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효 (주)키스톤컨설팅 자문교수

블라인드 채용의 근본적인 취지는 학벌이나 출신 지역 그리고 신체 조건 등 차별적인 개인정보를 배제한 상태에서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조직과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하여 일부 학벌 집단이나 지역적 연고가 있는 집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취업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한 취업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통하여 그동안 취업시장에서 소외되었던 비수도권 대학 출신의 지역 인재, 여성 지원자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보호 대상자의 취업이 확대되는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였다. 현재로서는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나 분석이 매우 부족하고 미흡한 점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표된 몇 가지 자료를 보면 단순히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여 기대하였던 효과를 쉽게 성취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2017년 12월 청와대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하여 통계분석, 통 · 번역, 포토에디터 등 전문분야 직원 6명을 신규 채용하였다. 청와대의 발표에 따르면 서류접수부터 최종 면접 및 합격자 선정까지의 모든 과정은 블라인드 채용의 기준과 절차를 철저히 따랐으며 그 결과 모두 여성 지원자가 합격하였다. 2018년 8월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1년간 블라인드 채용을 통하여 공공기관에 채용된 신입 직원의 현황을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196개 공공기관 입사자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블라인드 채용제도 도입 이후에 입사한 대졸 입사자 중 비수도권 출신은 전체 인원의 55.6%로서 블라인드 채용제도 도입 이전의 57.7%보다 소폭 하락하였으며, 도리어 수도권 대학 출신은 40.6%에서 43.1%로 증가하였다. 여성 입사자 비율 역시 줄었다. 전년도 전체 입사자 중 여성은 44.9%였으나, 블라인드 채용제도 도입 이후에는 여성 입사자의 비율이 42.4%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였다. 이러한 자료만을 근거로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다.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와 성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실증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조사자료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채용 절차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이 비수도권 출신의 지역 인재 채용 그리고 여성 혹은 소수 보호 대상자의 취업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지원자의 개인적인 정보가 제한된 블라인드 채용을 형식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할 경우에는 조직이 채용하고자 하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보다는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 또한 선발의 객관성 및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는 조직에서는 정성적 평가가 반영되는 서류전형이나 면접보다는 정량적 평가의 필기전형 결과에 따라 선발하는 기계적 의사결정을 중시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블라인드 채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채용의 공정성과 타당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채용의 공정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채용 과정이 투명하여야 하며 채용 관련 의사결정의 객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채용의 타당성은 선발된 인재가 조직과 직무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증명될 수 있다. 본 소고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을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실무자의 입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채용과 선발의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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