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룡 The HR 컨설팅 대표
‘블라인드 채용’ 또는 ‘블라인드 면접’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제대로 판단이 가능할까?’, ‘어디까지 블라인드이지?’, ‘모든 직무에 적용 가능한가?’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취지는 좋다. 능력중심으로 인재 선발을 하자는 것이다. 즉 학연, 지연, 혈연이 영향을 미치는 채용 관행을 개선하고, 스펙을 준비하느라 애쓰는 지원자의 부담을 덜어 주자는 취지이다.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불공정한 사회를 맛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능력중심 채용의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한다. 다만, ‘능력’의 개념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다.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현 시점에 블라인드 면접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확대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면접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에 채용청탁이 확연히 줄었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변화다. 이와 같은 변화를 5가지 관점에서 요약해 볼 수 있다. 즉, △면접에 대한 인식의 변화 △면접관 교육 증가 △면접 기법의 다양화 △면접 프로세스의 정교화 △바른 채용 인증 확대가 그것이다.
인식의 변화
먼저, 면접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면접은 전통적으로 회사가 ‘갑(甲)’이었다. 최근 들어 갑이 아닌 ‘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큰 변화다. 회사의 고용 브랜드 관리를 신경 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원자가 잠재 고객이 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면접을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도 증가하고 있다. 금지 질문이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면접 갑질’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면접 관이 더 준비하고, 질문을 가려서 하며, 면접관 교육이 필요하 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면접에 대한 인식은 공기업과 사기업이 많이 다른 상황이다. 필기시험을 통해 1차 선발을 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면접은 통과의례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시험 성적이 최종 합격에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면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시험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도 탈락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면접이 실질적인 선발 과정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사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양하다. 지원자가 몰려 전형에 부담을 갖는 기업부터 지원자를 모집하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까지 다양하다. 지원자가 많은 기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원자가 많다고 결코 갑이 아니다. 갑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와 면접관이 ‘사고(?)’를 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