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전주대 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

‘학계를 대표하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한동욱 교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학부에서 산업경영학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석/박사 학위를, 그리고 국내 최고의 IT 전문가들이 모인다는 삼성SDS에서 IT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차근히 밟으며 현재의 모습,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단장/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내공을 다져온 것인데, 그런 그의 행보가 최근에는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 교수를 넘어 조직 성과를 높이는 가이드 역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스마트 기술, 특히 빅데이터 분석을 조직에서 어떻게 활용,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 것인데, “미래는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업무효율을 높이는 기업만이 생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와의 만남을 정리해 본다.

준비된 기업교육 강사

과학기술 인재의 요람이라 불리는 과학고, 카이스트를 거쳐 삼성SDS의 IT컨설턴트까지, 한동욱 교수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는 지금 그가 맡고 있는 전주대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단장/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라는 직함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먼저, 그가 맡고 있는 전주대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단장의 역할에 대한 소개를 청했다.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을 뜻하는 LINC+ 사업 내 4차 산업혁명 혁신 선도대학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은 말그대로 교육방법 등을 혁신하여 4차 산업시대의 유망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선정된 대학들은 저마다 특화시킬 분야를 하나씩 정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 전주대는 사물인터넷 분야를 더욱 특화시킬 분야로 정하고 이에 맞춰 산업디자인, 패션산업, 한식조리, 건축학과가 참여해 의·식·주를 기반으로 한 인재 육성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드라마틱한 기술의 발전과 세상의 변화에도 대학 교육은 과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럼에도 주어진 여건에서 시대 흐름에 맞게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육환경 등을 혁신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다.”

겸손한 그의 대답과는 다르게 한 교수는 지난해 말 ‘2019 산학협력 EXPO’에서 산학협력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학협력 기반의 교육 혁신체계 개발, 지역사회 선도 및 교육 지원 체계 마련, 융합전공의 산학교육혁신을 위한 공통교육과목 개발 및 운영,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인프라 지원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단장에 더해 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한 교수는 최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가이드 역할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외연을 넓히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 기술, 가령 코딩 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역할이나 기업 임직원에게 4차 산업혁명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후회 없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역할은 내게는 별반 다르지 않은 영역이다. 둘 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업으로까지 외연을 넓히는 것은 그저 자연 스러운 흐름이다. 설명을 덧붙인다면,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SDS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 기술의 활용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더욱 운신의 폭을 빠르게 넓히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술 혁신, 비즈니스 중심에 서다

빅데이터, AI 등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피교육자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 한 교수에게 왜 지금 우리가 이러한 기술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물었다.

“2018년 가트너 그룹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2019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증강 분석(augmented analytics)과 인공지능 주도 개발(AI Driven Development)을 꼽은 바 있다. 증강 분석은 쉽게 말해 AI가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사람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가령 기업에서 실무자가 올해 매출이 떨어진 이유를 일일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보는 게 아니라 AI가 이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한눈에 보여주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들에게 툴을 써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가르치고 있는데 어느덧 툴을 분석하는 능력이 더 이상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주도 개발도 같은 맥락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80~90%까지 코딩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고 나머지 10~20%는 수정‧보완해 완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 코딩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필요 없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요컨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일주일에 걸려서 할 일을 기술을 활용하면 단 몇 분 만에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같이 변화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삶의 원리일 터, 한 교수는 변화를 선택할 거라면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준비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는 모두 저마다의 선택 문제지만 그 선택 여하에 따라 결과는, 즉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시장의 흐름에 귀 기울이고 그에 맞춰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 결과값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도 마찬가지, 세상의 흐름을 읽고 선도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교수의 말대로 스마트한 기술로부터 얻는 통찰력은 HR, 재무, 영업, 마케팅 등 모든 기업 비즈니스 활동에 적용되어 최적의 의사결정을 취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최근 들어 부쩍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의사결정 제고 방법론에 대한 강의 요청이 줄을 잇는다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한 한 교수는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여전히 직관, 경험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높였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직관, 경험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물론 경험을 통한 직관은 훌륭한 무기이다. 다만, 직관, 경험 중심으로 이해 하는 비즈니스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데이터 분석을 제안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경우, 기존의 막연한 믿음을 깨뜨리고 양질의 토론을 가능케 하며, 보다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의 그 효용성을 확인함으로써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기업이 늘었으면 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을 찾기를 바란다는 한 교수의 말과는 다르게 우리 기업들은 빅데이터, AI 등의 키워드들과 좀처럼 친숙해지지 못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해졌다.

“빅데이터, AI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데는 다들 공감한다. 다만 이를 어떻게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방법론에 있어 막연함을 호소한다. 내 강의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요소들을 알기 쉽게 적용 사례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치 탐정이 단서를 가지고 찾아가듯이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자가 데이터 과학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앱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앱들이 인기 있는 앱인지를 분석하는데 이미 분석되어진 단서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 중심의 실무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강의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이 조직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한 전제조건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도 자명한 논리로, 위계적 조직문화와 그로 인한 틀에 박힌 경영방식으로는 어떤 변화도 이끌기 어렵다. 유연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강의 때 자주 하는 표현인데, 결국은 ‘학교는 기업같이 되어야 하고 기업은 학교같이 되어서 늘 학습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조직 내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참고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나중에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구글의 혁신과 성공 비결로 꼽힌다. 조직에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무시나 질책을 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다. 리더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수직적인 분위기에선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다양한 시도를 적극 지지하는 유연한 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인터뷰 내내 세상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개인, 조직만이 생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 한 교수는 자신의 미래 모습도 계속해서 세상의 속도에, 더해서 문화 온도에 동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어제처럼 세상에 귀를 열어두고 매일을 기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한 말이 있는데, 내 미래의 모습도 이와 맥을 같이하리라 본다. 내가 있는 곳이 학교든 임직원들의 변화를 돕는 기업교육 현장이든 누군가의 미래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나다운 내가 되기를 바라고 희망한다.”

한동욱 교수의 스마트한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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