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한성자동차 이사

어떤 분야의 기술이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고수라 부른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고수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인데, 이들과 함께 있노라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닮고 싶다.’, ‘그 능력 갖고 싶다.’ 벤츠 판매왕으로 통하는 신동일 한성자동차 이사와의 만남도 딱 그랬다. 기자의 질문, 심지어 눈빛 하나하나에 세심히 반응하며 핵심만을 풀어내는 인터뷰 모습에서, 무엇보다 세일즈와 관련된 질문에는 확고한 원칙, 기준을 이야기하며 흔들림 없는 자기철학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세일즈 고수로서의 품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역대 최초 누적판매 2,000대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가는 열정 가득한 신동일 이사의 세일즈 스토리를 스케치해본다.

대기업 제 발로 박차다

2004년 1월 벤츠코리아 최대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에 입사, 입사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줄곧 판매왕 자리를 놓치지 않는 신동일 이사에게 첫 질문으로 안정된 대기업을 뒤로 하고 벤츠 세일즈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성균관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 8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동기보다 빠르게 승진하며 조직에서도 인정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소진되어가는 느낌이 컸다. 중학교 때까지 스키 선수생활을 해서인지 평소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컸었는데 또박또박 월급 받는 직장생활로는 그런 바람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같았다. 과감히 퇴사를 결정하고 평소 꿈꿔왔던 내 일, 내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큰맘 먹고 시작한 일이니 기왕이면 성공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해 이른바 ‘그들만의 차’로 통하는 벤츠 세일즈를 선택하게 됐다.”

호기롭게 시작한 벤츠 세일즈, 신 이사는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벤츠는 그 명성에 걸맞게 채용문 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고.

“벤츠는 무경험자는 세일즈 부문에 채용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수 백 통의 전화를 걸어 간신히 면접의 기회를 얻었고, 다행히 인사담당자께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 평가해주어 높은 채용문턱을 넘게 되었다.”

13년간 판매 1등, 역대 최초 누적판매 2000대 돌파 등 감히 넘볼 수 없는 화려한 수식어가 신동일을 가리키지만 신 이사의 세일즈 성적은 처음부터 A +는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자동차 세일즈와 동고동락한 지 15년 됐는데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생각을 한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 세일즈였다. 일단 가망고객을 만드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입사 초기에는 정말이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갈까를 고민했었다. 특히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숙고 끝 내린 결정은 ‘내 인생에 3년은 없다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해보자’였다.”

마음을 다잡은 이상 뒤를 돌아볼 이유가 없었다는 신 이사는 당시 딜러들의 주먹구구식 고객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기업에서 익힌 정교한 업무 매뉴얼을 세일즈에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체계적으로 일하는 딜러들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지인 영업 위주이고 또, 주먹구구식으로 고객관리를 하고 있었다. 일 하는 방식의 체계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그대로 업무에 적용하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2015년 처음 분기 판매왕 자리에 올랐을 때의 그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입사 첫해인 2004년에 24대를 팔았는데, 2005년 3월에만 11대를 팔았다. 1분기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도 컸지만 그보다는 내가 하는 일의 방식이 증명되는 순간이라 더 큰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팔고 사는’ 행동에 앞서 ‘신뢰’가 우선돼야

신 이사가 2019년 현재까지 판매한 차는 총 2,100여 대다. 쉽게 이야기하면, 하루에 한 대꼴로 차를 팔아야 나오는 기록이다. 국산차의 많게는 몇 배에 달하는 이른바,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는 벤츠를 하루에 한 대씩, 쉬 납득이 가지 않아 특별한 영업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다. 이내 세일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두 글자 ‘신뢰’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신 이사는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서 긁어주는 작은 서비스들이 쌓여서 신뢰가 형성되고 그러한 신뢰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객님, 이 결정이 맞습니다.”라고 했을 때 믿어주는 것이 세일즈라고, 고객과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세일즈라 하면 딜러의 활발한 성격, 접대 등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세일즈에 있어 딜러의 활발한 성격, 접대 등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벤츠를 타는 고객들은 결코 이런 것에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뢰이다. 세일즈는 고객과의 신뢰를 중심에 두고 치밀한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 수도권에만 2000명,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3000명 정도가 벤츠 세일즈를 하고 있다. 그 많은 딜러 가운데 신동일에게서 차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 즉 고객이 신동일을 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증명해 보여야 한다.”

신 이사는 세일즈맨으로서 몇 가지 원칙을 철칙처럼 지켜나가고 있다며 자신만의 세일즈 원칙을 꺼내들었다.

