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잠재 부채를 더한 우리나라의 공공 및 민간 부문의 확정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6배에 달한다는 것은 이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계부채가 무려 900조원에 달하면서 부동산 버블의 위험 요인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MB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그 효과 역시 너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악재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미국 재정위기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국가들이 올 상반기에 채권 만기 도래가 집중되고 있으며, 신용등급은 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은 우리의 수출증가세에도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무역수지와 서비스 수지가 동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일 뉴스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 국내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있으며, 기업현장을 비롯한 가계생활도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주무장관이 수출실적에 대한 예상치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제시하면서 수출부문에서도 무역적자가 날 수 있다고 공식화했는데, 결과적으로 앞으로 닥칠 그로 인한 충격은 우리 사회 곳곳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마치 삼각파도를 만난 것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기업들 저마다 2012년 경영 키워드로 ‘위기관리’를 꼽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의 대표적 기업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현재의 위기 상황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대비를 했다는 것은 과거 IMF 시대의 뼈아픈 경험이 어쩌면 예방약이 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설마 하면서 결국 위기를 맞이한 정부보다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국내기업들이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춘추좌씨전』을 읽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즉, 평안히 지낼 때에는 항상 위태로움을 생각해야만 하고, ‘사칙유비(思則有備)’ 위태로움을 생각하게 되면 항상 준비가 있어야 하며, ‘유비무환(有備無患)’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과 재난이 없다. 굳이 이 대목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을 맞이하면서 기업들은 과연 추가적인 위기를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경제위기 상황은 그 어느 불황기보다도 심각하기에 학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으며, 올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요구되는 절대 가치는 ‘생존’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같은 위기가 지속 되는 한 절대적으로 생존을 확신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나 개인은 사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기업들은 위기관리의 주체가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재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하에 경영성과 창출의 실행주체인 인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정계·학계·관계·재계의 수뇌들이 매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모여 세계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민간회의인 2012 세계경제포럼(The World Economic Forum)에서도 CEO 1,2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는데, 역시 이곳에서도 향후 사업 확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로 ‘인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그룹 회장 역시 앞으로 수많은 취업대상자가 배출 되겠지만,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고용시장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크게 염려했다. 다보스포럼의 창설자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그동안 자본주의를 이끌었던 가진 세력들은 정치세력과 결탁하면서 자기들의 이익만을 우선했기에 큰 죄를 지었다고 지적하면서 스스로 각성할 것을 촉구하면서, 자본주의 위기의 해법으로 ‘인재주의(Talentism)’를 강조했다. 인재주의란 구성원 개개인 더 나아가 사회전체의 만족과 창의성 극대화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이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고용창출과 인재육성에 책임을 지고 주력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최근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생존을 위한 경영화두로 '인재경영'을 꼽는 데는 결국 위기 극복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데 다들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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