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현지에서 바로 취업할 수 없어

필자는 2008년 4월, 중국 우리은행의 법인장으로 부임했다. 중국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지난 3년을 되돌아 보면 중국에서 우리은행을 설립하고 초기 시스템 안정화 및 조직성장에 최고의 열정을 쏟은 시간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현지 법인으로, 현지 중국국민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인민폐 영업허가 취득, 한국계은행 최초 직불카드 영업개시, 파생영업 허가 취득 등 많은 부분에서 한국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성장하는데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다. 필자가 그동안 중국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중국에 유학을 온 한국유학생들에 대한 얘기를 간단히 해 볼까 한다. 중국은 한국인이 생활하기에 아직까지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오랜 기간을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도 의료보험이나 각종 사회적 안전시스템을 보장받을 수 없는 단순한 외국인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 즉,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는 현지 주재만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중국은 현재 90년대 개혁, 개방으로 해외투자유치를 통한 급속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인구 15억의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기업과 유학생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생산기지를 넘어 중국에서 소비대상처로서의 중국 영업을 전환하고 있고, 유학생들은 미래의 가치를 기대해 대학원생에서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조기유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중국은 국가의 미래자산인 이른바 인적자원인 유학생들에 대한 미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의 중심으로 떠 오르고 있는 중국에 꿈을 가지고 남들보다 먼저 와서 보고 느끼고 생활한다는 것은 향후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취업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현지에서 유학을 하고 난 뒤 취업의 기회가 주어져서 배운 것을 토대로 사회일원으로서 생활해야 하지만, 15억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취업측면에서 다른 해외국가에 비해 까다로운 점이 많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제약조건은 취업비자 문제이다. 합법적으로 외국인이 취업을 위해서는 취업허가증을 획득해야 하는데, 취업허가증 신청요건에 2년의 근무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은 현지에서 바로 취업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이든 다른 나라에서 근무를 한 후에야 다시 중국으로 오면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학생과 부모들은 해외유학지로 중국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급속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상황도 언젠가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한국인이라면 이를 알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근면과 성실을 갖추고 뛰어난 두뇌와 창의성을 가진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이 여기 중국에서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날로 확대되어져 가는 중국과의 관계속에서 이러한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희태 우리은행 중국법인장 heetaekim@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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