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링크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은 저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서 사람이라는 동력 기관은 보수나 외압에 의해 최대의 노동량이 산출되는 게 아니라 오직 애정이 고유 연료로 쓰인다고 했다. 화인링크가 국내 대표 종합광고디자인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심상준 대표의 애정이다. 심 대표는 “사무환경은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우리 인력의 대부분이 디자이너로 즉, 지금의 사무환경은 디자이너에게 보다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데서 시작했다. 틀에 박힌 공간에서 어떻게 신선한 디자인이 나오겠는가. 사옥의 모든 공간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있는지, 어떤 공간을 어떻게 연출해야 직원들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지 등 철저히 직원의 입장에서 설계했다.” 업무 효율을 배가시키는 공간 연출로 생산성은 물론 직원들의 삶의 질까지도 챙겨나가는 화인링크를 찾았다. 다음은 심상준 대표와 직원 김정호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사무환경에 변화를 준 계기가 있다면.

30년 전인 1990년대 디자이너로 일하던 사무실은 말 그대로 일터였다. 사무환경이란 단어조차 듣기 힘든 시대였고, 디자이너 사무실이라고 해서 일반 사무실과 다른 것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디자인 스케줄에 쫓겨 철야를 반복하고 샘플 제작 때문에 책상 위는 온갖 부자재로 어지러웠다. 계절이 언제 바뀌었는지 밖에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사무환경의 변화는 그때부터 내 마음 한 구석에 싹트고 있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파주출 판단지에 사옥을 지으며 생각을 가시화시켰다.

종합광고디자인 기업답게 사옥에도 디자인 경영을 적용한 느낌이다.

일하기 좋은 사무환경을 감안한 이상적인 사옥을 위해 설계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2015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선물처럼 받았다. 사옥을 설계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채광과 공간, 즉 자연과 생각의 공간이었다. 자연과 빛은 인간에게 가장 큰에너지를 준다. 공기처럼 절대 필요하지만 항상 있어 존재감을 잘 모르는 것과 같다. 또한 공간은 크기, 느낌에 따라 사색의 공간이 되고, 소통의 공간이 된다. 공간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그 공간을 풍요롭게 하며 때로는 재창조되기도 하는 데서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많이 느낀다.

사옥의 1층 내부 깊숙이 햇살이 들어온다. 특별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모니터에 과한 빛이 들면 안 되고 간접조명이어야 눈의 피로를 줄이고 모니터 색상을 보다 정확히 볼 수 있다. 광고디자인 업무 특성상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빛이 건물에 들어오더라도 작업에는 지장이 없도록 구조와 배치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3층 천정이 큰 유리지붕이고 건물 중앙 2, 3층에 중앙정원이 설계되어 자연광이 실내를 비춘다. 자연광과 조명과의 적당한 조도는 건물에는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사람 눈의 피로감을 줄인다. 아름다운 인테리어 공간과 어우러진 빛의 조절은 직원들에게 안정 감과 쾌적함을 줄 수 있다. 햇빛을 누리는 또 하나의 공간은 정문 테라스다. 광고회사는 피로 도가 높고 일이 불규칙해 직원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그만큼 휴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테라스를 만들고 조경에 신경을 썼다. 봄이면 라일락과 장미, 철쭉과 동백이 활짝 핀다. 직원들이 여유 롭게 자연을 즐기며 휴식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카페인 줄 알고 테라스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소통과 협업이다. 화인링크의 소통공간에 대해 소개한다면.

테라스, 로비, 휴게실, 카페테리아, 서재, 강의실 등이 모두 소통 공간이다. 사옥 곳곳 어디서든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 당시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화인링크에는 ‘회의실’이라 불리는 공간이 없다. 회의실이라는 용어, 회의실에 모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소통의 반대 개념이 될 수도 있다. 회의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사무환경 개선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

채용에 응시한 지원자들은 면접 때 우리 사옥과 업무환경을 보고 대부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전 직장과 비교해도 근무환경이 굉장히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서울 논현동에서 이곳 파주로 사무공간을 옮긴, 비교적 근속년수가 높은 직원들 또한 만족도가 높다. 당연히 이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직원 친화적인 사무환경으로 바뀌면서 일의 효율 또한 높아졌다고 본다. 직원 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의 질 또한 윤택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가장 긍정적인 효과다.

