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원하는 후보자들이 최종 인터뷰까지 합격을 하고서도 이직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전 직장보다 더 큰 회사고 연봉도 높고 직급도 높아지는 제안을 받았는데도 결국에는 이직을 단념하기도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서 결정을 내리지만 그 중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요인은 배우자의 반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할 수 있는 남편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모 그룹사의 기획조정실 소속의 전략기획팀장 후보자는 가족과 보낼 시간이 필요해서 마음을 바꾼 케이스다. 재혼하고 얻은 자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때보다도 아내와 자녀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기를 바라는 아내의 요구 때문에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입사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사실 이직을 한 후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하고 인정을 받으려면 절대적으로 회사 일에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보자는 양쪽을 다 잘 할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가족의 요구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한편, 모 기업의 재무담당 과장급 후보자는 최종합격을 했지만 마침 그 무렵에 아내도 회사에서 해외파견 근무 결정이 나게 되었다. 이전에는 6살짜리 딸의 육아는 주로 장모님께서 맡아 주셨는데 마침 장모님도 건강이 안 좋아져서 부부 중에 누군가는 육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부부가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해외파견을 염원했던 아내 대신에 육아는 후보자가 책임지기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후보자가 이직을 포기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매우 마음에 들어 했던 후보자라서 인사팀장이 따로 만나 설득을 하기도 했다. 임원급도 아니고 과장급 후보자임에도 인사팀에서 이런 노력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후보자들이 차라리 이직하기 전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사와 회사일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둘 다 잘 할 수 있다고 무턱대고 새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나서 좌충우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좋은 조건의 입사제안을 받았다면 회사 측에서는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 동안은 업무에 집중하고 적응해야 할 시기이다. 이 때 만큼은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업무나 조직을 적응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회사나 개인을 위해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