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한국 IBM GBS T&E 상무
어쩌면 IBM은 애자일이란 개념을 체화하기 가장 어려운 기업일지도 모르겠다. 컴퓨팅 시장 관점에서 보면 1990년대 메인프레임이 주축이던 컴퓨터 시장을 IBM이 리딩하였다. 당연히 리딩 컴퍼니로서 강력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보유하였고, 이 추세는 한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약 20여 년이 흘러서야 애자일 방법론은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에서는 대안적 방법론으로 인정받았다. 즉, 어떻게 보면 IBM은 스스로 만든 강력한 개발 방법론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했고, 지금은 다른 기업보다 더 빠르고 넓게 애자일 방식을 수용하고 있다.
2014년 IBM의 경영회의에서는 새로운 전략 실행과제(Initiative)를 선언한다.
▶ IBM Agile Goal :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대하여, 신속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제공한다.
‘Scaling Innovation with Speed : Creating an Agile IBM.’ 즉, 변화하는 세상에 보다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하여 기업 자체를 애자일하게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새로운 조직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보거나 TF 개념으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회사의 운영체계를 혁신한다는 선언이었다.
전략 실행과제 발표 이후 가장 먼저 한 활동은 애자일의 Goal과 Principle을 내부 임직원과 공유하는 활동이었다. 특히, 이런 전략 공유는 특정한 팀이나 담당자가 아닌 CEO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IBM은 이러한 목표를 선언한 후에 가장 먼저 변화의 주체인 리더 들의 행동변화를 촉구하였다. 특히 마인드셋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 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었으며,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 디자인씽킹 워크숍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내부적으로는 ‘Design Camp’라고 함). 애자일 방법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넘어서 기업의 경영 방법론으로 자리 잡힐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실천적 활동이 펼쳐진 것이다. 참고로 IBM은 애자일 방법론과 다양한 실천 활동을 리더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2015년 Leadership Academy 포탈을 오픈하였고, 2016년부터는 직원들과 모바일 피드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ACE App을 배포하기도 하였다.
리더 중심의 혁신 부분이 IBM의 애자일 경영방식에 대한 접근 중가장 특별한 부분일 것이다. 보통 애자일 조직을 실현하기 위하여 스크럼(Scrum)이나 스피릿(Sprit)과 같은 방법론적인 측면이 강조 되는 반면, IBM은 일단 모든 리더들에게 직접 해보고 조직으로 돌아가서 이를 먼저 실천하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아래 4가지의 리더 행동 강령이 만들어졌다.
1. It Starts With You
: 리더인 당신으로부터 시작하세요.
2. Help The Team Get Mo re For Themselves
: 팀이 그 구성원보다 보다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세요.
3. Get more For Yourself
: 스스로를 위해 더 많은 것을 습득하세요.
4. Become agile using social techniques
: 소셜 기술을 활용하여 더 민첩해지세요.
특히 네 번째, 기술을 통한 애자일 방법론의 실천은 기술회사로서의 IBM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실제 IBM의 경쟁 제품이기도 한 Slack이나 MURAL과 같은 툴을 공식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리더뿐 아니라 전 직원들도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Building your Agile Muscles’이라는 슬로건하에서 업무의 실험실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참고로 ‘실험실 문화 (Experimentation Culture)’란 실패와 시도를 계속 반복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나아간다는 의미다.
실험실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7개의 구성요소(가설, 대상, 방법 론, 측정, 결과 검증, 일정, 지원)를 기본적인 업무 절차로 인식하며 스스로의 업무를 개선해 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특별한 사업부나 조직이 아닌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단지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Tool과 기술을 활용하여 그 결과를 확인하고 공유할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직원용 애자일 업무 변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Agile@ IBM’이라는 정보 포탈이 만들어졌다. 이 안에는 교육, 사례 공유, 영상, 배지(Badge) 소개 등 실제 170개국의 IBM 사무실에서 실천되고 있는 다양한 애자일 활동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애자일 교육은 직원용, 개발자용, 리더용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구분된다. 또한 교육을 독려하고 개인적인 동기유발을 위하여 오픈 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애자일 오픈 배지는 IBM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 ) 앞서 언급한 애자일 실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면, 자신의 역할에 따라 배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되어있다.
2019년 현재의 IBM 속에서 애자일은 특별한 방법론이 아니다. 많은 실천 활동과 업무 수행에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약 1,400여개의 애자일(실천을 목적으로 한)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2천여 명의 애자일 리더가 각 조직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효과는 보다 극적이다. IBM 내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시 약 3억 달러 이상의 비용 효과를 거두었으며, 개발자당 수익은 15% 증가하였다. 현재는 전체 개발팀의 80% 이상이 애자일 방법론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애자일 활동은 단순히 ‘빨리 빨리 문화’도 아니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을 대충하자라는 의미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업 활동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진짜 중요한 핵심에 집중하는 활동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IBM의 사례가 전 기업에 꼭 맞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리더의 솔선수범과 애자일 업무를 가능하게 할 교육, 배지, 툴킷 등 이를 적용했던 과정은 숙고해 볼 만한 일이다.
1) IBM 애자일 뱃지 : https://badges.mybluemix.net/badgedirectory?filter=Ag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