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창업 10년 만에 세계 정상급 기업 반열에 올랐다. 물론 IT 분야라서 다른 산업의 기업보다 빨리 성공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구글이 이렇게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자율’과 ‘창의’로 대표되는 구글 특유의 조직문화가 한몫을 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구글은 “회사를 지식근로자의 천국으로 만들자!”는 취지 아래 직원들을 위한 특별한 복리후생제도를 초창기부터 도입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두었다. 그 결과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 분야 최고의 인재들로 단기간에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업무 외의 다양한 즐길 거리도 제공함으로써 창의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최근 들어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줄줄이 미끄러져 기업의 존립마저 어렵게 된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코닥, GM, 모토롤라, 노키아, 소니 등 셀 수도 없다. 이러한 기업들의 패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시장의 변화, 기술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던것이 원인이다. 빨리 변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토록 막강했던 일본 기업들, 특히 전자분야 기업들이 요즈음 힘을 못쓰는 것도 역시 조직문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본다. 일본사람들은 매뉴얼을 잘 만든다. 그러나 매뉴얼을 잘 따르는 것은 기존 제품을 잘 만들고 기능을 조금씩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획기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우리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인 것 같다. 삼성전자는 이제 복장도 캐주얼로 바꾸고 있으며 근무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부터 나올 수 있도록 조직도 유연하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이고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며, 꼭 성공해서 창의력과 열정이 넘치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GE나 듀폰 같은 외국 기업의 사례들을 보면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즉,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독특한 기업문화를 처음부터 만들었거나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문화를 바꾼 경우다. 기업문화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구글뿐 아니라 월마트, 나이키, 3M, 존슨앤존슨, 듀폰 등 일류 기업들은 훌륭한 기업문화로 인해 성공을 거두었다고 밝힌다. 이들 기업은 창업주가 제시한 핵심가치와 전통을 기초로 기업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좋은 기업문화는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기업문화의 차이가 경쟁력의 차이가 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경쟁이 가장 치열한 유통분야 사업이면서도 창업 후 40년 가까이 매년 15%의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월마트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었다. 반면 IBM, 닛산 등의 기업은 기존의 기업문화가 발전의 장애가 되어 침체로 빠져들다가 구원 투수로 영입된 외부의 리더에 의해 기업문화를 바꾸어 몰락의 위기를 벗어나고 다시 성장을 한 경우다. IBM은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경영 악화와 생산성 하락으로 1990년대 초반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주력 사업의 성과가 3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IBM의 몰락이 예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루 거스너는 저조한 실적에 앞서 관료적 문화로 대표되는 심각한 대기업병이 IBM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IBM을 재건하기 위해 거스너는 조직문화 혁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거스너는 “10년 가까이 IBM에 있으면서 나는 기업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기업문화 그 자체가 승부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업문화적 요소들이 그 DNA의 일부가 되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하였다. 거스너는 사업전략과 조직문화의 변화를 연계하여 회사를 되살리는데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문화가 정착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GE나 듀폰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기업문화를 이루어 왔는데 기업이 비대해지면서 대기업병 증상을 보이자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이다. GE에서는 전임 잭 웰치 회장이 취임하며 대기업병에 빠져 버린 기업을‘중성자폭탄’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혁신을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1988년부터 도입한 것이 Work-out이다. Work-out은 직원들의 전원 참여와 전원 실천을 통해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현장을 중시하자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인정하도록 개방적인 조직을 만들고, 진취적인 태도를 장려하여 계층과 부서 간의 벽을 허물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서로에게 배우도록 하였다. 특히 토론 결과의 75%는 즉석에서 결정을 하도록 하여 결정된 사항이 곧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잭 웰치 회장은 “Work-out이 사람들을 모두 불러 놓고 공통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일할 수 있는 방법과 그렇게 하기 위해서 변화시켜야 할 것을 건의하고 경영자는 그 자리에서 결정해 주자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그 효과에 대해 “Work-out은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즉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존중되고, 각자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관리자는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러한 문화이다”라고 평가했다. Work-out을 추진하기 위해 GE는 퍼실리테이터를 많이 양성하였고 심지어 퍼실리테이터 없이는 Work-out 미팅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였다. 듀폰도 200년 가까운 오랜 시간동안 안정된 성장을 지속해 오면서 서서히 대기업병에 빠졌다. 