“먼저, 프로처럼 보여야 한다. 실제 입사 6개월 차에 옷, 구두 심지어 차도 벤츠로 바꿨다. 고객은 딜러를 상대할 때 세일즈맨으로서의 프로를 원한다. 차와 관련된 지식뿐 아니라 옷차림, 말투, 눈빛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을 확인한다. 구두를 닦지 않았거나, 와이 셔츠에 얼룩이 있거나 하는 것은 세일즈맨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다음은 고객에게 분명한 가치를 주어야 한다. 다른 딜러들과 구별되는 가치를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내 경우 수입차의 특성상 A/S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걸 내가 직접 해주면 어떨까? 차를 구입해서 보통 몇 년을 타고 평균적으로 몇 번의 A/S가 들어가는지를 총 비용으로 따져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도 신동일과의 거래는 단순히 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관리하는 담당자를 따로 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내 고객들은 어디에 A/S센터가 있는지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다.”

“마지막으로, 고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PDA로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두 대로 고객관리를 하고 있다. 내 폰에는 1만 5천 개가 넘는 고객 전화번호가 있다. 여기에는 고객이 어떤 차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매했는지부터 엔진오일은 언제 갈았는지, 또 어떤 고장이 언제 났었는지 등 세세한 고객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전화기 두 대를 쓰는 이유를 많이들 물어보는데, 미팅 또는 강의가 있을 때, 즉 고객 전화에 바로 응대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 직원이 대신해서 응대를 하고 필요한 내용을 항시 가지고 다니는 폰으로 전달, 한시라도 빠르게 응대하기 위함이다.”

매년 추석 때마다 고객들에게 황태 선물을 보내는 것도 고객관리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웬 황태?’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향이 황태로 유명한 강원도 진부령이다. 또한 과하지도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은 선물을 생각하다 보니 황태를 생각하게 됐다.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덕장에서 바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생태 때부터 말리는 것까지 전 공정을 확인한다. 또한 벌크로 받아 일일이 선별, 다듬는 작업까지 직원들이 직접하고 있다. 감사편지까지 동봉해서 고객들께 배송하고 있는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성과 가치를 심기 위해서 세심히 살피고 있다.”

시스템보다 앞서는 열정은 없다

세일즈맨 최초로 PDA로 고객관리를, 세일즈맨 최초로 A/S를 직접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최초의 최초를 거듭하고 있는 장본인답게 신 이사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최초의 세일즈맨이다. 현재 고용한 개인 비서만 14명이라고 하니 그가 얼마나 전략적인 사람인지, 또그 영업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세일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한 명 한 명 직원을 두다 보니 이제는 밑에 직원만 14명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14명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묻는데, 이들은 각자 역량에 따라 CRM, 컨시어지서비스, 보험, 중고차, CS 등으로 업무가 철저히 분장돼 있다. 올해도 큰 변수가 없는 한 무난히 판매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건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14명의 직원들이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 이사는 혼자서 하는 세일즈는 계속해서 성과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이제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세일즈 방식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나가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모 판매왕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 새벽같이 일어나 자신을 홍보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강사님의 세일즈는 어떤 방식입니까?’ 난 이 같은 질문에 ‘전 계속해서 그렇게 세일즈를 해야 한다고 하면 아마 다른 일을 선택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영업은 사이클이라는 게 있어서 필연적으로 혼자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성과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세일즈 방식도 세상의 속도에 맞춰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계속해서 변해야 한다. 그게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내 직업이 세일즈맨이라고 하면 일정한 사이클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즉, 나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한 고객이 몇 년 후에 나를 다시 찾으면 그때 비로소 진정한 세일즈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일즈는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채워지면 급여가 보장되는 샐러리맨이 아니라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이 달라지는 하나의 사업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세일즈맨은 판매사원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판매사원은 고객이 제품을 사러왔을 때 설명해서 파는 것이고, 세일즈맨은 고객이 제품을 사러 오게 하는 것이다. 즉, 오게끔 하는 과정이 세일즈다. 예컨대, 전시장을 찾은 고객에게 설명해서 판매하는 것은 판매 사원이고,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 세일즈맨이다. 그러려면 고객에게줄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는 이어 진정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의 양을 채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일즈맨으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의 양을 채워야 한다. 내 책 제목 ‘죽기 살기로 3년만’도 같은 맥락인데, 아무리 영업에 타고난 사람이라도 이 양을 채우지 못하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아무리 영업에 재주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양을 채우기만 하면 무조건 잘할 수 있다. 단, 이 양을 길게 가져가면 안 된다. 얼마만큼 짧은 시간에 이 양을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영업맨들이 이 양을 채우지 않고 난 영업과 맞지 않아라고 생각들 하는데 무조건 이 양 을 채워야 한다. 양이 채워지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쌓이면서 축적되는 경험, 기술, 네트워크가 생기기 때문이 고, 더해서 쌓은 ‘신뢰’라는 큰 자산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 이사는 세일즈는 100m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며 끝까지 마치는 체력과 집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일즈의 격을 높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신 이사, 이미 그는 세일즈맨이라기보다는 탁월한 전략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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