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
경제부 기자 출신에서 HRD 기업 대표가 되기까지, 그간의 경험과 의미를 먼저 묻겠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6년을 지내고 뜻이 맞는 분과 IGM 세계경영연구원을 창업해 8년간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독자적인 기업교육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느껴 지금의 HSG휴먼솔 루션그룹을 창업했다. 외국 라이선스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일괄적으로 사용하거나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체 R&D본부 구축을 통해 철저히 파트너사의 환경과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람과 팀워크를 일의 중심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성향이라 사실 기업교육에 특별한 뜻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15년간 교육 현장에서 느낀 의미와 보람 덕분에 날이 갈수록 업(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커지는 듯하다. 비즈니스 경험과 클라이언트와의 인터뷰, 그리고 자체 R&D 조직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통해 강사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강단에 오르고 있다. ‘강사’로서 본인의 강점과 보람은 무엇인가.
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기업교육컨설팅 창업으로 많게는 180명까지 조직을 꾸렸던 세컨맨을 거쳐 현재 CE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해왔다. 강의 콘텐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그러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내가 확신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걸 아는 체 하지 않는 것이 강사로서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언젠가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피교육생이 다가와 “도대체 그룹코칭 때 뭘 했길래 사람이 그렇게 변해요?”라며 물은 적이 있다. 지독히도 싫어했던 상사인데 교육을 듣고는 달라졌다는, 놀람과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본부 협상 강의도 뜻 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처럼 영업도 꼼수도 없는, 평가가 정확한 그라운드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어 기쁘다.
‘협상’ 강의 전문가로 통한다. 세대 변화에 따라 협상 스킬도 달라지는지.
‘무조건적 승리’를 내세웠던 시대의 협상, 경제적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 Win-Win하는 협상을 거쳐 이제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협상의 시대이다. 즉, 상대의 니즈를 파악해 양측 모두 만족하는 Creative Option을 만드는 것이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협상 을 결정짓는 제1요소인 ‘바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이 결렬됐을 때 대체방안)를 언급하자면, 이는 내가 대안이 많으면 ‘갑’이 되고 그게 아니면 아니면 ‘을’이 됨을 의미한다. 과거 선택의 폭이 좁고 환경에 따른 제약요소가 많은 시절에서는 힘과 논리가 협상의 키 포인트로 작용했을지 몰라도, 요즘처럼 대안이 많은 시대에서의 협상은 ‘관계와 감정’이 중요하다. 간혹 트럼프의 협상력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그런 방식(웃고 울고 화내고 칭찬하는)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논하는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다. “트럼프처럼 협상해라, 당신이 만약 미국 대통령이라면.” 그야말로 미국 대통령이라는 배경에서나 타당한 얘기다.
강의 또는 컨설팅에서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밀레니얼 세대들이 조직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지금, 그들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논하는 ‘밀레니얼 리더십’을 강의하고 있다. 집단보다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행동양식이 강하고, 약속되지 않은 영역을 침범 당하기 싫어하고, 본인의 흥미와 발전요소를 끊임없이 찾는 등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공부하다 보니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았다. 그 덕분에 콘텐츠를 개발함에 있어서도 수월했던 것 같다. 해당 내용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면 때때로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 세대를 이해하는 강의를 만들 수는 없나?’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단호히 “만들 수 있지만,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현 세대가 좌지우지할 미래를 돌이켜 과거로 회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변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그에 적합한 방법, 솔루션을 제시하는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바가 있다면.
첫째, 앞으로의 세상은 역할 중심이다. 회사에서 자기 성질대로 하는 건 리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 회사는 철저히 계약 관계 아래 ‘역할게임’을 하는 곳임을 상기하고, 진정한 리더라면 듣기 싫어도 듣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지위와 보상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 번 짚어봤으면 한다. 둘째, 업무는 수직이더라도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기회와 권력이 주어지면 그것이 본질인 냥 착각하고 ‘나는 너를 다 알아, 컨트롤 할 수 있어’라고 오판한다. 관계의 수평은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제대로 된 자기인식(Self-Awareness)이 좋은 리더의 제1요건임을 이미 많은 리더십 학자들이 결론지은 바 있다. 자신의 사고, 말, 행동들이 과연 현 시대와 조직에 맞는가를 성찰하고 어떻게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 낼지를 고민, 배워야 한다. 리더십도 골프와 같다. 스윙이 나쁘다는 걸 알고 배우고 고치려 하지만 잘 안 된다. 결국, 끊임없이 Follow-up해야 한다.
국내 기업교육 트렌드는 어떠한가.
먼저 시장의 변화를 요약하면 교육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 교육방식이 다양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개 집체교육, 사내교육, 그룹강좌, 이러닝, 플립러닝 등 규모와 형태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교육 주제와 내용에 있어서는 ‘조직문화의 소프트화, 유연화’ 그리고 ‘성과관리’에 대한 니즈가 많이 증가했다.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맞물려지는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국내 HRD 시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개선방향을 제시한다면.
