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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 - 산업단지의 '오아이스' 동아알루미늄동아알루미늄
이승환 부편집장 | 2019년 04월호, 제170호 | 승인 2019.03.28 15:26

회색 건물과 기계가 뿜어내는 소음 그리고 굴뚝의 연기. 산업단지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런데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는 이런 선입견을 무색케 하는 ‘아름다운 공장’이 있다. 산단 내에서 ‘오아시스’로 통하는 동아알루미늄(DAC)이다. 나무 몇 그루, 미술품 몇 점 전시된 공간을 상상했다면 오판이다. 전면의 ‘수직정원’을 시작으로 푸르름 가득한 정원과 연못,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 라인은 모두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자연 친화적으로 꾸며져 있다. 조각, 회화 등의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로비부터 옥상정원까지 사옥 전체는 ‘핫플’ 로 손색이 없다. 외국 바이어들은 이곳을 ’갤러리(Gallery)'라 부른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자연 속의 생활을 추구하려면 제조업 환경 또한 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근 30년간 자연 친화적인 공장을 만들어오고 있는 라제건 대표이사를 만났다. ‘공장 또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왜 아름다워져야 하는지’ 그 이유를 들었다.

동아알루미늄(DAC)에 관해 소개해 달라.

선친(라익진 동아무역・동아컴퓨터 회장, 1915~1990)께서는 “나는 (해외에) 김‧미역을 수출하고 미국 컴퓨터를 들여와 팔았지만, 너는 네 우물을 파라”고 하셨다. 선친께서 이루지 못한 ‘세계 최고’의 꿈을 목표로 기술로 승부할 제조업을 택했고 1988년 ‘동아알루미늄(이하 DAC)’을 창업했다.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우면 전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는 시장,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1998년 기존 텐트 폴보다 18% 이상 가볍지만 동일한 강성을 유지하는 페더라이트(Featherlite) 폴을 출시한 후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현재 세계의 많은 유명 브랜드 텐트가 DAC 설계를 사용하고, 고급 초경량 텐트의 90% 이상이 DAC의 폴을 사용한다. 명실공히 고급형 텐트폴 시장의 세계 최강자라고 할 수 있다. 2009년에는 자체브랜드인 ‘헬리녹스’를 런칭해 신개념 캠핑 퍼니처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결과 2014년 ‘산업포장’을 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세계일류상품’(2018년)과 인천지식센터 주관 ‘인천 글로벌 IP 스타기업’(2019년)에 선정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관심도 꾸준해 지난 20년간 누적 10억 원이 넘는 기부를 하며 다양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공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 친화적인 녹색 환경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체험해왔다. 때문에 DAC를 창업하면서도 환경 문제는 인사관리나 손익계산 같은 경영상의 결정 만큼이나 중요한 화두였다. 기업, 특히 제조업에서의 공장은 회사 직원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다. 온통 회색 공간에서 유해물질을 접하는 직원들이 행복할 리가 없다.
회사를 녹색으로, 친환경적으로 바꿔 갈 방법을 찾았다. 많은 이가 공장의 외적 아름다움에만 주목하지만, 생산 공정에 녹색 철학을 적용한 것이 가장 먼저였다. 8년여 노력 끝에 알루미늄 피막 공정에서 유해물질인 황산과 질산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고강도 알루 미늄에 화학연마를 하지 않는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할 거다. 피막에 소모되는 물을 아끼기 위한 재활용 시스템도 개발했다. 외국 바이어들이 알루미늄 피막을 하는 곁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공장이라고 극찬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녹지공간과 조각품이 조화를 이룬 사옥 야경(왼쪽), 라제건 대표이사(오른쪽)

녹지공간과 조각품이 조화를 이룬 사옥 야경(왼쪽), 라제건 대표이사(오른쪽)

사옥 외관은 ‘정원’, ‘오아시스’라 불리기 충분하다.

