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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노인 일자리, 민간 기업에서 손 내밀어야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전성열 편집장 | 2019년 11월호, 제177호 | 승인 2019.10.30 10:28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최고경영자는 무수히 던져지는 사안에 대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여러 역량 가운데 전문성 담보가 필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하 인력개발원)의 강익구 원장이 최고경영자로서 갖는 위치와 의미는 남다르다. 지역본부장, 취업지원실장 등 실무를 두루 경험하고 원장으로 취임한 강 원장에게서 인력개발원의 내일은 물론 대한민국 노인 일자리의 미래 모습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활성화는 정부재정지원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니어 인력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초로 민간 기업이 적극 손 내밀어야 실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활성화되도록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강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05년에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노인 일자리의 개발 및 보급, 종사자 교육훈련, 노인 일자리 조사·연구, 노인 일자리 종합정보시스템 운영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80만개 창출’에 역점을 두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으로, 올해 목표인 64만개 일자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달성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원장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소회를 밝힌다면.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여 시간이 지났다. 새삼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그동안 전국에 있는 6개 지역 본부를 돌며 현안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소회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인력개발원의 출범 초기인 2008년 지역본부장을 시작으로 취업지원실장 등 인력개발원에서 9년 동안 재직한 바 있다. 사실 직원 입장으로 있을 때는 사업이 좀 더 힘 있게 진행되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이 컸었다. 그런데 막상 원장으로 부임해 보니 예산과 인력 등이 열악하고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제약이 많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현 정부의 최대 과제인 만큼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함은 물론 국민이 생활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간 인력개발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평가한다면.

출범 초기 2만5천개였던 노인 일자리가 현재 60만개를 넘어섰다. 매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더하여,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한계를 절감하고, 시니어인턴십사업, 고령자친화기업사업 등 민간기업의 노인고용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며 양질의 일자리 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큰 성과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 여전히 많은 국민이 우리 기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10명 중 2~3명 정도만이 인지하고 있는 수준으로, 그조차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아닌 노인 취업을 알선하는 단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주로 1300여 수행기관, 즉지방자치단체, 노인종합복지관, 노인회, 시니어클럽 등을 통해서 이뤄지다 보니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조차도 사업 주체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으로, 우리 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도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지난 14년간 일자리를 통한 노인 복지를 실천하는 사업을 최일선에서 수행하면서 ‘노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또한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 로,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초로 양질의 일자리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이제까지의 노인 일자리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재원은 한정적인데 반해 일자리를 원하는 시니어는 많은 관계로 올해부터는 민간영역에서의 일자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고령자친화기업사업, 시니어인턴십사업 등이 이의 일환인데, 이 부분의 역량 집중과 더불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지역사회 내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 이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내는 CB(Community Business)가 그 일환인데, 제대로 정착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문제로 회자되는 농산어촌 사회의 인구 소멸, 초고령사회 진입, 소득빈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보유한 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신사업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한킴벌리, 함께일하는재단과 손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인력개발원은 시니어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장하는 모델을 계속해서 모색해 왔다. 이번 MOU는 오랜 모색에 대한 결과물로, 공익단체-시니어단체-민간기업을 잇는 시니어 일자리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를 구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 현재 2020년 소셜 시니어 벤쳐 설립을 목표로 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는재단과 힘을 모으고 있는데, 제도로 정착만 된다면 새로운 유형의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자리는 결국 수요와 공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요라 하면 기업일 수밖에 없는데, 시니어 인력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인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는가. 바로 ‘노인’이다. 생산력이 떨어진 노후화된 사람을 뜻하는 거같다는 것인데, 이런 인식이 개선되어야 노인 일자리가 활성화될 수 있다.
더해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오해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대표적인 오해가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면 청년일자리가 그만큼 줄 어든다는 것인데,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해이다. 청년층과 고령층은 계층 간 직종분리 수준이 높아 대체 관계가 아니며 보완관계라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 시니어들의 새로운 일자리 적응을 위한 사전 직무역량 교육은 필수다. 우리 개발원에서는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니어 인력들이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역본부장, 취업지원실장 등 인력개발원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인 인력의 장점을 설명한다면.

