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 전문의
『사피엔스』 저자로 널리 알려진 유발 하라리는 3월 20일 파이낸 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비상 상황에서 역사 전개는 빠르게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논의 과정만 몇 년이 걸릴 결정이 하룻밤 사이에 이뤄진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원격근무,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언택트(Untact) 환경 구축 등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산업 전반의 환경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기업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HR은 이 변화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감당하여야 할까?
HR 본연의 여러 역할이 계속 중요하겠지만 구성원들의 정서를 관리하는 역할이 포스트 코로나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지각은 코로나 이전에도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는 그녀의 저서 『Confidence』를 통해 구성원들의 감정은 결근율, 노력의 강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런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여 조직 분위 기나 주위 구성원들의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는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감정의 폭이 평상시보다 매우 크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부정적으로 흐르게 된다. 그리고 임직원 개개인의 부정적 감정은 협업하는 다른 동료와 직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정서와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은 성과 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과거에는 구성원들의 감정이나 경험에 대해 조직에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감성적인 영역은 개인의 책임이고 감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조직에서는 이성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은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다. 감정에 따라 우리는 상황을 다르게 지각한다. 긍정적 기분일 때는 조직의 모든 일에 대해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일에 몰입하는 시간도 증가한다. 그러나 불안, 공포,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일 때는 일에 대한 집중력, 판단력, 협업 능력 및 소통 역량 등 업무 역량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구성원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업무 성과를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 더하여 평생직장이던 시절에는 조직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든지 간에 조직을 믿고 끝까지 충성하던 구성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의 개념이 확산되고 종신고용보다는 경력을 위한 이직이 활발해지고 있는 요즈음에는 조직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정서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하는지에 따라 조직에 더 stay할 것인지, 이직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구성원들이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이 내부고객으로서 조직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인재 유지(retention)에 중요하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고 그런 개념을 반영하여 HR 부서의 이름을 Employee Experience로 바꾼 조직들도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동안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정서적 경험을 하게 하는지에 따라 코로나 이후에 조직에 대한 신뢰, 헌신, 몰입 등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