15년 전, 기업교육에 발을 내디뎠을 때 깜짝 놀랐던 세 가지가 있다. ‘국내 컨설턴트들이 요구하는 연봉이 너무 낮다, 이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 업계 전반의 수준이 너무 낮다.’ 급격하게 성장, 발전하는 타 분야에 견주어봤을 때 국내 HRD는 더딘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저성장 시대에 교육에 투자하는 기업이 줄어들고 단가경쟁에 시달리는 탓도 있겠지만 교육컨설팅기업 스스로가 고품질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음을 반성해야 한다. 고급인력을 채용하여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업계 전반의 수준이 올라가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고급 플레이어들이 많은 곳,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시장이 곧 좋은 시장이다. 저가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RM부문의 디지털화에 발맞춰 HRD 역시 IT기술과 플랫폼에 기반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HSG의 대안은 무엇인가.
기존의 채용, 성과평가, 보상 등의 인사관리 영역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기술 중심의 다양한 솔루션이 자리잡았다. 유명 기업의 기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든 자체적으로 개발하든 핵심은 ‘업무효율 증대’에 있다. 헌데, 과연 기술적 메리트가 구성원 교육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까에 대한 물음에는 답이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구성원 교육 관련 솔루션 도입을 고려할 때 그것이 ‘직 무교육’이라면 적절하다고 본다. 쉽게는 이러닝, 플립러닝 형식이다. 그러나 리더십, 코칭과 같이 회사·조직·사람에 따라 케이스가 세분화되고 지식과 기술 습득이 아닌 성찰과 변화 요소가 강한 분야의 경우에는 일괄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먹히지 않는다. HSG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솔루션과 경쟁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교육이 실제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 Follow-up하는 보조재 역할로서 활용할 뿐이다.
HSG 조직구성과 역량, 비전이 궁금하다.
사업본부, R&D본부, 기업문화본부, 교수본부 총 4개 조직을 창업멤버들이 각각 총괄하고 있다. HRD업계의 본질이 ‘Quality’, 질적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에 R&D에 특히 공을 들이며, 모든 교육프로그램과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내부 교수그룹을 꾸려 외부강사를 전혀 쓰지 않는 것도 교육의 수준과 질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HSG는 “교육이 실행으로, 실행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식과 실행도구, 피드백이 결합된 솔루션을 통해 교육과 컨설팅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High-end HRD기업’으로서 업계를 선도하기 위한 실질적인 액션에 힘을 쏟고자 한다.
HSG의 교육 프로그램 특징을 소개해 달라.
기존 업계에는 역량강화, 행동변화, 성과향상이 연결되지 않은 교육이 태반이다. 이유는 교육 내용이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이 아니고, 실행을 촉진하는 Tool이 없고, 교육 후 실행 여부에 대한 객관적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HSG는 사전에 해당 기업의 이슈와 상황에 맞게 주제와 사례, 메시지를 설계하고, 교육 중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Tool을 제공하며, 교육 후 실행 여부를 관찰, 진단, 촬영한 후 실행이 안 되는 부분을 짚어내고 이에 대한 Follow-up을 통해 현업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코칭교육의 역사가 긴 만큼 방법도 제각각이다. HRD에서 좋은 코칭이란 무엇인가.
누구는 ‘코칭은 에고(ego)가 없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우리 ‘에고가 있어야 한다’고 정의 내렸다. 질문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상담학적인 코칭은 자녀나 친구, 애인 등 관계중심에서는 적합하겠으나, 성과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기업과 조직에는 어찌 보면 꿈같은 얘기다. 즉, HRD에서 실행하는 코칭은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 ‘HSG 솔루션 코칭’은 조직과 리더십 문제를 분석해 찾아낸 200여 개의 솔루션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돕는다. 교육생들의 고민에 대한 마중물 지식을 제공하고 구조화된 프로세스와 실행을 돕는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 지속적인 Follow-up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앞으로의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두 가지만 강조하겠다. 첫째, 겸손이다. 남 앞에서 나를 낮추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겸손이 아니라, “I may be wrong”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개인의 지식과 경험이 통하는 건 동일한 환경일 때 가능한 얘기다. 지금처럼 오늘과 내일의 격차가 큰 시대에는 내 생각과 판단만을 믿지 말고, 새로운 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 유연성이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는 편집 능력이다. 이제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편집이 창조요, 창조가 곧 편집인 시대이 다. 주어진 환경, 상황에 맞도록 판을 짜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두역량은 얼마든지 학습, 개발이 가능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인사담당자, 교육담당자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평소 인정하고 존경하는 인사담당자들은 항상 ‘현업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서, 직급을 막론하고 구성원들이 어렵고 힘들어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자신의 KPI만 챙기기 급급한 사람이 인사조직을 관리하면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본인보다 자식을 먼저 걱정하고 챙기는 엄마처럼, 조직 구성원들을 대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 진정한 HR People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강사, 수준 높은 지식을 매칭하기 이전에 피교육생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제대로 매니지먼트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나 계획하는 바가 있다면.
HSG는 매년 새로운 주제의 프로그램을 개발, 출시한다. 주52시간,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른 업무성과 향상을 목표로 지난해 론칭한 ‘Re-Work’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하반기에는 그 사례 들을 가지고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덧붙여 올해 선보인 ‘Next Leadership’은 밀레니얼 리더십과 애자일 조직문화를 담고 있다. 조직의 주축이 될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제시한다. 기업 환경, 구성원, 리더십이 하나로 연결되어 실질적인 행동변화와 성과향상으로 이어지는 교육 개발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계획이다. ‘HSG는 교육회사가 아닌 실행을 돕는 촉진기관이다’라고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만큼,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교육으로 업계를 리딩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