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이른 아침 회사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 여성분이었는데 우리회사 홈페이지에 난 외국계회사의 CFO(재무총괄임원) 구인공고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자신에 대한 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회사명을 물어보았다. 급한 마음을 안정시킨 후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의 일자리를 대신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근무하면서 인수인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없어서 아내가 대신해서 잡서칭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남편은 회사를 다니면서 겨우 한번 이직을 했고, 그것도 지인의 추천으로 하게 되어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다면서 아내가 직접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소개한 남편의 이력은 다음과 같았다. 40대 중반, 서울 유명대학교 경영학과 4년 장학생, 한 외국계 의료기기 기업에서만 15년 정도 근무, 임원을 달기 바로 직전에 국내 제약회사에서 스카우트제의를 받아 재무담당 이사(CFO)로 근무한지 1년 반, CPA나 CFA같은 자격증은 없지만 오랫동안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해서 영어실력이나 업무능력은 좋은 편.

먼저 그녀에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려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녀는 남편이 오너기업의 보수적인 문화에 적응을 못해서라고 대답했다. 외국계기업에서의 합리적인 업무프로세스에 익숙한 남편은 오너의 한마디가 ‘법이요 진리’가 되는 일방통행이 가능한 오너기업의 경영스타일에 맞추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을 저질러 놓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서운한 마음도 통화 중간 중간에 느낄 수 있었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아내가 이른 아침부터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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