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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오름의 마을, 저지리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리모(김현길) 여행드로잉 작가 | 2019년 04월호, 제170호 | 승인 2019.03.25 17:10

이른 아침의 공항. 포근한 아침 햇살이 이륙을 기다리는 긴장된 날개 위로 그리고 기내의 작은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곧 이륙을 앞두고 있어 기내는 소란스러웠지만,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눈꺼 풀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남쪽 하늘을 날아 도착한 제주는 몇 발짝 더 봄에 다가서 있었다.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새파란 하늘과 온순히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아름다운 오름이 있는 마을, 저지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에서 출발한 자동차는 약 40여 분 가량 서쪽으로 달려 저지리에 도착했다. 감귤밭과 마늘밭 너머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소담스럽고, 그 너머로 펼쳐진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마음이 푸근해 지는 곳이었다.

서부 중산간의 작은 마을 저지리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처음 유명해진 것은 저지예술인마을의 건립이 시작되면서부터인데, 1999년을 시작으로 예술가의 창작활동 지원 및 지역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작업공간과 전시공간 등을 갖춘 문화예술인촌이 설립되었다. 2007년 9월 1일에는 도립 제주현대미 술관이 개관하는 등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문화생활 및 휴식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지리는 올레꾼들에게도 친숙한 마을이다. 제주올레 13코스의 종착점이자, 14, 14-1 코스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제주 서쪽의 곶자왈과 오름을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저지리라는 이름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저지리에는 자랑거리가 하나가 더 있다. 마을 가까이 봉긋하게 솟아 있어 어디에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커다랗고 푸르른 보물. 이 마을에 꼭 와보고 싶었던 단 한 가지의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저지오름을 이야기할 것 같다. 정상부까지 울창하게 드리워진 숲으로 유명한 저지오름은 2005년에 '생명의 숲'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 개최된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는 대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느릿느릿 걸어보니 오름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40여 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가파른 구간이 많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살짝 배어나올 무렵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억새로 가득한 다른 오름과는 달리 정상부에도 나무가 많은 것이 이색적이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많아 여름에 찾아와도 좋을 것 같다.

전망대에 오르니 제주 서쪽의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넓고 평탄한 사면 위에 오름들이 앙증맞게 솟아 있었다. 제주 동쪽의 풍경이 장엄한 느낌이라면, 서쪽은 아늑함과 포근함을 전해주었다. 좀 더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협재 바다와 함께 비양도가 보였고, 더 남쪽으로는 당산봉과 산방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조금 흐리긴 했지만, 멀리 한라산의 봉우리와 능선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마침내 활짝 피어나는 듯했다. 오름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 조금 쌀쌀했지만, 기꺼이 스케치북을 펼쳐 이른 제주의 봄을 종이 위에 담았다.

 

리모(김현길) 여행드로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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