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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애자일 도입한 오렌지라이프이승환 부편집장
이승환 부편집장 | 2019년 04월호, 제170호 | 승인 2019.03.26 14:18

국내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 도입

‘오렌지라이프’는 2018년 4월 애자일(Agile) 조직 체계를 도입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애자일 조직을 도입한 것은 오렌지라이프가 처음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조직개편을 통해 모든 업무를 고객 관점 에서 수행하는 ‘고객중심 혁신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도입 당시 천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들이 빠르게 등장함에 따라 고객의 정보력이 높아지고, 니즈는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기능적/수직적/공급자 중심적 조직 구성은 부서 이기주의를 유발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소외되는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이런 현실에서 지속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변화 하는 환경과 고객의 니즈를 따라잡아 선도적인 경쟁력을 갖추자는 차원에서 오렌지라이프는 새로운 조직의 도입을 결단한 것이다.

기존 조직은 업무에 따른 기능 중심으로 나뉘어 있었다. ‘애자일 조직’은 이 같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어 같은 단위 조직 내 업무속 성에 따라 마케팅·영업·운영 등의 성격이 한데 모인 ‘멀티기능(Cross-function)’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단위 조직에 자율성과 업무수행 방식에 대한 전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꿨다. 애자일 조직은 ‘Squad(분대)’로 불리는 소그룹, 여러 개 Squad가 모인 ‘Tribe’로 이뤄져 있다. Squad는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엔드투엔드 (End-to-End) 방식으로 처리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고객의 피드백을 최대한 빠르게 반영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부서장-중간관리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없애면서 업무 자율성을 증대시키고 임직원간 자유로운 커뮤니 케이션을 위한 밑바탕을 마련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오렌지라이프는 본사 직원 500여 명 중 절반 수준인 200명을 애자일 조직 소그룹으로 배치했다. 마케팅본부와 운영본부를 해체하고 고객 행동 흐름을 기준으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고객인입 트라이브 △기존 고객의 만족도 제고를 위한 고객유지 트라이브 △고액자산가를 위한 HNW 트라이브 총 세 개 트라이브를 신설했다. 재무·리스크·채널 관리 등 사업의 근간이 되는 부서는 그대로 유지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애자일 조직 개편을 위해 2017년부터 체계적인 준비를 해 온 바 있다. 네덜란드 ING은행 등 글로벌 기업 6개사에 벤치마킹 트립을 다녀오고, 임직원 미팅, 워크숍 등을 통해 오랜 시간 논의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조직개편에 앞서 2018년 2월부터는 두 달 간 애자일 소그룹에 대한 테스트런도 시행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새로운 혁신 조직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지속적인 직원 교육과 애자일 조직 모니터링을 위한 ‘100일 프로그램’ 등도 실시해 왔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 가시적 성과 체감

“PO(Product Owner)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입사 6개월차의 신입사원이 PO(단위조직의 코디네이터)에게 날카롭게 반문한다. 과제를 놓고 팀원들 간 끝장토론이 벌어진다. 위계 질서가 엄격한 국내 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요즘 오렌지라이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애자일 조직 도입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매 2주 단위로 목표를 점검하고 작업 목록을 작성해 일을 나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은 매일 오전 9시 모두 일어선 채로 각자 진행하는 업무계획과 진행상황, 어려운 점, 필요 지원사항 등을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상사의 지시는 일체 없다. 경영진은 전략 목표나 방향(What)을 제시할 뿐, 과제를 어떻게(How) 실행할지는 직원들이 모두 결정 한다.

기능에 따라 부서로 나뉘었던 조직이 업무 과제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한 팀 내에서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의사결정 후 실행하며 실패해도 빠르게 새로운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마치 스타트업 직원처럼 일하는 것이다. 권한이 주어지고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 기가 조성되니 의견 개진도 활발해졌다. 분기별로 성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 등의 절차는 사라 졌고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 결과 중심으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신상품 준비기간이 짧아진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한 부서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그 결과물을 다른 부서가 차례대로 넘겨받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약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초기단계로 돌아가 완성품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업무처리가 더딜 수밖에 없었고 시장에 때를 놓친 상품을 출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과거 2개월 가량 걸리던 신상품 준비기간은 애자일 도입 이후 3~4주로 대폭 단축됐다. 상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언더라이팅·보험금 심사 등 여러 유관 부서가 참여해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고객 관점의 문제해결도 나타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그간 FC 채널 계약유지율 향상을 위해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 개편으로 영업·운영·고객전략 등부서 간 업무 융합이 일어났고 새로운 개선책 도출에 성공, 이를 시범 시행한 결과 FC채널의 4회차 계약유지율이 직전 3개월 대비 평균 2% 포인트 향상됐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업무에 즉각 반영되니 조직원들의 생각 역시 한층 유연해졌다. 그간 업계에서 휴면고객은 더 이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주요 판촉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는 이러한 선입견에서 탈피해 자사 일부 휴면고객에게 접촉, 그 중 3%의 고객으로부터 신계약을 창출해 냈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 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실행 결과 직원들의 책임감과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며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달라진 근로 환경에서 애자일 방식은 훌륭한 대안이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 애자일 조직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중심으로 스스로 혁신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렌지라이프 배우자’… 애자일 혁신에 기업 벤치마킹 줄이어

오렌지라이프는 보수적인 생명보험 업계에서 유연한 애자일 업무 방식을 안착시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오렌지라이프의 성공사례를 접한 기업들이 애자일 조직 벤치마킹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험, 증권, 통신, 건설, 소비재, 경제연구소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수의 기업 실무자와 고위 임원들이 직접 방문해 애자일 혁신의 모습을 견학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이 높아지자 오렌지라이프는 벤치마킹 방문 기업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경험과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2시간 가량의 미팅과 질의응답 시간을 통 해 애자일 조직 전반과 HR제도 등을 소개하고 필요한 경우 실제 애자일 조직의 업무 방식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오피스 투어도 진행한다.

정문국 사장도 애자일 전도사로 직접 나서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 업무 방식을 알리고 있다. 정 사장은 한 컨설팅사가 주최한 ‘애자일 데이’ 행사에 참석해 애자일 조직에 대한 여러 기업 임원들의 고민을 듣고 경험자 입장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렌지라이프를 방문한 대형 통신회사 간부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 그냥 TF를 포장만 그럴싸 하게 한 건 아닌지, 조직개편과 실제 운영은 따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보고 나니 이러한 의구심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에 도전해야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재기업 실무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내부 구성원의 업무 및 조직 몰입도를 자극하여 조직문화 자체가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조직에서도 시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승환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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