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 클리닉

Q.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개인 SNS 등에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모든 매체에 실린 시사보도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보호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와 함께 “헌법ㆍ법률ㆍ조약ㆍ명령ㆍ조례 및 규칙”,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ㆍ공고ㆍ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그리고 “법원의 판결ㆍ결정ㆍ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ㆍ결정 등”을 예시하고 있다. 특히 시사보도의 경우 저작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수많은 시사보도 중에 어떤 것이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것인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언젠가 본고에서 어느 지방신문사의 편집국장이 연합뉴스사의 기사 및 사진을 복제하여 신문에 게재한 사안에서, 복제한 기사 및 사진 중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를 넘어선 것만을 가려내어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의 죄책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6.9.14. 선고, 2004도5350 판결)를 소개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먼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저작권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열거한 취지에 대해, “이는 원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고, 시사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지방 소재 신문사 편집국장인데, 2002년 7월 29일 경 피해자 연합뉴스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피해자의 사전 허락 없이 같은 달 30일 자신이 만드는 신문에 전재했다. 이후에도 피고인은 2003년 1월 24일 경까지 모두 5회에 걸쳐 기사와 사진을 피해자의 사전 허락 없이 전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고(대구지방법원 2004.7.30. 선고, 2004노1396 판결), 2심 법원도 이를 인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해자의 기사와 사진을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의 수준을 넘어선 것”과 “정치계나 경제계의 동향, 연예·스포츠 소식을 비롯하여 각종 사건이나 사고, 수사나 재판 상황, 판결 내용, 기상 정보 등 여러 가지 사실이나 정보들을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표현 형식을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피고인의 신문사가 전재한 피해자의 기사와 사진 중 전자에 해당하는 것도 일부 있으나 상당수는 후자에 포함되므로, 원심은 후자에 해당하는 것만 가려내어 저작권 침해죄를 인정했어야 하는데, 이를 구분 하지 않고 모두 복제권 침해행위의 죄책을 인정함으로써 저작물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을 범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의해 원심이 파기 환송된 후 검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리하여 법원은 다시 정리된 피해자의 기사와 사진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의 내용이 사실을 기초로 한 작성자의 비판, 예상, 전망 등이 표현되어 있고, 그 길이와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를 작성한 기자가 그 수집한 소재를 선택하고 배열하여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자신의 일정한 관점과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배열한 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투, 어휘를 선택하여 표현함으로써 작성자의 개성이 드러났으므로”(대구지방법원 2006.12.28. 선고, 2006노2877 판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결과 환송판결의 의미는 각각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인 시사보도’ 의 정의 또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즉, 대법원에 따르면 “정치계나 경제계의 동향, 연예·스포츠 소식을 비롯하여 각종 사건이나 사고, 수사나 재판 상황, 판결 내용, 기상 정보 등 여러 가지 사실이나 정보들을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표현 형식을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환송판결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시사보도’를 판단할 때의 고려사항으로서 “작성자의 비판, 예상, 전망 등이 표현되어 있는지의 여부”와 “소재의 선택·배열·표현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 작성자의 관점과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소재를 선택·배열하였는지의 여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투와 어휘를 선택하여 표현한 것으로부터 저작 자의 개성이 나타났는지의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어떤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창작성에 있으며, 저작물 작성자의 권리 못지않게 공공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은 공익적 차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창작성보다는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알게 할 목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대중매체에 싣는 단순한 시사보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언론인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도 대중매체에 실린 저작물이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닌 칼럼이나 사설, 또는 해설 기사 그리고 각종 문예물이나 그림, 만화, 도표 또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 등과 같이 기자 또는 개인의 견해가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