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 머서코리아 전무

국내 기업의 인사관리 화두는 단연코 직무 중심의 HR일 것이다. 개개인의 직무 전문성 육성이 회사의 조직 역량을 강화시키는 주요 방식으로 인식되면서 직무에 적합한 인력을 선발하고 평가, 보상, 육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직무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첫 시작점은 채용이다. 직무별로 요구되는 필요 요건(Job Requirement)들을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직무 요건에 Fit한 인재를 적시에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서 확보하고 육성시켜 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직무별 모집/선발에 대한 중요성은 다들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직무 중심 채용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국내 기업들의 직무 중심 채용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간략한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국내 기업들에서 직무 중심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는 다르게 공개채용 형태의 모집 방식을 운영 중이다. 공채의 경우에는 대규모 지원자들을 정해진 시간 내에 선별해야 하기 때문에 직무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기준을 활용 하는 것보다 유사한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인재를 선별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 모집도 직무분류체계상 최상위 단위인 직군 단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생산/영업/마케팅/연구/경영지원 단위로 채용이 이뤄지고 배치된다.

직무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진다고 해도 입사 후 직무순환/배치가 너무 넓은 범위까지 이뤄진다. 심지어는 경영지원직군에서 영업이나 마케팅직군으로 이동이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채용 단위와 이동 단위의 불일치로 인해 아무리 직무 필요 요건을 검증해서 채용이 이뤄지더라도 3~5년 후에는 다른 직무의 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직무 중심으로 채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기업의 직무관리 문제점과 연결될 수 있다. 직무가 조직 사이즈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세분화 되어 있을 때 직무 중심 채용을 어렵게 만든다. 직무는 1명 또는 그 이상의 다수가 수행 가능한 과업의 양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1명이 여러 개의 직무를 담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사이즈가 작은 회사일수록 한 명의 인력이 다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여건을 고려 하여 직무를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세밀한 전문성 육성은 어려울 수 있으나 직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요구 조건에 맞게 인력들을 배치해서 현실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직무분석 시 불필요한 정보들이 많이 조사된다. 채용을 위해서는 직무가 어떤 과업들로 이뤄졌는지, 어떠한 역량/스킬/경험들이 요구되는지, 이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을 때 어떤 기회들이 조직 내부에 있을 수 있는지 등의 상세 정보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 채용 시, Job Description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 과업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일들을 직원에게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업데이트되고 세밀하게 관리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형식적으로 직무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게 조사된 정보들은 인력관리에 잘 활용되지 못한다. 직무에 적합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직무별로 요구되는 Requirement를 조사하여 기반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직무 단위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면접관 Pool 구성이 필요하다. 면접관은 당연히 그 직무를 오랫동안 수행해 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전략적으로 육성된 면접관 Pool을 확보하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고용할 수 있으나,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고용한다는 창업주의 생각을 반영하여 수준 높은 면접관을 통해 채용의 기준을 올리는 “Bar Raiser”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Bar Raiser는 채용 기준을 올리는 사람을 의미하며, 아마존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는 직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통상 1주에 약 10명의 지원자를 검토하며 지원자 1인당 2~3시간의 1:1 인터뷰를 진행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활동에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아마존의 조직문화를 지켜나간다는 사명 감으로 면접관 역할을 명예롭게 생각하다. 또한 Bar Raiser가 반대할 경우 지원자는 선발되지 못하며 CEO도 관여할 수 없는 강력한 Veto 권한을 부여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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