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나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문화연구소장

[장면1] 52시간 체제 이후로 PC-OFF제를 실시한 A사. 퇴근 시간인 6시에 맞춰 PC를 껐다. 그러자 현장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창 중요한 서류를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PC를 꺼버리면 어떡합니까?”, “고객에게 자료를 보내는 중이었는데 이메일이 끊겨서 마감을 넘겼어요, 이거 책임질 겁니까?”, “일을 마무리할 여유는 좀 줘야지요, 이런 식으로 현장 배려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현장의 하소연이 일리 있다고 생각한 A사. 6시 퇴근 시간 이니 마무리할 시간을 두고 6시 30분에 정확히 OFF하기로 했다. 그러자 또 다시 현장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6시가 퇴근시간인데 6시 30분에 PC를 끄면 괜히 30분을 더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고요!”, “30 분 늦게 끈다고 해서 출근 시간도 30분 늦춰 주는 건 아니잖아요, 30분 더 일 시키려는 꼼수 아닙니까?” 6시에 꺼도 문제, 6시 30분에 꺼도 문제, PC-OFF는 도대체 언제 해야 하는 걸까?

[장면2] 워크스마트가 대세인데, 우리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야겠 다고 다짐한 B사. 불필요한 보고서도 줄이고, 안 해도 될 회의는 없애고… 워크스마트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바로 실행할 수는 없는 일. 의사결정권자인 임원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워크스마트의 취지와 목적을 보고했을 때만 해도꼭 필요한 시도다, 열심히 해보라 칭찬받았기에 워크숍 결과물을 가지고 자신 있게 보고에 들어갔는데 임원의 반응이 예상 밖이다. “그 회의를 왜 없애려고 하는 거죠? 일주일에 고작 한 번 하는 건데 그조차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나요?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의를 생산적으로 해야죠. 회의 때 제대로 된 아이디어 하나 안내 면서 무조건 줄이자고 하면 대수입니까? 아니 이 보고서도 안 쓴다고? 허허 요즘 젊은 직원들, 너무 일을 안 하려고만 하는 거 아닙니까? 사실 예전에 비해 회의도, 보고서도 훨씬 더 줄은 거 아닙니까? 내가 주니어일 때는 말이죠.” 결국 Latter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로 끝나고 워크스마트 아이디어는 실행되지 못한 채 임원에게 핀잔만 들었다. 어차피 이럴 거 뭐하러 워크스마트 얘기를 꺼냈느냐, 워크숍에 참석했던 구성원들은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불만도 높다. 워크스마트, ‘일 안하고 칼 퇴근 하려고 하는 거다’라고만 생각하는 윗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장면3] 불필요한 일을 줄이기 위해 워크 다이어트를 시작한 C사. 직원들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한 업무 리스트를 내라고 했다.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일이 많다고 하니 이번에 제대로 다이어트 해보겠 다고 회사에서도 기대가 크다. 그런데 직원들이 낸 리스트는 실망스럽다. 임원용 경조사봉투를 손 글씨로 써서 힘들다, 점심값 영수증을 안 내면 안 되냐 등 너무 소소한 내용이다. 아니면 당장 통합 IT시스템을 도입해야만 가능한 현실성 떨어지는 것뿐. 오히려 이런거 왜 하느냐, 이런 거 안 하는 게 워크 다이어트다, 불만만 쏟아진다. 왜 갑자기 업무를 줄이라고 하는 것이냐, 우리 회사 구조조정하는 거 아니냐는 근거 없는 루머가 돌기도 한다. 일 많아서 힘들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일 줄이자고 하니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청개구리 직원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워크스마트는 오래된 주제다. 그런데 왜 이 올드한 주제가 요즘 다시 등장한 걸까? 일은 열심히,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필자가 20여 년 전 신입사원 때 들었던 얘기다. 그런데 요즘도 우리는 똑 같은 얘기를 신입직원에게 하고 있다. 20년이면 강산도 두 번이나 변하는 기간인데…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방식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상하지 않은가? 달라진 결과를 기대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하는 것만큼 미친 짓은 없다. 아인쉬타인의 말이다. 달라진 세상에서는 일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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