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아는 바와 같이 HR은 Human Resources의 약자로 인적 자원이라는 말이다. 즉 HR은 사람을 자원으로 간주해서 자원으로서의 인간을 어떻게 선발, 배치, 육성, 평가하느냐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실천을 담고 있는 말이다. 사람을 자원으로 간주하고 가정하는 HR의 철학을 바꾸지 않고 이루어지는 각종 이론과 모형, 그리고 실천논리는 모두 자원으로서의 인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HR에 관한 새로운 이론이라고 하지만 철학과 가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모색되는 모든 HR은 시대적 조류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포장과 형식의 차이만을 드러낼 뿐이다. 한 때의 유행으로 급부상하는 새로운 트렌드도 알고보면 사람은 여전히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거나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자원에 지나지 않는다. HR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거나 이제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HR에 대한 개념변경이나 새로운 개념 창조가 필요하다.

니체는 꿀벌은 밀랍으로 집을 짓고 살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고 했다. 어떤 개념으로 집을 짓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 HR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나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HR을 비롯하여 HR과 관련된 개념을 어떻게 습득하고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하거나 창조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HR에 대한 생각과 실천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HR과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과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HR 개념을 습득하거나 재개념화시켜 새로운 HR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HR’에서 ‘H’는 변함없이 ‘Human’이다. HR에서 생각하는 인간관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HR에 대한 생각과 실천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그간 사람을 향하는 HR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접근방법이 연구되고 실천되어 왔지만 여전히 HR은 사람중심인 것처럼 행세해온 감이 없지 않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인재철학을 내세우면서도 기업이 어려우면 사람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핵심인력 중심의 HR 접근이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할 때도 핵심인력이 꽃을 피우는데 음지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던 수많은 저변인력이나 뚝심인력의 노고와 아픔을 어루만지고 끌어안지는 못했다. 안개꽃이 기꺼이 배경이 되어줄 때 장미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나 기업은 안개꽃을 배제 또는 무시하고 화려한 장미꽃을 어떻게 선발하고 육성하며 평가할 것인지에 많은 관심을 쏟아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배경으로 생각했던 안개꽃이 필요에 따라서 전경으로 등장하고 전경이었던 안개꽃이 배경으로 내려가는 겸손함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때 조직은 비로소 사람을 향하는 조직이 된다. 사람의 아픔과 외로움, 사람의 불편함과 불안감을 사랑하는 노력을 보이는 HR이 될 때 HR은 비로서 Human Relationship으로 거듭날 수 있다. HR은 그래서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이 느끼는 보람과 가치를 창조하는 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자질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더불어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관계의 따듯함과 튼실함을 소중하게 생각할 때 HR은 Human Resources가 아니라 Human Relationship으로 거듭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人間)이다. 인간도 사람(人)과 사람(人) 사이(間)를 의미하지 않는가. 인간은 인간관계(人間關係)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관계(關係)의 아름다움이 인간(人間)의 아름다움을 결정한다. 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개성과 독창성, 자질과 역량, 자세와 태도를 형성해오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의 인성과 품격도 내가 맺어온 사람과의 관계성이 축적되면서 형성된 사회역사적 산물이다. 내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나의 입장이 결정된다. 즉 처지가 입장을 결정한다. 주역의 괘도 독립된 괘로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주어진 괘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계속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어떤 관계 속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나의 성격과 자질도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을 하나의 개체나 자원으로 취급하는 기존의 HR, 즉 Human Resources는 Human Relationship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 믿음과 열정으로 뭉쳐진 관계 공동체가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고 아름다운 사람이 사람을 향하는 따뜻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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