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 투자하라! 월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 포트폴리오가 급변하고 있다. 포춘은 1955년부터 매년 글로벌 Top 기업을 선정하여 '포춘 500대 기업'이라 발표했다. 매출, 이익 등 기업의 덩치 순위에 따라 골라 담았기 때문에 투자기관들은 이들 대기업에 우선 투자했다. 그러나 대기업 위상에 맞지 않게 몇몇 기업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못하고 평판과 품격을 실추하곤 했다. 이에 1983년부터 ‘포춘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ies)’ 순위를 발표해왔다. 2015년부터 포춘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기업(Change the World)’ 즉,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 선 기업의 순위를 발표하여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의 투자 순위가 ‘돈 잘 버는 기업’에서 ‘존경받는 기업’, ’착한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도 착한 기업의 경영 트렌드를 살펴보고, 닥쳐올 위기를 헤쳐나갈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착한 기업을 향한 ESG 투자가 대세

소위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은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은 데 비롯한다. 윤리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가 등장할 당시, 기업은 비윤리나 환경 재난 등 뜻밖의 위기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1989년 엑슨모빌의 유조선 발데스호 원유가 유출되어 약 2천Km의 알래스카 해안선을 오염했을 당시,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배상금 소송에 잘 대응하여 경영 정상화가 가능했다. 2000년 초반 글로벌 정유사 엔론이 회계부 정으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을 때, 기업들은 윤리헌장을 마련하고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만 해도 기업은 위기에 앞서 미리 예방책을 마련하거나, 사후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던 글로벌 기업의 경영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2015년 6월 5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도 석탄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특단의 정책을 선언했다. 전세계 122개 석탄 사용 기업에 투자했던 9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회수 발표는 전통 산업에 기반한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선도 기업 위주의 투자 방식, 일명 ‘ESG 투자(사회적 책임 투자)’가 금융투자자들 사이에 핫이슈가 됐다. ESG 기업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을 S&P 500 대기업 수익률과 비교해 봤더니 더 높더라는 식의 데이터 비교가 경제 신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이 강한 기업 위주로 투자하면 평판 문제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거나, 환경 사고로 인한 배상 비용을 물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위험한 기업 투자를 피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착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위기에도 돋보인다

2019년 8월 여름이 한창일 때, 팀 쿡(애플), 제이미 디몬(JP모건) 등 181명의 미국 대기업 CEO가 모여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선언에 서명했다. 45년 역사를 자부하는 미국 대표기업의 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 회의 석상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이다. 이들 기업은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기존의 목적을 넘어 지역사회를 포함하여 고객, 협력사,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동참했다. 사회를 향한 기업의 관심은 처음엔 기업윤리를 지키고, 자원봉사와 기부 등 사회공헌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는 데 그쳤다.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인권, 다양성 등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하고 당장의 이익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의 목적으로 명시하게 됐다.

최근에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기업이 하나의 ‘시민’으로서 사회의 문제해결에도 기여하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기업 시민 정신의 조건’을 제시했고(1996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럽 차원에서의 기업시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2001년).

2002년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기업시민 정신 – CEO와 중역을 위한 리더십 변화”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후 기업시민 정신을 미션 또는 핵심가치로 삼고 추진하는 기업들이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엑슨모빌(ExxonMobil)은 “우리는 엑슨모빌이 운영되는 세계 모든 곳에서 모범적인 기업시민이 될 것을 맹세한다”고 하였고, 포드(Ford)는 “기업시민은 우리의 일상적 결정과 행동의 중대한 기준이다”라고 표방하였다. 그리고 도요타(Toyota)는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폭넓은 인간애적 행위를 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기업이 시민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단지 실적이 좋을 때 사회적 평판을 높이려는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경영 활동이 되고, 임직원의 가치관으로 내재화되어 기업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보스턴 대학교 기업시민센터(Katherine Smith)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시민 실천활동으로 각종 사회공헌과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인 직원의 95%는 직무와 조직에 대한 몰입도(Engagement)가 더욱 높다고 한다. 업무몰입도가 높은 기업(상위 25%)은 안전사고가 70%, 이직율은 59%가 낮았고, 생산성은 17%, 매출과 수익성은 약 20% 이상 높아 경쟁력 면에서 앞선다. 자발적으로 사회 공헌에 임하는 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기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코카콜라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펩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전 CEO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더 나 은 기업시민 되기’라는 기고를 통해 이른바 ‘모든 이를 위한 자본주 의’를 실천했던 경영사례를 공유했다. 펩시는 멕시코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해바라기를 재배하여 기존의 팜오일을 대체했다. 칼로리 높은 식품에 반대하던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1.5조에 달하는 칼로리 저감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해바라기씨 오일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칼로리 저감 캠페인은 광고보다 매출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투자는 오히려 성과를 높여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기업시민은 공생가치를 높여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한다

기업 간 협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더불어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수록 기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포스코는 오래전부터 '동반성장' 프로그램의 일환인 파트너 간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혁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통해 거둔 성과는 협력사와 공유함으로써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협력사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가공기술, 품질 개선을 위한 협업을 통해 성과 개선도 도모해 왔다. 기업 간 공생가치를 위해 협업하다 보면 비용절감과 판로개척에 어려움이 따르는 위기도 함께 극복해 갈 수 있다.

기업시민의 경영이념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공생가치 창출을 위한 개선활동을 항상 추진하도록 임원과 직원의 일상 활동에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반영하여 실천하고 있다. 한편 기업시민 활동에서 성과를 내도록 업무 목표에 반영하고 평가할 때 기여도를 고려함으로써 기업시민의 기업문화로 정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 기업들도 윤리경영, 사회적책임경영을 넘어 기업시민 문화 창출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또한 인사담당자들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하여 앞선 사회적 성과창출에 힘을 더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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