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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연기하는 배우 양희준, 언제나 젊고 자유로운 신인처럼 무대에 서고파양희준 뮤지컬 배우
김소정 선임기자 | 2020년 01월호, 제179호 | 승인 2020.01.02 15:15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선정작,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제8회 예그린 뮤지컬어워드 앙상블상. 공연 좀 본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한 한국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올 2월 앙코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통해 그야말로 ‘신명나는 놀이터에서 제대로 즐기고 온 기분’이라는 입소문이 풍문은 아니었나 보다.
극의 중심에서 한껏 뽐내며 서 있는 해맑은 청년. 낯설지만 꼭 알아야만 할 것 같은 한 배우에게 시선이 꽂힌다. 비교적 늦게 입문한 연기자의 길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고 소신 있게 나아가는 모습이 그의 배역과도 참 많이 닮았다. “친근하고 유쾌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알려지고 싶다는 신인 뮤지컬 배우 양희준.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서른 청년에게서 킁킁, 스타의 내음이 솔솔 풍긴다. 청담의 어느 카페에서 짧지만 행복한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비교적 늦은 데뷔, 뒤늦게 무대로 뛰어든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처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꿈꿨던 건 아니었다. 남들과 다름없이 대학을 향한 입시, 취업을 위한 학과를 택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자그마한 사업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내가 가야 할 길이 맞는지, 스스로 행복한지를 되묻게 되더라.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할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문득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를 흉내 내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결단은 의외로 쉽고 빨랐다. 제대 후 곧바로 입시를 다시 준비했다.

1년의 준비, 서울예대 합격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주변에서 함께 연기를 공부한 친구들이 입시 기간을 힘겨워했던 것에 비교하면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다. 본래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남들이 ‘늦었다’고 말하는 시기에 도전할 수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기뻤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새로웠기에 배운다는 것 자체로 매일이 설렜다. 달리 보면 연기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그야말로 시키는 대로, 가르쳐주는 대로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도 들었다. 막 제대하고 준비한 예대 입시여서 그런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새롭게 임할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의 끼와 재능을 주변에서 일찍 알아보지 못했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기는 정도였지, 남들 앞에서 제대로 재능을 펼쳐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워낙 활동적이고 밝으니까 당연히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거겠지,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까. 뒤늦게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 예상대로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설령 재능이 있다고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 분야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결심이 확고했던 만큼 입시 때부터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준비했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과로 증명해 보이면서 주변의 걱정과 편견이 조금씩 사라졌다. 지금은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힘이 되어주신다.

데뷔작 <리스크(2017)>부터 주인공을 맡았다. 실력도 물론이지만 운도 따라주는 듯하다.

연기 입문부터 훌륭한 교수진, 선배, 동기들과 함께 했기에 그야말로 인복(人福)이 많은 나다. 그들을 통해 기회가 주어진 점만 놓고 본다면 너무나 큰 행운이고 축복이다. 하지만 크고 화려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연기 늦둥이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하나의 극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창작자와 저마다의 역할이 얽혀있고, 관중에게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 주고픈 마음이 끝이 없다. 그저 운이 좋은 배우로 그치지 않고 실력으로 증명하는 양희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대중은 뮤지컬 <외쳐, 조선!>을 통해 배우 양희준을 알게 됐다. 이 점에서 진짜 데뷔작은 뮤지컬이 아닐까 싶은데.

<외쳐, 조선!>은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친한 선후배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디어와 뜻을 모아 만든 참신한 작품이다. 처음엔 관객으로한 발 물러나 공연을 접했다. 그러던 중 ‘홍단’ 역에 공백이 생기면서 연출가님이 내가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대본을 주셨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단’이라는 인물과 잘 어울리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면서 설렜었는데, 꿈이 이루어진 거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사내, 춤추고 노래하는 단이를 연기하면서 연극만으로는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고마운 작품이다.

극 중 ‘홍단’을 맡았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짧게 소개한다면.

“당당히 부조리에 대한 소신을 외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고단함과 역경을 시조를 통해 훌훌 털어버렸던 상상 속 조선, 백성들은 역모사건으로 시조 활동이 금지되면서 자유도 행복도 잊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15년 만에 조선시조자랑이 열린다. 탈 속에 정체를 감추고 양반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이를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천방지축, 멋에 살고 폼에 사는 단이는 자유롭게 시조를 읊으며 사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게 미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의 유쾌함, 보는 이들을 전염시키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그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가슴 아픈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도 용기와 힘을 절로 얻게 된다. 조선시대라는 배경을 잊을 만큼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채워진 공연이라서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본인만의 과정, 자기관리 방법이 있는지.

