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Episode 10.

 어느 트로트 가사처럼, 정말이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우리들이다. 뉴스에서 보는 어이 없고 참혹한 범죄도 그렇지만, 출퇴근길이나 사람들이 붐비는 상가, 식당, 자동차로 오가는 도로에 서도 “아주 그냥 건드리기만 해 봐, 다 죽었어!” 하는 듯이 서로 날을 세우기 일쑤다. 워라밸이 당연시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으레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길 법도 한데, 괴이하 게도 사회의 온도는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텍스트로 쓰기조차 지겨운 ‘4차 산업혁명, DT시대, 메가트렌드’와 같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처럼, 인간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일까?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서로에게 팍팍하고 무섭게 대할까? 요즘의 우리를 되돌아보고자 짧게 끄적여 본다.

<출근길 지하철>
“아 짱나게, 왜 밀어!”
“내렸다 타던지, 가로막고 지랄이야!”
“발을 밟았으면 죄송하다고 해야지, 너 몇 살이야?”
“나이 먹은 게 자랑입니까? 내가 왜 비켜줘야 하는데요?”
“아침 시간에 진짜 몰상식하네, 좀 있다 타던지.”
“아 좀 비켜봐, 비키라고!”
“휴…”

인간사 천태만상을 보고 싶다면 출퇴근,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면 된다. 너도나도 정해진 출근 시간에 특정 사무지역으로 쏠리다 보니 꾹꾹 밀어 타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유연근무제를 해도 출근길 모습은 변함 없이 빡빡하다. 누구라도 힘들고 짜증나는 일과인데, 더한 스트레스를 만드는 모습을 매일같이 목격한다. 어쩔 수 없이 밀고 밀리는 공간에서 왜 미냐고 짜증, 발을 밟았는데 사과 안 했다고 시비(실제로 멱살 잡고 싸우는 여자들을 목격했다), 앉아있는 남성에게 비키라고 하는 아줌마(요즘은 80세 이상은 되어야 할머니 소리 듣는다)와 왜 내가 비키냐며 맞받아치는 남자, 짐 보따리를 이고지고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과 이들 때문에 연착되는 걸 못 견딘 사람들의 항의, 내리거나 타는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화내며 내뱉는 욕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하루 한 번은 꼭 내쉬는 한숨까지 더하면 출근길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짜증나고, 매일 한숨도 쉬고, 정말 미치도록 화가 날 때는 욕도 한다(비겁하게 마음 속으로만).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의 옷차림, 표정,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의 직업과 일과를 상상해 봤다. 나와 똑같이 혹은 일찍 일어나 더 멀리서부터 움직인 사람, 자식이 있다면 씻기고 먹이고 단도리 한 후에라야 겨우 오르는 지하철, 사무직이 아닌 자영업이나 청소 등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퇴근길을 맞이하는 이들까지 모두모두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건만, 마치 나 빼고는 다 나쁜 사람인 것처럼 짜증내고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미세먼지보다도 더 공기를 흐리고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마구 내뱉는 말과 한숨이 모두의 감정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예능에서 노홍철 씨가 타령총각으로 분해 노래했던 태평가 가사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하나~”

나부터 짜증내지 않기를, 한 템포 차분해지기를.
제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물고 뜯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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