사무환경 개선으로 인한 조직문화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최근 채용된 직원 중 가장 어리고 연차가 낮은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막내라 이전 회사에서는 가장 안 좋은 자리, 출입문 바로 곁에 자리가 있었는데 화인링크는 개인 공간도 넓고 또 팀장님도 바로 옆에 있어 업무 배우기도 너무 좋다.” 광고디자인은 그 어떤 분야보다 틀이 없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어떤 의견이든 존중받고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디자인 작업상, 개인 또는 팀이 움직이거나 런칭 시 전체 인원이 움직일 때가 빈번해 직원 간 유기적인 체제를 갖춰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설득도 아니고 가르침도 아니다. 알맞은 공간, 바른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개인의 존중과 기업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하나 되어 능동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화인링 크에서 그 변화를 매번 확인하고 있다.

사무환경 혁신을 계획 중인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 그리고 직원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환경 변화가 당장 어렵다면 기분 좋은 인사와 미소부터 시작해도 된다. 직원들 간의 따뜻한 대화에서 모든 환경의 변화가 시작된다. 배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사무환경이다. 어떤 공간에 사람이 모이지 않고 활용도도 낮다면 과감히 다른 공간으로 변화를 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으로 재창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공간만이 사람을 모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사무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사무환경은 기업의 문화를, 기업의 문화는 변화와 혁신을 만든다. 사무환경을 꽃에 비유하고 싶다. 꽃이 피면 봄을 알리지 않아도 나비가 날 듯, 사무환경의 변화는 직원을 행복하게 만든다. 사무환경의 변화는 의도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사람과 조직, 기업을 생동감 있는 유기체로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 에게 있고 사람의 중심에는 오피스, 즉 일하기 좋은 사무환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미니인터뷰 - 화인링크 광고사업부 김정호 본부장

사무환경 개선으로 일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14년간 이곳에 근무하며 사무환경의 변화가 정말 중요함을 알았다. 직원 간 파티션이 없다는 것은 소통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공간이 확보가 되고 개방성이 확보가 된다면 파티션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파티션이 있으면 혼자 하는 일에는 집중할 수 있어도 그 외의 일에는 모두 방해가 된다. 옆 사람과 가볍게 소통하려고 해도 일어나야만 하고, 또 다른 팀과 소통하고 싶어도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심지어 파티션이 있으면 그 자리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바로 알 수가 없다. 현재는 동료의 모습을 언제든 보며 대화할 수 있고 회의를 하고 싶으면 의자만 돌리면 된다. 협업이 자유롭고 혹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이야기하듯 말하면 동료 중 누군가 대답하는 정말 편안한 공간이다. 휴게실이나 테라스에 가도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쳐 궁금한 업무를 묻고 답할 수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 회의하거나 팀을 찾아가는 일이 줄고 오히려 소통이 가장 쉬운 공간이 되었다.

공간 혁신을 추진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 직원이 현재와 같은 사무환경에서 근무한 경험이 거의 없다. 때문에 사무환경 변화가 추진됐을 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면서도 과연 우리의 업무와 회사에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다만 직원들의 업무환경이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긍정적이었고, 실제로 그긍정적인 예상은 들어맞았다. 바뀐 업무환경의 장점에 대해 깊이 체감하며 만족하고 있다.

화인링크 사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다른 직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데 많은 직원들은 정문의 테라스와 2층 중정을 꼽더라. 잘 가꾸어진 조경이 맑은 날씨와 만나면 직원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2층의 직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중앙정원은 봄에는 꽃, 여름엔 생기, 쾌청한 날엔 선명한 그림자, 비올 때는 상쾌함을 주는 사옥의핫 플레이스다. 완벽한 인테리어로 직원들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앉은 자리에서 층에 있는 모든 직원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또, 필요 시바로바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오픈 된 공간 속 내자리가 단연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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