조직이 경직되어 관료화되고 부문간의 이기주의가 심해지면서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등 폐해가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경영진은 리더십 스타일과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1980년대 OE(Organizational Effectiveness)라는 조직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E의 주요 내용은 개인의 생산성 향상, 팀으로 일하는 방법 및 회의문화 개선 등이었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회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듀폰은 OE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만들고 핵심인재들을 퍼실리테이터로 양성하였으며, 전 직원들에게도 OE 교육을 시켰다. 특히 회의문화를바꾸기 위해 표준회의절차를 정하였는데 회의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였으며 참석자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참여하는 회의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이를 위해 모든 회의에서 한 명은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제도를 10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팀워크도 강화되어 역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다.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HR의 역할 위의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좋은 기업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과 이러한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문화를 조성하거나 바꾸는 데는 HR부서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회사에 따라서는 별도로 기업문화 전담팀을 만들어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HR이 조직문화를 바꾸거나 정착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우선 CEO 및 경영진과 함께 어떤 조직문화를 가져야 할 것인지 전반적인 방향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가령 창의적 조직문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조직문화,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일하는 조직문화, 글로벌한조직문화 등 목표를 명확히 해야 된다. 2. 다음으로 각각의 조직문화 목표에 맞추어 CEO 등 경영진의 지원과 참여를 얻어내야 한다. 경영진이 참여하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조직문화 변화는 탁상공론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의지는 경영진부터 확고해야 한다. 3. 조직문화 변화를 주도할 전담팀을 만들고, 전 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배경과 목표를 정확히 알려서 전 사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갈 변화관리자들은 가급적 핵심인재 중에서 선발을 하고 이들이 변화를 자발적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한다. 4. 새로운 조직문화에 필요한 리더십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모든 관리자에게 교육시켜 관리자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조직문화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한다. 조직의 문화는 회의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회의문화부터 바꾸도록 새로운 회의방법을 정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관리자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실제로 회의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5. 회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회의를 준비하고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퍼실리테이션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관리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기본적인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시키고 적용하게 한다. GE나 듀폰은 회의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퍼실리테이터를 많이 양성했다. 6. 새로운 문화가 조직에 확산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회의에서 조직문화에 관한 점검을 하도록 하거나, 보고서에서도 조직문화 변화 성과를 항상 보고 하도록 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듀폰에서는 모든 회의나 보고서 초반에 핵심가치에 관한 보고로 시작한다. 7. 조직문화의 변화 정도를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HR에서는 매년 직원들의 의식과 참여정도를 확인하는 의견조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부서별로 목표 대비 추진 실적 보고서도 발행하여 공개하는 것도 고려한다. 문화는 고무줄과 같아서 변화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당겨야만 한다고 한다.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리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버리거나 오히려 악화되기도 한다.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리더의 솔선수범이 기업문화 정착이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기업문화를 창조하고 정착시키는 메커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 자신의 말과 행동이다. 리더가 관심을 기울이고, 평가하고, 포상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기업 풍토가 변화한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사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함과 동시에 세계 일류 기업의 업무 체계와 새로운 기업문화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일방적 지시 위주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를 창의적이고 활력이 넘치며 자율적인 기업문화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조직은 집단 지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될 것은 회의문화와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즉 회의를 일방적인 회의가 아니고 누구나 참여하여 자유롭게 토론도 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며 의사결정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문화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전담조직을 만들어 모든 조직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계획적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추진해 가야 한다. HR은 경영자와 함께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전략과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이끌어 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