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격변 속에서 최근 몇 년간 HR은 새로운 역할 정립을 위하여 깊은 고민을 거듭해 왔다. 기술과 기계의 진보에 환호하며 편리를 추구해 왔던 우리 세대는 어느덧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금융기관 사무직 공채직원들의 희망부서는 인사부와 국제부가 단연 1순위였다. 어쩌면 인사권이 라는 것이 나름 권력(權力)으로 인식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요즘 익명성이 보장되는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인사부서와 HR 담당자들은 무조건적으로 까이기 일쑤이고 냉소의 대상이다. 바야 흐로 HR이 동료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성과주의 인사 등의 영향으로 조직 내 경쟁이 격화되고 고용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강화 되었기 때문이다. 조직 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경쟁의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가 상호신 뢰보다는 계약에 기대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 개입이 강화됨에 따라 과거에는 조직 내에서 직원을 보호해 주는 것이 HR 부서의 책임 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직원에 대한 가해부서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법규와 계약 등 외적 요인에 의해 해석 되고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자신의 편에서 옹호해 주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만큼 조직에 대한 의존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 또한 HR 부서에 대한 반감과 무시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주요한 이유는 HR 기능과 HR 담당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과 회의적 시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연과학에서의 놀라운 진보와 디지털 혁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경이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월가의 리딩 펀드매니저 100명 중 80% 이상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고,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90% 이상이 경제학 또는 상경계 출신이 주름 잡았던 무대이다. 자연과학이 인문·사회과학을 대체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의 현상이다. 기업에서도 이공계 중시 현상이 두드러져 HR을 포함한 Staff 기능 전반의 전문성은 그림자 속으로 가려지며 그 중요성이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HR 담당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깊어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HR의 역할 정립을 고민해야 한다. 2020년 HR 분야의 Key word들을 다음의 변화방향에서 찾아보자.

1. 조직운영 패러다임의 변화

1) 조직운영의 유연화·조직체계의 수평화·조직구조의 간소화 복잡해진 산업환경과 심화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끝 모를 불확실 성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처럼 명확한 답을 알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던 방식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다양한 도전과 복잡한 과제를 동시에 대처하기 위한 집단 역량의 발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Agile 조직·Helix 조직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조직 운영 방식이 요구된다. Helix 조직이란 조직 내 과제를 몇 개의 Scope로 나누고, 다수의 리더가 각 Scope를 맡아 업무관리와 조직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하는 조직운영체계이다. 이는 기존의 효율성이 최우선시 되던 통제중심의 조직에서 자율중심 조직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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