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인싸이트그룹 대표이사
성장 가치보다 안전 우선 가치로
지난해 말에 나온 2020년 트렌드를 예측한 자료를 다시 보았다. 허나 단 한 사람도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2015년 한 강연에서 빌 게이츠가 전 지구적 전염병 위험에 대한 예언을 한 것이 있을 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Homo Deus를 지향하는 인류는 무척 당황하고 있다. 작은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Homo Deus가 되려는 부자를 포함하여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혼란을 넘어가기 위해서 성장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캠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 성장이라는 것은 수단... 주객이 전도된 가치관을 이제 버려야...”라고 힘주어 말한다. 미국에서는 “essential employees라 불리고 영국에서는 key workers라고 불리는 직종이 보건분야, 식품점, 슈퍼마켓, 택배업에서 일하는 인력들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전염병의 위험은 반복될 것이라고 하니 이들 필수 직원, 핵심 일꾼의 지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보장해 주는 가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1347년부터 시작된 페스트로 인해 유럽 인구의 1/5이 줄었고, 1337년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도 페스트가 중단시켰다. 페스트로 많은 성직자가 사망하여 라틴어의 비중이 줄고 영어, 프랑스어 등의 자국 중심의 기록이 증가했다. 내홍이 겹치면서 중세는 붕괴되기 시작했고 종교의 권위가 추락되어, 보이는 교회보다는 내면의 성전을 찾는 새로운 영성생활도 일어났다. 기존의 제도적인 교회를 중시하던 가치의 나이테가 인간 중심이라는 새로운 나이테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시작은 보이지 않는 페스트였다.