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서울살이 16년차. 내 고향 부산과 비교했을 때 서울의 첫인상은 ‘시원시원한 도로, 넓은 지하철, 간지러운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대학 입학해서 과 조교언니가 대뜸 “부산에서 왔구나. 부모님 배 타셔?”라고 말해서 빵 터진 기억도 있다. 부산사람은 다 어업에 종사하는 줄 아는 순수한(?) 영혼도 그땐 있었더랬다. 서울은 늘 빠르고 복잡하고 새로웠지만 지난 시간 동안 유독 많아진 두 가지, 바로 미세먼지와 외국인으로 인한 크고 작은 일들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서울이 어떻게 변모할지, 내가 계속 서울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든다(물론 집값문제에 비할 바 아니지만).

오늘은 짧게 외국인 얘기를 할까 한다. 도시는 물론 깡촌에서까지 우리와는 다른 국적, 생김새,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상경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그 수가 몇 배는 증가한 듯하다. 출퇴근길, 밥집, 명소 어느 곳에서나 만나는 외국인. 그들을 대하는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2호선 지하철, 사촌동생과 앉았는데 옆에 잘생긴 외국인 남자가 큰 배낭을 앞에 지고 여행책자를 읽고 있었다. 전공이 프랑스문학인지라 책 표지의 단어를 알아보고는 “야, 저 남자 프랑스 사람이다.” 그 한마디 뱉은 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오지랖 넓은 동생이 “한국 여행 왔어요? 프랑스 사람? 우리 언니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라고 영어로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 공격이 들어왔다. 결국 “나이 들어서 다 까먹었어요”로 정리하고 부끄럽게 헤어졌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이들의 방문은 뭐랄까, 신기하고 신경 쓰이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먼 곳까지 와서 시간 쓰고 돈 쓰는 사람들이니 잘 해 주고픈 마음이 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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