창업 초기부터 구석구석 나무를 심고 꽃을 가꿔 삭막한 공간을 조금씩 푸르게 만들었다. 연못을 만들고 곳곳에 조각품도 전시해 직원들이 계절의 변화를 음미하고 자연스럽게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나브로’라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나무 몇 그루, 조각상 몇 개 들여놓는다고 금세 아름다운 공장이 된 것은 아니다. 무려 30년을 조금씩, 꾸준히 공들인 결과다.
어려움도 있었다. 회사는 적자인데 왜 정원을 만들고 사과나무를 심는지 의아해하는 직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창고를 지어야 할 곳에 정원을 꾸미는 것을 못마땅해 한 임원도 있었다. 기껏 조성해 놓은 잔디밭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에 마음 상해 아예 꽃을 심지 않던 해도 있었다. 그러자 직원들이 묻더라. 본인들이 물도 주고 벌레도 잡고 할 테니 다시 꽃을 심어달라고. 시간이 흐르며 그렇게 직원들은 꽃과 과일, 가을 단풍과 예술작품을 즐기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작업 환경을 자랑스 럽게 여기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공장의 백미(白眉)는 수직정원이 인상적인 3관이다.

처음 공장을 시작한 본관, 그 후 세운 2관과 3관 모두 1층은 생산 공간으로 꾸미고 생산에 최적화된 일관된 동선을 구성했다. 건물별 설비의 구성이 다른 관계로 2관과 3관의 경우 층고가 다르다. 3 관은 설계 시부터 이를 감안해 각 층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무실과 사무실, 사무실과 생산시설로의 왕래를 자연스럽게 했다. 업무효율과 생산성 증진을 감안한 설계다.
3관은 공장 생산라인에 필요한 공간 규모와 동선을 구상함과 동시에 온고당의 안우성 소장이 건축 설계를, 조각가인 경상대학교 김상균 교수가 건물 전체를 작품으로 구상화하는 작업을 할 만큼 기획 단계부터 공들인 건물이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자연 속의 생활을 추구’하는 DAC의 정체성을 ‘인 공과 자연’의 조화를 지향하는 ‘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설정했고, 공간 활용성을 위해 건물 외벽에 이를 설계하여 ‘수직정원’을 완성했다. 수직정원은 금강송 세 그루, 능선 위의 사슴, 그리고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을 콘셉트로 꾸몄고 벽면 자체는 식물들이 덮어갈 수 있도록 했다. 삭막한 산업단지 속의 작은 오아시스를 꿈꿔왔던 모두의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공장을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의 소감도 특별하다고.

DAC는 2013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을, 2016년에는 인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실 건축 관련 상을 받기 전부터 외국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DAC 갤러리에 한번 가봐라. 볼 만 하다’ 는 이야기가 두루 퍼져 있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바이어들에게 “전임자로부터 DAC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청결과 아름다운 건물, 정원, 미술품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었다”면서 와보고 싶었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렇게 입소문이난 덕분에 업계에서 DAC 공장은 꽤나 유명한 편이다. 바이어들이 DAC 공장을 ‘갤러리’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기쁘다. 결국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문화와 디자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공장, 갤러리라 부르기 충분한 공간이 있음을 당당히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

로비는 그랜드피아노와 미술 작품이 어우러져 갤러리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직원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열린다는데.

매년 창립기념일 등 기업 행사 때는 전 직원과 가족이 함께하는 가운데 클래식이나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회를 열어 종업원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를 공장에 초대하는 이벤트 때도 연주회를 마련한다. 회사를 찾는 바이어나 소비자들은 직원들의 표정이 정말 밝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아름다운 환경 조성과 직원들의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수치로 판단할 수 없지만,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배경 에는 아름다운 환경이 한 몫 하고 있다고 여긴다.

DAC의 ‘아름다운 공장’ 만들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창립 당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으로 시작했듯 아름다운 공장은 단시간 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초심을 생각하며 회색 공간을 자연 친화적으로 바꿔 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조금씩 정성들여 노력할 것이다. 현재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베트남 공장 또한 지역에서 손꼽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지 지자체 또한 우리의 의지에 십분 공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친환경’이 화두가 되고 많은 기업이 이를 마케팅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을 종이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에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 시야를 넓혀 우리가 일하는 일터, 삶의 터전을 녹색 환경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
녹색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자연 훼손을 막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제조업계의 일터는 왜 꼭 회색빛이어야 할까 숙고해야 한다. 우리 DAC의 ‘녹색 노력’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지속가능하게 성장한 사례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이승환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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