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가장 억울할 때가 언제일까? 본인은 최선을 다했는데 ‘이게 뭐냐’는 식의 꾸중을 들을 때가 아닐까? 한 번 시작된 리더의 잔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 잖아’, ‘그 정도 경력이면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와 같은… 억울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들이받지’는 못하는 현실. 그럼 방법은 하나다.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기다.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안을 만들고 있는 당신에게 팀장이 물었다.
“예산 범위는 체크하고 있죠?”
팀장에게 몇 번이나 예산 범위를 들었던 터라, ‘예산 절감을 위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만약 ‘기존보다 2 천만원 정도 절감한 예산에 맞춰 기획 중입니다’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팀장이 기대한 예산 절감 수준에 들어가는 조건이었다면 OK일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안 돼요, 예산 더 줄여야 합니다’라는 피드백을 들었을 것이다.

일을 시킨 리더와 명확한 소통을 위해서는 ‘숫자’ 중심의 보고가 필요하다. 많고 적음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5가 ‘3보다 크고 7보다 작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래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숫자가 중요하다. 고객 초청행사를 기획한다고 가정해 보자. 모집 관련 진척 사항을 묻는 팀장에게 ‘신청 전화도 많이 오고, 꽤 많이 모였습니다’라는 것은 보고가 아니다. ‘오전 10시까지 집계했을 때 270명 정도 신청을 했습니다’라는 게 정확한 보고다. 많고 적음을 설명하는 숫자는 사실(fact)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정말’ 일을 잘하는 직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리더에게 ‘맥락’ 설명의 지시가 중요한 것처럼 구성원 역시 ‘숫자의 맥락’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270명이 신청을 했는데, 이건 지난 번 행사 때의 신청 현황에 비해 10% 정도 많은 수치입니다. 그 중 신규 고객이 절반 가까운 120명 정도 되는데, 이 비율 역시 지난 행사 때의 35%에 비해 15%포인트 정도 높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숫자만이 아닌 그 숫자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숫자에 의미를 담으면 판단까 지도 가능해진다. 이는 특히 조직 내 ‘윗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 중요하다. 실무자인 본인은 이 숫자가 다른 경우와 비교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안다. 하지만 그 일만 하지 않는 상위 리더 들은 ‘사실’만 갖고 잘 되고 있는지, 뭔가 개선이 필요한지 판단이 어렵다. 그래서 의미, 다시 말해 그 숫자가 지닌 맥락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조직에서 일은 ‘지시’에서 시작해 ‘보고’로 마무리된다. 결국 ‘말’이 다. 구성원의 정확한 보고 한마디가 본인의 업무 효율은 물론 리더의 정확한 판단을 도울 수 있다. 나는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떨까? 내 위치에서의 정확한 소통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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