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창의력을 막는다

ET는 창업 아이템인 MTS(Mobile Trading System)를 필두로 다양한 상품을 시장에 소개했다. 초창기 의기투합한 4인의 창업멤버는 본인들의 열정에 더하여 시장에서의 긍정적 반응에 한껏 고무되어 밤낮을 잊고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낮에는 아이디어 회의, 밤에는 제품개발이라는 패턴으로 3개월에 한번씩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그들은 패밀리 비즈니스의 좋은 점만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장점이자 단점 중에 하나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협업이다. 가족이라는 혈연적 관계의 특성상 업무시간에 못다한 안건에 대해서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논의가 가능하다. 심지어 잠자리 전에 맥주 한잔 마시면서도 토의가 가능하다. ET의 멤버들은 숙식을 같이했기 때문에 패밀리 비즈니스 멤버들처럼 언제 어디서나 토론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열정은 젊고 신선한 머리에 더해져 창의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각자의 전문영역이 정해지면서 이러한 협업시스템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했다. 각자의 공간이 생기고 자신의 영역에서 제왕적 위치를 만들어가기 시작했 다. 고객과 상품에 대한 이야기는 자취를 감추고 개인적인 가십거리만 난무하는 패거리집단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모호한 학생신분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누군가가 나서서 철저한 영역구분을 해 주었어야 했는데, 때를 놓쳐버렸다. 사람은 배워야 할 시기에 배워야 한다. 때를 놓치면 다시 돌아가서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법이다. 그들 또한 그랬다. 선후배 사이의 격의 없는 관계라는 것이 현업에서 일을 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룬 성숙된 기업에게는 오히려 장애요소가 되기도 한다. 조직의 룰에 반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예외케이스로 적용되는 것들이 많았다. 가족처럼 지냈던 시절에 만들었던 ‘우리끼리는 괜찮아’의 룰이 계속해서 적용되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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