우선, 단이라는 인물이 나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대본을 받고 공부할 때는 눈치 없고, 밝고, 나서기 좋아하는 표면적인 면을 중심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이 친구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배경을 보게 되더라. 쇼케이스 이후 본공연, 초반보다 중후반이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다. 다채로운 성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겪어서도 그렇고 매번 스스로의 만족, 관객에게 최고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는 것 같다. 컨디션 관리도 마찬가지로 공연을 앞두고는 먹고 자는 생활습관부터 에어컨, 히터 등 목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철저히 관리한다. 관객은 무대 위 인물에 집중하는데, 단지 배우의 컨디션 때문에 역할에 영향을 준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무대 위 모든 배우가 같은 마음일 거다.

스텝, 동료들과의 호흡은 어떠한가.

연기를 시작했던 때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편안한 가운데서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라이브 공연은 매회 다른 관객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작은 변화나 실수에도 피드백이 민감하다. 때문에 작품이나 연기에 있어서 좋고 나쁜 점을 서로 가감없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2020년 <외쳐, 조선!>의 앙코르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후배, 동기들과 같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고민하고 다듬으며 만든 작품이라 애착이 남다르다.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아 앙코르 공연을 올리니 가슴 벅차고 매일이 기쁘다. 어느 날 다 함께 술 한 잔나누면서 “우리 정말 출세했다”라고 어깨를 다독였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하고 준비했던 시절에 대한 보상을 많은 분들이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되돌려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달라진 점은 단이 역을 트리플 캐스팅으로 가져가면서 각 배우들의 색깔을 드러내는 작업이 더해지지 않았나 한다. 하나의 캐릭터이지만 각 배우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통해 다채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여전히 양희준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짧게 어필한다면.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지인들이 평소 ‘너는 몸집이 큰강아지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친근하고 긍정적인 사람,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즐겁게 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서가 아닐까. 대중이 양희준을 떠올리면 첫째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극에서 캐릭터가 보여야 맞지만, 한편으로 양희준이 연기하는 단이를 봤을 때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행복한 양희준과 그를 보며 웃는 사람들. 언제나 신선하고 젊고 자유로운 신인처럼, 그런 배우로 알려지면 좋겠다.

연기 이외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하기를 즐기는데 특출나게 잘하지는 못한다. 피아노, 플룻도 오래 배웠고 기타도 아주 살짝, 마치 잘 치는 냥 도입부만 칠 줄 안다. 아크로바틱, 택견도 배웠는데 가장 즐기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건 축구다. 너무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모임의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연기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다뤄야 할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 신체적으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앞선 다양한 잔재주(?)들이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되는 것 같다.

이제 서른, 배우로서 본격적인 달리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음가짐은.

첫째는 설렌다. 뒤늦게 연기를 해보겠다고 결심했던 그때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듣던 시절처럼, 내게 서른은 보다 성숙한 배우가 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호흡하고 다양한 역할과 무대를 경험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고 철없는 역할(물론 내가 그런 사람이긴 하지만)을 넘어 전쟁영화 같이 강렬한 배경에서 액션과 감정을 아우르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꾸준한 트레이닝과 자기관리를 실천하려 한다.

2020년 계획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봄날까지는 <외쳐, 조선!> 앙코르 공연에 집중할 듯하다. 아직까지 배우 양희준이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이니 만큼, 맡은 배역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곧 나를 제대로 알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것도 신중히 고려하겠다. 바쁘게, 즐겁게, 최선을 다해 무대에 임하는 양희준으로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고자 한다.

끝으로 본지 독자에게 전하고픈 한마디.

<외쳐, 조선!>은 뮤지컬이 생소한 이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기고 호흡하기 좋은 공연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지만 내용과 전개, 무대와 음악은 매우 현대적이고 젊다. 월간 인재경영의 주요 독자인 CEO, 인사담당자, 넓게는 직장동료들과 함께 본다면 우리 시대 조직의 계급과 부조리한 부분에 대한 공감과 성찰로 유익할 것이다. 올 2월,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모두모두 좋은 기운 담아가기를 바란다.

김소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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