근면에 성실은 기본, 시니어 인력들은 유독 책임감이 강하다. 일례로 모 편의점에 어르신들을 잡 매칭해 드리고 있는데, 대부분이 장기근속하고 계시고 점주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잠깐 국내 노인 일자리 현황을 소개하면, 현재 어르신들은 학교급식 도우미, 스쿨존교통지원, 보육교사 도우미, 숲 생태해설 등과 같은 공익활동에 452,425명(월 27만원), 경력을 활용한 재능나눔에 46,111명(10만원), 실버카페 등과 같은 시장형사업단에 59,924명(30만원), 경비원 등 인력파견형에 20,142명(124만원), 취약계층 돌봄 등 사회서비스형에 21,228명(65만원), 시니어인턴십에 5,994 명(160만원), 기업연계형에 5,994명(157만원), 고령자친화기업에 1,205명(96만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 8월 기준총 610,746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나 수행기관에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5점 만점에 4.3점 정도 나온다. 돈을 많이 받든지, 아니면 일에 보람을 느끼든지 둘 중 하나가 충족되면 만족도가 높다. 사회경제 적인 지표로는 낮을 수 있지만, 일자리가 있는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높다. ‘질’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경제적인 수준으로 따졌을 때는 월 100만원 수준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질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만족도 부분에서는 낮지 않다.

일자리가 있는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노인에게는 크게 4가지 고통이 따른다. 가난, 질병, 고독, 무익(無益) 이다. 특히 무익은 ‘더는 쓸모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일을 하면 나도 다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사회적 관계 망이 형성돼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또 나머지 가난, 질병, 고독도 해소해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 노인 일자리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은 상대적 빈곤율이 낮다. 또 일하는 노인이 많을수록 빈곤 갭이 완화된다. 노인이 평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흔히 사람을 일컬어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나. 즉,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데, 그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일자리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고, 생산된 대상 속에서 자신을 의식하고 확인한다. 따라서 노동은 단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유적 본질을 실현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장이다.”라고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노동을 통해 자아를 확인 한다. 일자리는 단순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최근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계시는 어르신을 만나 뵐 일이 있었다. “갈 곳이 있고 일할 거리가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고 하시더라. 노인 일자리는 고령자가 은퇴 후 새롭게 사회에 참여하는 통로로, 일자리는 노인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한다면.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당연한 이치로 생산가능 인구는 시간이 갈수록 줄 것이다.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일손이 달리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장애인이나 경력단절 여성, 이주노동자,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틈을 메워야 한다.
또한,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은 노인들은 소득감소, 건강악화, 사회관계 상실을 경험하면서 ‘행복한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후소득 보장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역점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지의 주 독자인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듭 강조하지만,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지방비와 국비를 합쳐서 1조8000억 정도가 편성됐다. 정부 원안대로라면 내년엔 2조3000억 정도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지만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의 비율은 40% 정도에 그친다. 이를 더 올리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초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
올 8월 시니어인턴십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및 참여 노인을 대상 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노인의 업무수행에 만족한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이 89.7%를 차지했다. 참여 노인의 성실성에 가장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하고 답한 기업의 93.2%가 계속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인건비 절감(58.4%), 인력부족해소(35.5%)에 크게 기여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인재경영의 주 독자들인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도 기업의 이윤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고령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길 당부드린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및 포부를 말해 달라.

개발원이 출범한 지 올해 14년이 됐다. 이제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변화된 환경에 맞게 그기능과 역할을 재정비할 때다. 즉 사업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함과 더불어 현재 운영 중인 시니어인턴십사업, 고령자친화기업사업 등 민간 기업의 노인고용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도 더더욱 공고히 다질 방침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노인 중심의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시범사업이 정착되는 모습을 통해 시니어 인력이 인적자원으로서 결코 뒤지지 않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맡은 소임에 만전을 기하겠다. 더욱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인력개발원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

전성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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