이 갖추어진 중견, 대기업에 비해 다소 열악하고 스스로 찾아 배워야 하는 것도 많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처음부터 뛰어날 필요는 없다. 연구분야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최소 3~6개월 정도는 브루어들과 함께 일하며 생산 공정을 이해하기를 권한다. 술을 못해도 상관 없다. 맛을 구별할 줄 알고 수제맥주를 알아가는 데 열린 자세를 지녔다면 자격은 충분하다. 많은 인재가 수제맥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라며, 카브루에서 함께 일할 날을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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