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 일본
지난 1월 말, 한 일본 대학의 전(前) 총장으로부터 국제학회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흔쾌히 수락했더니 다음과 같은 감사의 말과 함께 노심초사의 이메일을 필자에게 보내왔다.
강연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만, 지금 신경이 쓰이는 점은, 한일 관계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 가는 걸 망설이고 있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학회를 함께 한다는 건 중요하다 생각됩 니다만, 한국 국내 사정은 어떤지요?
이메일을 읽으며 참 많이 놀랐다. 3월 말 이분이 회장인 국제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한국에 들끓는 반일 감정과 일본인 학자들의 우려(참가 주저) 때문에 학회가 과연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가 심히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현 상황을 한국인들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되레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용이 아닌가요?”라는 반박(?)의 이메일을 보내긴 했으나, 근래 여러 형태로 표출되는 대일 조치(정치권, 법원, 지자체 등)에 관해 이렇게까지 일본인이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 위 학회는 예정대로 서울에서 무사히 행사를 치렀지만, 한국인과 일본인 발표자, 초대 손님들의 인사말 속엔 하나 같이 한일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옮겨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