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미국 SK Hynix 시니어 HR 디렉터, SPHR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직장을 바꿀까? 최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57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균 12.3번 잡(Job)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잡(Job)’이란 ‘한 고용주와 연속된 기간의 일’을 의미하므로 현재 베이비부머가 된 미국 사람들은 평균 12번 이상 직장을 바꿨다고 하겠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에 따라서 직장을 바꾼 횟수가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들이 18 세에서 24세 사이일 때는 5.7번 직장을 바꾸었고, 25세에서 34세 사이일 때는 4.5번, 35세에서 44세 사이일 때는 2.9번, 45세에서 52세 사이일 때는 1.9번으로 나타났다. 즉 연령이 낮을수록 직장을 바꾸는 경향이 훨씬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페이롤 서비스를 제공하는 ADP의 최근 보고서도 유사한 통계치를 발표했다. ADP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4천 1백만명의 미국인, 즉 미국인의 27%가 직장을 바꾸기 위해 채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미국 고용 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현재 미국 전역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50년 만의 최저 수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올 1월 노동시장 참가율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진 63.4%를 기록했고 이 수치 역시 2013년 6월이 이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직장을 자주 바꾸는 고용 구조에 인력 수급을 담당하는 노동 시장이 최고로 뜨거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 기업에 채용은 인재 전쟁(War for Talent)으로 표현될 정도로 커다란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인 PwC가 매년 발표하는 CEO 서베이에 따르면 ‘필요한 인재와 기술이 부족’ 이슈는 기업 운영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그 우려가 커지는 경향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 상황을 잘 대변한다고 하겠다(표1참조). 본 원고에서는 철저히 직무와 시장 중심으로 진행되는 미국 기업의 채용 특징을 알아보고 이에 따른 장단점, 나아가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논하고자 한다.
갈수록 커지는 채용 시장과 소셜 리크루팅 확산
잦은 이직과 시장을 통한 인력 수급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채용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근 통계 전문사이트인 Statista는 미국의 Staffing and Recruiting 인더스트리, 즉 채용 산업의 규모와 성장에 대해 통계치를 발표했다. 표2를 보면 미국 채용 산업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는 동시에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13년 1,194억 달러(약 144조원)에서 2020년에는 1,578억 달러(약 191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미국 인사관리협회인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SHRM)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하나의 Job을 채우는데 평균 4,129 달러(약 5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미국 기업 HR이 쓰는 대부분 비용은 채용과 관련된 외부 업체로 흘러간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다. SHRM이나 ATD 등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가면 수많은 채용 관련 업체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우고 본인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 홍보한다. 채용을 위한 외부 서비스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미국 기업 HR 그리고 이를 통해 급격히 커지는 채용 시장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