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 클리닉

Q.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잡음 때문에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했다고 한다. 특히 계약서에 따르면 출판사에서 저작권을 양도하도록 강요했다고 하는데, 설사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이 있었다고 해도 저작인격권은 양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작인격권은 왜 양도할 수 없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권리란 ‘법에서 인정하는 힘’을 말한다. 이는 또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권(公權)과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사권(私權)으로 나뉘는데, 저작자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부여된 권리라는 점에서 저작권은 사권에 해당된다. 사권은 또 재산권과 인격권으로 나뉘는데, 개인의 재산적·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재산권에는 민법상의 물권(物權)과 채권(債權)이 대표적이며 양도나 상속이 가능한 반면, 초상권이나 명예권 같은 인격권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일신에 전속하고 양도나 상속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저작권에는 이러한 재산권과 인격권이 포괄되어 있어서 그것을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물권은 땅이나 돈 같은 유체물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저작권은 저작물이라는 무체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유권은 영구적인 데 비해 저작재산권은 보호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저작권은 특허권 등과 함께 무체재산권 또는 지식재산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 등의 산업재산권은 그것이 개인의 권리보호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특허청에 등록해야만 권리가 발생하지만, 저작권은 문화의 향상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어떠한 절차나 요건이 필요하지 않고 오직 저작물의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성질에 차이가 있다.

다시 정리하면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 즉 저작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정신적 권리인 저작인격권(moral rights)과 함께 경제적 권리인 저작재산권(economic rights)이 주어진다. 이중에서 저작인격권에는 공표권ㆍ성명표시권ㆍ동일성유지권이 있으며,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ㆍ공연권ㆍ공중송신권ㆍ전시권ㆍ배포권ㆍ대여권ㆍ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저작인격권이란 한마디로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 인격적 이익을 법률로써 보호받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각각의 저작인격권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공표권
공표권이란 “저작물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권리”로서, 저작물을 공표(公表)하는 방법은 물론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저작자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 성명표시권
성명표시권이란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자신이 저작자임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작 자에게는 자기 저작물의 원작품은 물론 그 복제물에, 그리고 그것을 공표함에 있어 그의 성명(姓名)으로서의 실명(實名)이나 이명(異名)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표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즉, 저작자로서의 자기를 실명으로 표시할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잘 아는 예명(藝名)이나 아호(雅號) 또는 필명(筆名)으로 할 것인가, 심지어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이름으로 표시할 것인가 등을 결정할 권리가 저작자에게 있음을 뜻한다.

3) 동일성유지권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이 작성한 저작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더라도 처음에 작성한 대로 유지되도록 할 수있는 권리”로서, 저작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이용자로부터 저작물의 내용을 변경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물의 본질적인 변경이라도 그것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번역 또는 편곡 및 개작 등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아니다. 다만, 번역을 함에 있어서 필연적인 변경과는 상관없는 중대한 실수로서의 오역(誤譯) 따위는 동일성유지권의 침해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성’이란 특성을 띤다. 남에게 양도하거나 상속시킬 수 없는 권리란 뜻이다. 따라서 저작인격 권은 저작자 사망과 동시에 소멸되며, 이후에는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지어서 보호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자신만이 가질 수 있고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처럼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으므로 저작자가 사망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저작인 격권은 소멸한다. 그러나 만일 어떤 저작물의 저작자가 사망한 것을 아는 어느 이용자가 그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무시하고 상업적인 용도로 무단 이용했다면 원저작자의 명예가 훼손될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저작자가 사망하여 저작인격권이 사라지고 없더라도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면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은 사람 또는 상속자가 침해자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반면에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재산적인 권리를 뜻한다. 일반적인 물권과 마찬가지로 지배권이며, 양도와 상속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채권적 효력도 가지고 있다. 저작자 일신에 전속되는 인격권과는 사뭇 다른 특성을 띤다. 또한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갖는 배타적 이용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보다는 남에게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허락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물질적 손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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