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 미국
‘고스팅(Ghosting)’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독자 여러분들은 유령이나 귀신을 의미하는 ‘Ghost’에는 익숙할 것이다. 고스팅이라는 단어는 명사인 Ghost를 변형시켜 마치 유령처럼 ‘사라지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 혹은 ‘사라짐’을 의미하는 동명사 형태로 쓰이는 신종 단어이다. 2017년에는 『Merriam Webster』 사전에 등재되어 공식적인 영어 단어로 공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단어의 사용이 증가한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나 소통이 SNS 혹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적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스마트폰이나 SNS는 얼굴을 마주 대하거나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서도 빠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주었다. 이러한 도구가 가져다 준 인간관계는 쉽게 맺어지기도 하고 또한 쉽게 깨어지기도 하는 인스턴트(Instant)적 관계이다. 어떤 사람과 더 이상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지 않을 때는 상대방의 연락에 답을 하지 않고 바로 차단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고스팅이란 이렇게 갑자기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고 사라지는 행동을 의미 하는 단어이다.
고스팅은 심리적으로 상대방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자신과 소통하던 상대방이 갑자기 별다른 설명 없이 자신을 차단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고스팅 행위를할 경우,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큰 충격과 함께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고스팅을 당한 초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크게 나타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상대방의 고스팅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자책감이 더욱 커짐으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손상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한다.
고스팅은 이처럼 주로 연인관계나 친구관계 등 사적인 관계 혹은 개인적인 의사소통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링크드인(LinkedIn) 등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조직의 인사담당 자들이 직원들의 고스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고스팅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출근했던 직원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출근을 하지 않는다든 지, 채용면접 대상자가 아무 말도 없이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든지, 출근하기로 했던 후보자가 갑자기 출근 첫날 연락을 끊고 소위 ‘잠 수를 타고’ 사라지는 등의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빈번하다고 한다. 구체적인 고스팅 경험담 사례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새 영업사원을 고용하여 일주일 동안 훈련을 시켰지요. 우리는 그가 실전에 투입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고, 그가 한 주 동안 잠재 고객들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빡빡한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과의 상담 장소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고객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한 사람의 고스팅으로 인해 큰 돈을 잃게 되었지요.”(Shawn Breyer, Breyer Home Buyers의 소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